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감독 ~ 한재림

출연 ~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백윤식

 

 

이조시대 관상 이야기에 대한 영화다. 관상가 내경의 말을 빌리면 얼굴을 보고 과거를 읽어내고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면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다는 ‘관상’이라는 소재를 다룬 것이다. 하지만 사실 관상이라는 소재가

주는 흥밋거리를 빼놓고 보면 이 영화는 그 동안의 드라마나 영화로도 많이 나타난 역사 이야기에 양념을

 

맛깔스럽게 가미한 볼거리라 해도 될 것이다. 주인공인 내경은 보는 직업인 관상가이고, 그 보는 능력 때문에

한양으로 가게 되고 또 권력의 중심에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며 앞날의 역도들을 색출해내기 위해 권력가들의

얼굴을 보는 일을 맡게 되어 당대의 권력가인 수양대군을 보고는 그의 왕위 찬탈 음모를 저지하려 갖은 노력을

 

하게 된다. 영화는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권력 다툼 속에서 실질적으로는 그들의 뒤에 서 있는 내경과 한명회... 

얼굴을 보려는 자와 얼굴을 숨기려는 자의 대결로 그려진다. 결국 한명회가 당대 최고의 관상가인 내경보다

수가 훨씬 높은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한명회는 얼굴 한 번 나타내지 않고 시대의 역사를 바꾸는 반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 그러나 한명회의 계략에 넘어가 김종서의 계획을 수양대군에게 누설하는 팽헌은

김종서가 진형의 눈을 멀게 했다는 판단에 그저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어 수양대군한테 김종서의 계획을 일러

바치는 인물이 되고, 내경과 팽헌, 진형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각 자신들이 본 것과 말한 것에 의해 저마다

 

다른 결과를 맞게 된다는 이야기로 꾸며진다. 그리고 수양이 김종서를 죽이는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재구성하면서

이 영화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다. 진형은 자신이 한때 저잣거리에서 보았던 상인에게 돈을 갈취하고,

상인의 부인을 성추행까지 하는 관리의 부패를 그저 넘기지 못하고 임금에게 상소함으로써 결국 눈이 멀게 된다.

 

내경은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겪으면서 역사와 운명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관상을 보던 눈이 바다의 크고

작은 파도를 바라보면서 더 큰 흐름, 즉 역사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제 내경은 칼보다 더 무서운 힘이

생겨난 것이다.

 

막연히 미래의 흉복을 얘기하던 것이 이제 역사를 얘기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경이라는 인물은 이 운명론의 관상이야기를 역사를 읽는 눈으로

성장시킴으로써 역모를 성공시키고 권력의 실세를 누린 한명회가 “나의 상은

 

어떤가 하고 묻는 궁금증에 내경은 “참으로 기이하다. 얼굴은 천한 상인데

고귀하게 보이니... 하지만 마지막이 안 좋다. 목이 날아갈 상이다.”라고 말을

하였는데... 수양이 죽고도 20년이나 더 살은 한명회가 “관상은 그저 얼굴 보는 것일 뿐이지 않은가,

 

나는 관상쟁이 말처럼 목이 잘리지 않고 지금까지 살았다.”고 말하였지만 그러나 한명회는 살아생전은

아니라도 사후에 부관참시 됐으니 내경의 관상은 무섭게도 한명회 목을 역사가 잘라버린 먼 훗날의 일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이번 추석 연휴에 아들 며느리와 같이 찾은 영화관은 다음 시간 영화까지

 

매진되어 무려 3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표를 구입하였다. 그 시간동안 백화점과 마트 구경을 하고,

이른 저녁 식사까지 하면서 기다리다 본 영화였지만 출연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가 영화에 몰입하도록 하는

바람에 기다린 3시간 반의 지루함은 어디로 날라갔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재미있게 관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