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지리산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11. 1. 24. 22:25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산 좋고 물 좋으면 돗자리부터 깔았고 텐트 치고 잠을 잤다. 그러나 2007년

    국립공원 대피소 사전예약제가 시작되면서 적어도 국립공원 안에선 무절제한 취사와 야영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국립공원 안에서 취사와 야영은 오로지 대피소에서만 허락되었고, 대피소 사전예약도

     

    철저히 관리되었다. 생태관광을 위한 최소한의 규율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국내 국립공원엔 대피소가

    모두 19개 있다. 이 중에서 숙박 가능한 대피소가 11개다. 이 11개 중에서 8개가 지리산 국립공원 안에

    몰려 있다. 지리산 능선 종주가 2박 정도 대피소 생활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노고단 고개부터 천왕봉까지

     

    주능선만 25.5㎞ 거리다. 이 능선 위에 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 등 대피소 5곳이 들어서 있다.

    지리산 대피소 8곳 중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대피소는 모두 6곳이다(피아골·치밭목은

    민간 임대). 그 6개 대피소를 책임지는 팀장급 6명이 노고단 대피소에 모였다. 대부분 근무 경력 20년

     

    안팎의 베테랑이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대피소 풍경을 재구성했다. 국내 생태관광 최전선의

    생생한 사례 보고다.

     

    ♣ 대피소 25시 

    노고단 대피소 내부 모습대피소 사전예약제가 정착되면서

    능선 위에서 텐트는 사라졌다. 십 년쯤 전만 해도 노고단

    일대엔 500동이 넘는 텐트가 장사진을 이뤘다. 대신 요즘엔

     

    비바크(Vivak)가 성행한다. 장비가 워낙 좋아, 텐트가 없어도

    노숙이 가능해졌다. 골칫거리는 산악회 안내산행이다. 산악회

    대장이 되면 자신이 샛길 하나쯤은 안내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대규모 산행은 산을 망치는

    행위다.

     

    노고단은 성삼재 주차장부터 길이 잘 닦여 외려 문제다. 탐방객이라기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하이힐 신은 아가씨, 슬리퍼 끌고 다니는 아저씨, 유모차 끌고 나타난 엄마까지 노고단에 올라온다.

    여름 성수기엔 화장실을 청소할 시간도 없다. 화장실 앞에 온종일 줄이 서 있어서다. 노고단은 해발

     

    1500m 고지에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고산에 오르는 마음가짐이 없다. 대피소 규칙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대피소는 오후 9시면 일제히 소등한다. 한 방에서 50명 이상이 한꺼번에 잔다. 그러나 남녀는,

    부부여도 나란히 잘 수 없다. 술은 팔지 않는다.

     

    ♣ 대피소는 산장이 아니다 

    대피소는 문자 그대로 대피소다. 대피소는 고산지대에서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용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대피소는 산장이 아니다. 숙박업소가 아니란 얘기다. 대피소는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있다.

    불편한 건 감내해야 한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화장실도 불편하다. 컵라면 같은 일회용 음식은 대피소에서

     

    팔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피소는 물이 부족하다. 고산지대여서 어쩔 수 없다. 벽소령이나 장터목이 유독

    심하다. 먹는 물도 모자란 판이니 씻는 것도 줄여야 한다. 설거지도 삼가야 하고 머리 감는 건 금지다.

    아직도 사전예약 없이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대피소 입장에선 돌려보내기도 어렵다. 여기 아니면

     

    잘 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로에도 재우고 취사장에서도 재운다. 지리산 대피소 8곳이 하룻밤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738명이다. 세석이 190명으로 가장 많고, 장터목(135명)·벽소령(120명)·노고단(108명)

    순이다. 그러나 여름 성수기엔 대피소마다 500명씩 몰려든다. 이럴 땐 처마 밑에서라도 재워야 한다.

    사전예약제를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 종주가 산행 전부는 아니다 

    종주 산행은 절대로 가벼운 나들이가 아니다. 지리산에선 한 해 평균 120여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대부분 체력이 떨어져 생긴 사고다. 지리산은 경사가 급해 심장마비 사고가 잦다. 지난해 발생한 사망사고

    6건 가운데 4건이 심장마비였다. 지리산 종주가 산행의 전부는 아니다. 종주 산행을 꿈꾼다면 종주 산행에

     

    맞는 채비를 갖춰야 한다. 우선 체력이 돼야 하고, 규칙을 엄수해야 하며,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한다. 요즘엔

    종주에 도전하는 가족도 많다. 그러나 종주는 아무래도 아이에겐 벅차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리산 종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지리산엔 종주 말고도 좋은 코스가 많다. 지리산 둘레를 따라 난 숲길도 좋다. 당일

     

    산행 코스도 적극 추천한다. 이른 아침 지리산에 들어오면 노고단∼뱀사골 코스나 중산리∼백무동 코스로

    지리산을 경험할 수 있다. 지리산에서 자고 싶으면 산 아래 야영장이나 숙박업소를 이용하자. 뱀사골 하류에

    대형 숙박시설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대피소 이용방법 대피소 사용 15일 전부터 하루 전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1명당 4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요금은 이달 말까지 1인당 8000원, 다음 달부터 3월까지 7000원. 담요 1장 대여료 1000원.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는 산불조심기간으로 주능선 등 17개 탐방로 109㎞ 구간이 통제되며, 대피소도 노고단과

    장터목만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

                                                                                                                        ~ 중앙일보 ~

    '일탈 > 가보고 싶은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에 숨어 있는 곳  (0) 2011.08.10
    두 물이 만나 하나가 되는 길  (0) 2011.07.21
    여행과 음식  (0) 2010.11.04
    제주도 거문 오름  (0) 2010.10.18
    경주  (0) 2010.10.1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