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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 '하회' 마을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10. 9. 14. 10:45

     

     

    물이 돈다’하여 ‘하회(河回)’라 했던가. 안동의 하회마을은 그 지형에서부터 고집스런 마을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태백산에서 뻗어

    나온 화산(花山)의 원만한 구릉을 따라 자리 잡은 마을을 낙동강의 물줄기가 둥그렇게 휘돌아 나간다. 산과 물이 둘러싼 하회마을은 마치

    그 경계를 따라 봉인되어, 외부와는 동떨어진 그네들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조선 사대부가의 뿌리 깊은 자부심이 살아 숨쉬는

    하회마을, 그 멈춰 버린 시간 속으로 떠나 보자.

    ♣ 조선시대의 전통이 생생히 살아 숨쉬는 마을


    “마을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줄을 밀치고 들어오시는 분이 계신데, 그러지 마시고 잘

    다녀가십시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경고문 치고는 참 정중하고 예의 있다. 기와집

    사이 한 골목 입구에서 발견한 문구, 동아줄로 된 경계를 넘는 이는 다행히 없다.

     

    또박또박 써내려 간 붓글씨의 필체에서 양반의 기품마저 느껴진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년 간 대대로 살아온 뿌리 깊은 동성부락이다. 풍산 류씨는 고관대작들을

    배출한 사대부 가문으로 조선시대 대표적 유학자인 겸암 류운룡,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형제가 특히 이름 높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 유산이기도 한 하회마을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하회마을에는

    풍산 류씨의 후손 150여 호가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이 생활하는 가옥 중 12개가 보물이나

     

    중요민속자료다. 외지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고 나는 곳에서 생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터. 실제로 마을 사람들은 많은 불편과 제약을 감수하며 묵묵히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보이는 전통이 아닌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전통이 느껴진다. 하회마을 입구에서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하동고택(河東古宅). 마을의 동쪽에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 고택은 초가집인 대문채, 기와집인 사랑채와 안채가 활궁(弓)

    자형으로 이어져 있다. 양반의 저택임에도 초가집이 들어선 이유가 “세상의 모든 것은 한 차례 융성하면 한 차례 쇠락하므로, 욕심을 내어

    전부를 채우려 말고 부족한 가운데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란다. 초가집 마루에 앉아 기와를 올려다보며 그 가르침을 가만히

    읊조려 본다.


    ♣ 기풍과 위엄이 풍기는 사대부가 풍경

     

    흙으로 쌓은 판담 골목을 지나 들어가면 마을 안쪽에 양진당과 충효당이 마주하고 있다.

    양진당(養眞堂)은 풍산 류씨의 대종택으로 사랑채엔 ‘입암고택(立巖古宅)’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겸암 류운룡의 부친 입암 류중영의 호를 따서 그렇게 불린다는데, 뼈대 깊은

     

    류씨 집안의 후손들이 대대로 제사를 올리는 곳이라고 한다. 마주한 충효당(忠孝堂)은

    서애 류성룡의 종택,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는 그의 뜻을 새겨 충효당이라

    이름 붙었다. 조선시대 중엽의 전형적인 사대부 집으로 대문간채, 사랑채, 사당 등 52칸의

     

    방이 있는 대저택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이곳을 찾은 일화는 유명하다. 여왕은

    충효당 안채에서 풍산 류씨의 종부에게 차를 대접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아, 여기가

    가장 한국적인 저택이구나’하고 낯선 곳에서의 티타임을 기대하며 무심코 구둣발을 올리던

     

    여왕에게, 종부는 당당히 “신발을 벗어 예를 지켜야 합니다”라고 말했단다. 여왕은 기꺼이

    그 자리에서 웃으며 구두를 벗고, 마루를 밟았다. 사대부가의 위엄 앞에선 제아무리 영국의

                                                                   여왕이라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 유유자적하게 즐길 수 있는 하회의 풍류와 해학

     

    하회마을에는 지금도 강에 나룻배가 뜬다. 하나 둘 사람들이 걸터앉아,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어지면 그제야 사공이 노를 젓기 시작한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내린 곳은 부용대

    절벽 아래, 큼지막한 돌을 맞대 올린 가파른 계단을 따라 부용대 꼭대기에 오르면 하회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부용대를 내려와 만난 것은 그 유명한 하회탈. 탈을 쓰고 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온전히 서민들만의 축제였다고 한다. 탈을 쓴 광대가 양반을 꼬집고 풍자

    하며 한바탕 질펀한 놀이마당을 즐겼는데, 이때는 광대가 양반에게 수작을 걸기도 했다니,

     

    명망 높은 하회마을의 사대부는 아량의 미덕까지 겸비했던 모양이다. 하회탈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예술성과 인체공학적 설계를 자랑한다. 양반탈은 위로 향하면 ‘허허’ 웃는 얼굴,

    아래로 향하면 무섭게 성난 얼굴로 표정이 변하며, 각시탈은 눈을 흘기는 교태가 가능하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하회마을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방문객들이 늘면서 직접

    체험하고 생활할 수 있는 민박집도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시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하회마을에 오면 누구나 양반이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서 “이리 오너라~”하고 외쳐 보자.

                                                                  어떤가, 자부심 강한 사대부답게 목소리와 자태에 위엄이 서지 아니한가!

    ♣ 하회마을 투어 가이드


     



      

    안동역에서 하회마을까지는 차로 30~40분 거리.

    순회하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표대로 운행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체크하는 것이 좋다. 하회마을을 돌며 친절한

     

    해설을 듣거나 외국인 관광객 통역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하회마을관광안내소를 방문해보자. 마을 곳곳을 살필 수

    있는 자세한 지도와 안내서를 얻을 수 있다.
      

                             ~ 기아웹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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