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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덥고 窓을 여니 江湖에 배 떠있다 往來白鷗는 무슴 뜻 머것는고 앗구려 功名도 말고 너를 조차 놀리라 ~정온(鄭蘊;1569~1640)~ <해설> 책을 읽다가 머리를 식히고자 창문을 열어보니 호수에 배가 떠 있었다. 그리고 높게 낮게 나는 저 갈매기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서라, 학문을 닦아 이..
뒷 뫼히 뭉킨 구름 앞 들해 펴지거다 바람 불디 비 올지 눈이 올지 서리 올지 우리는 뜻 모르니 아므랄 줄 모로리라 ~정훈(鄭勳;1563~1640)~ <해설> 뒷산 위 시커멓게 뭉친 구름이 어느덧 앞들을 덮듯이 퍼져왔다. 저렇게 구름이 험악하니 장차 바람이 불지, 비가 올지, 눈이 날릴지, 또는 서리가 내릴지..
碧海 竭流後의 모래 모혀 섬이 되야 無情 芳草는 해마다 푸르로되 엇더타 우리의 王孫은 歸不歸를 하느니 ~구용(具容)~ <해설> 푸른 바닷물이 다 말라버린 뒤 모래가 모여 섬이 되고, 무정한 방초는 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다시 푸르러지는데, 어쩐 일로 우리의 왕손은 한 번 가고는 다..
首陽山 나린 물이 夷齊에 怨聲되야 晝夜 不息하고 여흘여흘 우는 뜻즌 至今에 爲國忠誠을 못늬 슬허하노라 ~홍익한(洪翼漢;1580~1637)~ <해설> 저 백이와 숙제의 두 형제가 옛 임금을 사모하고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숨어 살은 수양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물이 아니라 이제의 원한어린 눈물..
天地로 帳幕 삼고 日月로 燈燭삼아 北海를 휘여다가 酒罇에 다혀 두고 南極에 老人星 대하여 늙을 뉘를 모롤이라 ~이안눌(李安訥;1571~1637)~ <해설> 하늘과 땅을 장막 삼고, 해와 달로 등불을 삼으면서 북녘의 바다를 끌어다가 술통에 담아두고서, 남극의 노인별을 대하고 있노라면 늙을 때를 모르리..
金爐에 香燼하고 漏聲이 殘하도록 어듸가이셔 뉘 사랑 밧티다가 月影이 上欄干캐야 脈바드라 왓느니 ~김상용(金尙容;1561~1637)~ <해설> 금향로에 사른 향도 다 타버리고 물시계 소리도 이제는 거의 바닥이 난 듯 밤이 깊었는데, 어디 가서 뉘하고 사랑을 즐기다가 오는 것인지 달그림자가 난간 위까..
空山이 寂寞한듸 슬피 우는 저 杜鵑아 蜀國興亡이 어제 오늘 아니여늘 至今히 피나게 우러 남의 애를 긋나니 ~정충신(鄭忠信;1576~1636)~ <해설> 산이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한데 슬피 우는 저 두견새야, 촉나라가 망하고 흥한 것이 벌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지금까지 피나게 울어서 듣는 사람의 ..
뎨 가는 뎌 샤공아 배 잡고 내 말 들어 順風 만난 후의 가더라 아니가랴 於思臥 中流에 遇風波하면 업더딜가 하노라 ~이시(李蒔;1569~1636)~ <해설> 저기 있는 저 사공아, 배를 멈추고 내 말을 들어라 순풍을 만난 뒤에 가도 괜찮지 않겠느냐, 가다가 중간에서 풍파를 만나 엎어질까 염려스럽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