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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거문 오름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10. 10. 18. 22:40

     

    제주도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은 모두 세 곳이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거문

    오름이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한참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명승지였다.

    한데 거문오름은 아직 낯설다. 제주도에 있는 오름(기생화산) 368개 중에서 거문오름만 세계자연유산으로

     

    뽑힌 이유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week&이 집중 기획 ‘자연 나들이’ 첫 번째 순서로 거문오름을 다녀온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거문오름이 간직한 가치를 알고 싶었고, 거문오름에 배어 있다는 태고적 비밀이 궁금했다.

    그 가치와 비밀을 찾아 거문오름을 올랐다. 거문오름 분화구 내부를 걷다 보면 수시로 만나는 곶자왈. 바위

     

    위에 뿌리를 내려 곶자왈의 나무는 늘 휘어져 있거나 가늘다.  

     

     

    거문오름 탐방안내소에서 선흘2리 김상수(50) 이장을 만났다.

    week& 취재팀을 위한 자연유산 해설사다. 거문오름 문화해설사는

    모두 15명인데, 13명이 선흘리 주민이다. 명색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데 단순한 길 안내도 아니고 동네 어르신이 해설을 맡아도

    되는지 은근히 의심이 들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모두 자연유산

    해설사 코스를 이수한 전문가입니다. 거문오름을 둘러싼 역사는 물론이고, 온갖 꽃과 나무 이름, 지질학적

     

    현상까지 공부를 마쳤습니다. 외국어가 되는 해설사도 여럿입니다.” 

     

    거문오름에 들어섰다. 삼나무 숲이 우거지다. 직전까지 작렬했던 햇빛이

    이 안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사위가 제법 어둡다. 거문오름은 신령스러운

    오름이란 뜻이다. ‘거문’은 왕을 뜻하던 ‘검’에서 파생한 단어다. 안에 들어

     

    서면 검은 숲이 펼쳐진다는 뜻도 포개져 있다. 다리를 건너던 김 이장이

    다리 아래 계곡을 손으로 가리킨다. “용암협곡입니다. 제주에서 가장 긴

    용암협곡입니다. 거문오름 굼부리(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협곡을

     

    따라 14㎞ 떨어진 용암동굴 지대까지 흘러 내려갔습니다.” 바로 여기가

    거문오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된 증거가 되는 장소다. 화산 폭발로 거문오름이 생겼고, 거문오름

    에서 흘러나온 용암으로 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도 생겼다. 그러니까 거문오름은 제주 용암동굴의 자궁이다.

     

    김 이장이 협곡 바위에 맺힌 이슬방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나오는 물은 30년 전의 물입니다.

    오랜 세월 땅 속에 스며 있다가 해안에 가까워지면 물이 이렇게 지상으로 나옵니다. 제주도 물이 특별히

    좋은 이유입니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지요.” 

     

    거문오름은 데크로드 탐방로가 잘 돼 있다. 데크로드가 아닌 곳은 흙길인데,

    여느 흙길보다 발바닥에 와닿는 느낌이 부드럽다. 살짝 물렁댄다고 할까.

    “곶자왈이어서 그럽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곶자왈을 제주도의 원시림 정도로

     

    설명합니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자갈을 뜻하는 ‘자왈’이 합해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갈 더미 숲이란 뜻이지요. 저기 보세요. 죄다 자갈밭

    이잖습니까. 그 돌 위에 흙이 덮였고 그 흙 위를 지금 걷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있는 돌은 물론 화산 폭발로 인해 생겼지요.” 김 이장이 가리킨 곳은

    온통 바위투성이였다. 놀라운 건 그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릴 수

    없어 여기의 나무 뿌리는 바위를 감싸고 있거나 흙 위에 드러나 있었다. 일부러 조성한 삼나무가 아니면,

     

    곶자왈의 나무는 한결같이 기울어져 있거나 굴곡이 심했다. 김 이장은 “다른 데에서 1년이면 자라는 나무의

    키가 여기에선 3년이나 걸린다”고 덧붙였다. 풍혈도 있었다. 바람구멍이라고 해서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엔 따뜻한 바람이 바위 사이에서 나오는 지형이다. 풍혈 입구는 사시사철 기온 11도를 유지한다. 뭍에도

     

    풍혈로 유명한 지역이 몇 군데 있는데, 모두 화산 활동과 관련이 있다. 35m 깊이의 수직동굴, 용암과 함께

    분출됐다가 바위에 그대로 박힌 화산탄도 거문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화산 지형이다. 거문오름은 진귀한

    식물로 가득했다. 자연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된 덕분이겠지만, 거문오름은 자체로 열대식물 북방한계와

     

    한대식물 남방한계가 만나는 지역이다. 하나 김 이장은 탐방객이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야생식물을 설명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신이 나서 열심히 설명했더니 죄다 뜯어가는 바람에 아예 모르면 안 뜯어가겠거니 하는

    바람으로 입을 다문다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탈을 낸다. 거문오름에서 발견한 뜻밖의 인기척은,

     

    일본의 것이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본군 6000여 명이 이 거문오름 안에 기어들어와 주둔한

    적이 있었다. 연합군과의 마지막 일전을 대비하기 위해 이 오지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일본군 진지와 주둔지, 그리고 병참도로 터까지. 전국 어디를 가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

     

    거문오름 능선을 올랐다. 능선 위에 올라서니 말발굽 모양으로 길게 누운 굼부리가 내려다보였다. 겉으로 보기에

    굼부리는 울창한 숲의 모습이었다. 능선 위에서 거문오름이 간직한 태고적 신비를 가늠하는 건 쉽지 않았다. 능선

    너머 중산간지대 오름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여태 수많은 오름을 올랐다. 하나 지금은 무언가 달라 보였다.

     

     

    거문오름 탐방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최소 이틀 전에 예약을 마쳐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0분마다

    출발하니까, 하루에 일곱 번 출발하는 셈이다. 하루 탐방 인원은 300명. 등산 스틱을 사용할 수 없고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다. 음식은 식수만 허용된다. 탐방 코스는 두 가지다.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분화구 코스와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정상 코스. 분화구 코스에만 자연유산 해설사가 동행한다. 탐방안내소부터 태극 모양으로

    이어진 분화구 코스와 정상 코스를 모두 걸으면 10㎞ 거리다. 입장료ㆍ주차료 무료.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064-784-0456.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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