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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草 우거딘 골에 자는다 누엇는다 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만 무텄는다 盞 잡아 권할 리 업스니 그를 슬허 하노라. ~임제(林悌;1549~1587) <해설> 푸른 풀이 우거진 곳에서 잠자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누워 있는가? 젊고 아름답던 그 얼굴은 어디로 떠나보내 백골만이 앙상하게 묻혀 있단 말인가. 이제..
활 지어 팔헤 걸고 칼 가라 녀폐 차고 鐵瓮城外에 통개 볘고 누어시니 보완다 보괴라 솔의에 잠 못드러 하노라. ~임진(林晋)~ <해설> 활에 시위를 얹어 팔에 걸고 칼은 잘 들도록 갈아서 옆에 차고 철통같이 견고한 성가에서 전통을 베고 눈을 붙이고자 하련만 졸음을 쫓는 ‘보았느냐 보았다’ 군..
건곤이 有意하야 남아를 내였더니 세월이 無情하야 이 몸이 늙어 셰라 공명이 在天하니 슬히 므삼하리오. ~이름 모름~ <해설> 하늘과 땅이 뜻을 갖고서 사내대장부를 세상에 낳게 하셨는데 세월이 너무도 무정하여 벌써 이 몸이 늙었구나, 공명이라는 건 모두 하늘에 달린 것이므로 그것을 한탄할 ..
時節이 太平토다 이 모미 한가커니 竹林 深處에 午鷄聲 아니런들 깁히 든 一場 華胥夢을 어느 벗이 깨오리 ~성혼(成渾;1535~1598) <해설> 시절이 태평하며 아무 일잉 없도다. 이 몸이 한가하거니와 대나무 숲 깊은 곳에서 누워있는 나에게 만일 한 낮의 닭 울음소리가 아니었던들 깊이 들은 이 좋은 꿈..
高山九曲潭을 사람이 모르더니 誅茅 卜居하니 벗님늬 다 오신다 어즈버 武夷를 상상하고 學朱子하리라 ~이이(李珥;1536~1584) <해설> 고산의 아홉 구비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초막을 짓고 사니 벗들이 찾아보는구나, 아 주자께서 공부하던 무이땅을 상상하며 나도 ..
간나희 가는 길흘 사나희 에도드시 사나희 네는 길흘 계집이 츼도드시 제 남진 제 계집 아니어든 일흠 뭇디 마오려 <해설> 아낙네가 길을 가고 있을 때 남자가 그 길을 돌아가듯이 또 남자가 가는 길을 아낙네가 피하고 비켜 가듯이 그렇게 서로 남녀유별을 지켜야 하며 만일 자기 남편이거나 자기..
말리 말리 하되 이 일 말기 어렵다 이 일 말면 一身이 한가하다 어지게 엊그제 하던 일이 다 왼 줄 알라라. ~권호문(權好文;1532~1587) <해설> 그만 두겠다 그만 두겠다 하지만 세속의 욕망을 끊기는 어렵다. 세속적인 욕망을 끊어버리면 그 한 몸은 한가한 것이다. 아, 엊그제까지 하던 일이 다 잘못임..
태산이 놉다 하되 하늘 아래 뫼히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업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흘 놉다 하더라 ~양사언(楊士彦;1517~1584) <해설> 태산이 아무리 높은 산이라고 해도 역시 하늘 아래 있는 산이 아닌가, 만일 그 높다는 산도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못 올라갈 것이 없건만 사람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