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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고려말 문신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다. 잠을 뒤척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서글피 울고 있는 소쩍새를 바라보는 심정을 읊은 것인데 가사에 녹아 있는 깊은 정서를 맛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불면증이 불후의 명..
조선조 황희 정승은 한없이 어질고 청렴했지만 강직함 또한 갖고 있었다. 아들인 항치산이 호조판서 때 새 집을 지었을 때와 6진을 개척한 김종서가 거만한 태도를 보였을 때 그들을 크게 꾸짖은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고려 왕조에서 벼슬을 한 그는 조선조 태조 때부터 4대의 임금을 모시고 세종 대..
딜(deal)과 바겐(bargain)이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둘다 거래나 흥정을 뜻하는 말로 ‘빅딜’과 ‘바겐세일’ 같은 용어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어쩌면 빅딜은 우리 경제의 뼈아픈 추억으로, 바겐세일은 싼값에 사는 기회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세상을 등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의..
겨울은 온 신경이 경직되는 계절이지만, 육안으로 쉽게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엔 4계절 중 맑은 날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굳이 별을 보기 위해 강원도 산자락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 자주 보이는 별자리는 쌍둥이, 오리온, 황소, 마차부, 큰 개, 작 ..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장점은 부지런하다는 데 있다. 얼마나 부지런한지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도 ‘빨리빨리’라고 한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와 같은 기질을 잘 알고 국제 사회에서 국가번호로 ‘82’를 줬을까. 웃음이 나오는 이..
아랍에서 발흥한 이슬람, 사라센 제국이 맹렬한 기세로 뻗어 나가던 8세기, 사라센 기마병들은 반달칼을 휘두르며 중앙 아시아까지 내달렸다. 흙먼지를 날리며 스텝(사막 주변에 펼쳐져 있는 초원지대)을 내달리던 그들은 어느 날 문득 말고삐를 잡았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길도 까마득했지만 앞..
동이 텄다. 눈을 덮어 쓴 산꼭대기가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산 그림자는 들판에 길게 누웠다. 하얗게 내린 서리가 햇살에 은가루처럼 반짝이고 웅덩이의 얼음은 번들거린다. 초가집 흙벽이 햇살을 잡자 아이들이 옷깃을 여미며 옹기종기 처마 밑에 포개어 선다. 초가지붕 위로 ..
서남아시아 페르시아만의 작은 나라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쟈, 후자이라, 아즈만, 움 알콰인, 라스 알하이마 등 이름도 생소한 7개의 토후국으로 구성된 연합공화국이다. 이전에는 농업과 유목민, 일부지만 진주 잡이로 인한 부의 근원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해적의 요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