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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리 머나먼 길해 고은 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듸 업서 냇가에 안자이아 뎌 물도 내 안 갓하야 우러 밤길 네놋다. ~왕방연(王邦衍)~ <해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을 이별하옵고 이 내 슬픈 마음을 어디 둘데가 없어서 흐르는 물가에 하염없이 앉아 있나이다. 저 물도 내 마음속 같아서 울면서..
蜀魄啼 山月低하니 相恩苦 倚樓頭라 爾啼苦 我心愁하니 無爾聲이며 無我愁고 낫다 寄語人間離別客하나니 愼莫登 春三月 子規啼 明月樓를 하여라. ~단종(端宗;1441~1458)~ <해설> 두견이 슬피 울고 밤이 깊으니 멀리 있는 사람들을 그리며 다락 마루 난간 끝에 몸을 기대었노라 두견아 네가 울면 내 ..
長白山의 긔를 곳고 두만강의 말 싯기니 서근 뎌 선븨야 의리 아니 사나희냐 엇더타 凌煙閣 畵像을 우리 몬져 하리라 <해설> 백두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겼으니 저 쓸모없는 선비들아! 우리가 남아 대장부 아니고 무엇이냐, 능연각의 초상을 그려 거는 것도 우리가 먼저 하리라. 朔風은 ..
草堂에 일이 없어 거믄고를 베고 누어 太平聖代를 꿈에나 보려트니 門前에 數聲漁笛이 잠든 날을 깨와다 ~유성원(柳誠源;?~1456)~ <해설> 초당에서 하릴없이 있다가 거문고를 베고 잠간 잠을 청했다. 그것은 꿈에서나마 성군이 다스리는 태평스런 시대를 보려는 희망에서였는데 시끌시끌 하는 문 앞..
客散門扃하고 風徵月落할제 酒甕을 다시 열고 時句흣부리니 아마도 山人得意는 이뿐인가 하노라 ~하위지(河緯地;?~1456) <해설> 함께 마시던 손님도 돌아가고 문을 닫고 나니 바람도 있는 듯 없는 듯 약하고 달도 지어 캄캄할 때 어딘지 아쉬운 느낌이 들어 술독을 다시 열어놓고 혼자 술잔을 기울..
간밤에 부던 바람 눈서리 티닷 말가 落落長松 다 기우러 디닷 말가 하믈며 못다 핀 고지야 닐러 무삼하리오 ~유응부(兪應孚;?~1456)~ <해설> 간밤에 불던 몹쓸 바람에 눈과 서리까지 몰아쳤단 말인가? 곧고 푸르던 낙낙장송도 그리하여 다 쓰러졌단 말인가? 그러할진대 다 피지도 못했던 꽃들이야 말..
방 안희 혓는 쵸불 눌과 리별하엿관대 것흐로 눈물 타고 속 타는 줄 므르논다 우리도 千里에 님 리별하고 속 타는듯 하여라. ~이개(李塏;1417~1456)~ <해설> 방안 창문의 가까이 켜놓은 촟불아 너는 누구하고 서로 이별하였기에 그처럼 겉으로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그 속이 타는 줄도 모르느냐? 우리도..
가마귀 눈비 마자 희는 듯 검노매라 夜光 明月이 밤인들 어두오랴 님 향한 一片 丹心이야 고틸 줄이 이시랴 ~박팽년(朴彭年)~ <해설> 까마귀가 눈비를 맞아 잠시 희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역시 검을 뿐이다. 그러나 언제고 빛나는 보석은 밤이라고 해서 그 빛을 잃는 게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