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醉케 먹고 오다가 空山에 지니 뉘 날 매오리 天地卽衾枕이로다 狂風이 細雨를 모라 잠든 나를 깨와다 ~조준~ <해설> 술을 취하게 마시고 돌아오다가 아무도 없는 산 속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누가 잠든 나를 감히 깨우겠는가, 하늘이 이불이고 땅이 베개로구나. 그러난 사나운 바람이 가는 비..
내해 좋다 하고 남 슬흔 일 하디 말며 남이 한다 하고 義아녀든 좃디 마라 우리는 天性을 딕히여 삼긴 대로 하리라 ~변계량(卞季良;1369~ 1430)~ <해설> 나에게 하기 좋다고 남에게 싫은 일을 하지 말며, 또 남이 한다고 하여도 그것이 의로운 일, 옳은 일이 아니거든 따라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타..
仙人橋 나린물이 紫霞洞 흐르로니 반천년 왕업이 물소리 뿐이로다 아히야 고국흥망을 무러 무삼하리오 ~정도전~ <해설> 선인교 아래 흐르는 물이 자하동을 지나가는데 따지고 본다면 오백년의 왕업도 저 물소리만 남겼구나, 그러니 지나간 고려의 흥망을 물어 무엇 하겠는가. ◈ 배경 우왕 14년 최..
흥망이 有數하니 滿月臺도 秋草로다 五百年 王業이 牧笛에 부쳐시니 夕陽에 지나는 客이 눈물겨워 하드라 <해설> 흥하고 망하는 것이 다 운수가 있는 것이어서 그 옛날 화려했던 대궐인 만월대도 가을풀이 우거져 쓸쓸하기만 하다. 오백년의 사직을 이어 내려 온 빛나는 왕조의 자취..
五百年 都邑地를 匹馬로 도라드니 山川은 依舊하되 人傑은 간데없네 어즈버 太平煙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길재(吉再;1353~1419)~ <해설> 고려 오백년의 서울이었던 땅을 다만 한 필의 말에 몸을 싣고 들어오니, 산천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건만 인걸은 다 죽어 보이지 않는구나, 아아 태평하던 그..
碧海竭流後의 모래 모혀 셤이되야 無情 芳草는 해마다 푸르로되 엇더타 우리의 왕손은 귀불귀를 하느니 <해설> 푸른 바닷물이 다 말라버린 뒤에 모래가 모여 섬이 되고 속절없는 풀과 꽃은 해마다 다시 그 철이 되면 푸르러지는데 어떤 일로 우리의 왕손만은 한 번 가고는 다시 오지를 못하는가? ..
백설이 자자딘 골의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늬 곳의 피였는고 석양의 홀노 셔이셔 갈곳 몰라 하노라 ~이색(李穡;1328~1399) <해설> 흰 눈이 녹아 없어진 골짜기에 구름이 또한 험악하게 일어나는 구나. 꽃 중에 열녀라고 하는 보기에도 반가운 매화꽃은 어느 곳에 피었을까? 다 기울어진 날..
錄耳箱蹄 살지게 먹여 시냇물에 싯겨타고 龍泉雪鍔을 들게 가라 두러메고 장부의 위국 충절을 세워 볼까 하노라 ~최영(崔瑩;1316~1388)~ <해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이름난 말 녹이나 상제 같은 말을 살찌게 먹여서 더욱 기운 내게 하고 시냇물에 잘 씻겨 타고 용천의 서릿발 같은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