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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山이 夕陽을 띄고 江心의 잠겼는듸 一竿竹 빗기 들고 少艇의 안자시니 天公이 한가히 너겨 달을조차 보내도다 ~유자신(柳自新;1533~1622)~ <해설> 가을의 산이 저녁놀로 물든 강물에 잠기었는데, 낚시대를 드리우고 조그마한 배에 앉아 있으려니까 하느님이 너무 한가하다고 여기셨던 모양으로 달..
초방석 내디 마라 락엽윈들 못안즌랴 솔불 혀디 마라 어제 딘 달 도다 온다 아희야 박주 산채일망정 업다 말고 내어라. ~한호(韓濩;1543~1605)~ <해설> 짚으로 만든 방석을 일부러 내놓을 것 까지는 없다. 떨어진 낙엽인들 못 앉겠는가, 관솔불을 쓸데없이 켜지 마라. 어제 진달이 돋아 오르고 있으니까..
牕外三更細雨時에 兩人心思兩人知라 新情이 未洽한듸 하늘이 장차 밝아온다 다시금 羅衫을 뷔여 잡고 뒷기약을 정하더라. ~김명원(金命元;1534~0602)~ <해설> 깊은 밤중 창밖에서 소리없이 이슬비가 내리고 있을 때 두 사람의 깊은 속마음은 오직 두 사람만이 알 뿐이다. 그 새롭기만 한 정이 아직도 ..
한산섬 달 밝은 밤의 戍樓의 혼자 안자 큰 칼 녑회 차고 깁흔 시름 하는 次에 어디서 一聲 胡茄는 내의 애른 긋느니 ~이순신(李舜臣;1545~1598)~ <해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변방 수자리 망루에서 적병을 막고자 외로이 앉아 큰 칼을 차고 깊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어디서 한 곡조의 피리소리가 들려..
노프나 노픈 남게 날 권하야 올려두고 이보오 벗님네야 흔드디나 마르되야 나려뎌 죽기는 섧디 아녀도 님 못 볼가 하노라. ~이양원(李陽元;1526~1592)~ <해설> 높으나 높은 나무에 나를 권하여 올라가게 해놓고 여보시오 벗님네들이여 제발 그 나무를 흔들지나 마시구료, 내가 그 나무에서 떨어져 죽..
金烏 玉兎들아 뉘 너를 쫓니관듸 구만리 長天의 허위허위 단니는다 이후란 십리에 한 번씩 쉬여 더듸 더듸 니거라 ~이름 모름~ <해설> 해야 달아 누가 너를 쫓아 몰아오기에 넓은 하늘을 그렇듯 허위허위 다름 질을 치느냐? 이제부터는 그러자 말고 십리마다 한 번 쉬고 쉬엄쉬엄 더디 가려무나. 오..
靑草 우거딘 골에 자는다 누엇는다 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만 무텄는다 盞 잡아 권할 리 업스니 그를 슬허 하노라. ~임제(林悌;1549~1587) <해설> 푸른 풀이 우거진 곳에서 잠자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누워 있는가? 젊고 아름답던 그 얼굴은 어디로 떠나보내 백골만이 앙상하게 묻혀 있단 말인가. 이제..
활 지어 팔헤 걸고 칼 가라 녀폐 차고 鐵瓮城外에 통개 볘고 누어시니 보완다 보괴라 솔의에 잠 못드러 하노라. ~임진(林晋)~ <해설> 활에 시위를 얹어 팔에 걸고 칼은 잘 들도록 갈아서 옆에 차고 철통같이 견고한 성가에서 전통을 베고 눈을 붙이고자 하련만 졸음을 쫓는 ‘보았느냐 보았다’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