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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연휴에 오른 민주지산
    건 강/등산 사진 2010. 9. 25. 22:03

     

     

    추석연휴에 오를 산을 민주지산으로 정했다. 오래전에 우리나라 특공부대원들이 동계 훈련을 받던 중 6 명이

    동사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부터 도대체 어떤 산이길래 특공부대 병사들이 동사까지 당했는가 궁금하여 해마다

    가본다 하면서도 기회가 안 맞아 못 갔었는데.. 이번 추석연휴에는 꼭 가보기로 마음을 다져 먹었다. 미적거리면

     

    또 못 갈 수 있으니 주저하지 않고 바로 배낭을 메었다.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그리고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의 3개 도에 접해 있는 민주지산을 향해 출발했다. 첫날은 민주지산 바로 아래에

    있는 물한리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밝으면 오르기로 했다. 마침 동쪽의 산등성이에서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웃으며 떠오르다 타지의 나그네 보기 부끄러운지 구름 속으로 슬며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 달이 구름

    밖으로 나오기 전에 사진으로 가두고 싶고, 그래서 구름과 달을 감상하고 싶기도 하여. 한 컷 찍었다...

    그러는 사이 산골의 고요한 마을엔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만 조용히 들려오며 적막감과 함께 깊어만갔다.

     

    민주지산 등산로 입구에 물한계곡 소개석이 당당히 서 있다

     

    민주지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산길 입구

     내가 오른 코스의 등산로에는 초입에서부터 정상 밑까지 전부 돌밭길이었다

     

    한참을 올라가다 물한계곡 위에 있는 너무나 맑은 물에 오랫동안 절로 발걸음이 멈추었다

     

    날마다 산을 봐도 볼수록 좋고

    물소리 노상 들어도 들을수록 좋다

    저절로 귀와 눈 맑게 트이니

    소리와 빛 가운데 편안이 있네

     ~ 고려시대 충지스님 ~

     

     

    산속에 이런 다리를 설치해 놓은 것은 산행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이겠지만 미끄럼 타면서 내려가고 징금다리

    삼아 돌맹이 밟고 건너고 엉금엉금 기어올라가는 것도 산을 오르는 즐거운 맛과 기분이 아니겠는지...

    더 이상의 인공 설치물은 없었으면 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가장 자연을 잘 보호하는 것이란 것을

    우리네 인간들은 마음속 깊이 알아야겠다.

     

    물이 너무 맑아 풍덩 들어가고 싶어서, 여름이 그리워지더라

     

    정상까지 올라 갈 동안 거의 이렇게 돌이 깔린 길이었고 흙길은 아예 없어서 밟아 볼 기회도 없더라

     

    3시간 여를 걸어서 마침 저 위에 정상에 정상석이 보인다, 하늘을 본 것도 여기가 처음이고...

     

     

    많이 오고 싶었던 산! 그러면서도 또 못와 본 산! 매년 맞는 추석이지만 이번 추석은 나에게 남다른 그 무엇을

    선물 하면서 기억하게 한다.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르는 것은 맞지만 하나의 산행은 우리네 인생사와 비슷

    하다고 생각된다 오르다 너무 힘이 들면 그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 본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쉬기 위해서다.

     

    쉬다가 내려 가는 일은 결코 없다, 다시 오르기 위해 소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우리 삶이 고달파 힘들 땐 자신이 걸어 온 길을 잠시 돌아 본다, 그러나 그것은 돌아 볼 수 있는 것이지 결코

    되돌아 갈 수 없는 길! 바로 우리네 인생사 길이겠다 생각하면 산을 오르는 것으로 우리는 자신에게 참교훈을

     

    주는 것이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힘들어도 참고 꿋꿋이 오르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상은 가까워

    지고 있을 테니까... 목적한 산의 정상에 서 보면 그 동안 산을 오르면서 고생한 수고와 노력, 인내, 끈기에

    정상이 주는 큰 선물로 우리는 모든 걸 다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전혀 다르게 행복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버릴 수 있는 자연의 순환이리라... 창문을 열어야 새공기가 들어올 수 있고,

    그릇을 비워야 새음식을 담을 수 있듯이, 우리에게 낡은 의식을 버리도록 지혜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 자연이

    그리고 이 산이... 산 이름과 산 높이를 알려주는 정상석을 안고 있으니 만가지 상념이 차 오르는 듯 하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어제밤 묵었던 물한리 마을이 아련하다.

     

    정상에서 김천 방향으로 쳐다본다,

    석기봉(1200m)의 뽀족한 봉우리가 앞에  보이고, 왼쪽으로 삼도봉(1175m)이 보인다

     

    용화쪽을 바라보니 정면에 각호산(1176m) 정상이 손짓을 하고 있다

     

    산 위에서 무주쪽을 바라본다 사방 어느 곳을 돌아보아도 첩첩이 산이다,

    우리나라에 70%가 산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돌아보니 더 많겠다 싶다

     

     

    ‘산은 옹축의 공간이고, 바다는 확산의 공간이다.’ 산속에 들어가면 갈수록 엄마 품 같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어느 산이고 매번 산속을 걷다 보면 마음이 아늑하고 편안해 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이렇게 산에 오면 생각나는 중국시인 이백의 '산중문답' 시 한 부분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問余何事捿碧山 ~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물어봐도

    笑而不答心自閑' ~ 대답 없이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발달된 문명사회에 살아서 문명의 이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그저 깨끗하게 흐르는

    물마시고, 불어오는 청냉한 바람쐬면서, 순수한 냄새가 나는공기를 몸속 깊이 들이마시면, 왜 인생이 사는지

    까닭에 의문을 두지 않아도 되지 싶다. 때가 되면 떨구어 버리는 나무의 잎새처럼 숲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무와 풀들과 흐르는 물에서 진리를 배우며 자연속에 들어가 행복을 만들어서 그 행복을

    누리고, 또 그 행복을 다른이들 한테도 나누어 주면서 살고파 하던 나의 생각이 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완성하기 힘든 숲속의 자연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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