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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을 끓이는 산들바람!여 유/나의 이야기 2010. 7. 31. 10:47
어린이 집 방학 하루 전 짝지가 허벅지에 통증이 있다고 꿍꿍 앓는다. 출근해야 되니 병원에 가보라고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늘 하듯이 우리 작은 천사들을 등원시키기 위해 2시간 여 차량운행을 마치고 아이들의
여름 캠프 준비 단계인 풀장 청소와 물 받기를 오전 꽉 찬 시간으로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물놀이하는 모습들을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하고 나서 귀가했더니 짝지가 끙끙 앓고 있다. 병원엔...? 하고
물었더니 한의원에서 침 맞고 뜸뜨고 했는데 여전히 아프단다. 이튿날 아침 진통제 좀 사오라 해서 7시30분
쯤 나갔더니 병원도 약국도 문 열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의사 처방전으로 약 팔기 전에는 아침 7시에도
문 여는 약국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병원문 여는 시간이 되어야 약국도 따라서 문 여는 가보다.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왔다가 9시가 넘어 약국에 가서 허벅지에 통증이 심하다고 했더니 약사는 2층 통증클리닉에 가서 치료를
받아 보란다. 다시 집에 와서 짝지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치료는 30~40분 정도 걸려 받고 집에 왔는데, 계속
통증을 호소한다. 그런데 왼쪽 다리에 붉은 색의 물집이 많이 생긴다. 알아봤더니 생소하기도 한
‘대상포진’이라고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아래와 같다.
♣ 대상포진
대상포진이란 처음 수두에 감염됐을 때 신경절에 남아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신경을 따라 내려와서 피부에 감염을 일으킨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 발병이유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특히 암등의 질병에 걸리거나 일시적으로 면역 기능이 많이
저하된 경우에 발생할 수가 있다.
♣ 발생 부위와 증상
피부 신경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발생할 수 있으나 통계적으로는 흉부에서 약 50%
이상 나타난다. 증상으로는 몸의 한쪽에 띠 모양으로 군집되어 물집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다른 피부병과는 다르게 통증이 동반된다.
♣ 치료방법
2주 정도 있으면 자연치유 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2차 세균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처치를 병행하여 치료를 한다.
오전에 치료를 받고도 오후에 내과에 가 본다고 나가더니 저녁 때가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의사가 뭐라고 해..?” 하니
“의사가 TV도 보지 말고, 밥도 하지 말고, 설거지도 하지 말고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서 주는 밥 먹고 자고 하라데...”
작은 일 같아도 금방 끝나지 않고 장시간 해야 하는 콩나물 다듬기, 멸치 내장바르기, 마늘 껍데기 까기 등
여자가 하기 힘든 집안일들은 전부 내가 해 오고 있는데도, 모처럼 방학에 좀 편할까 봐 때 맞춰 아프다니...
“그럼 음식은 가리는 것은, 어떤 걸 먹으라고 하는데..?” 하니
“미역국 끓여서 많이 먹으라고 하더라.”해서
알았어 내가 끓여줄게 하고 어디 있는지를 물어
미역을 찾아서 주방으로 가져갔다. 짝지는 소파에 앉아서..
“가위로 짤라라,”
“물에 담궈 놓아라,”
“미역을 팍팍 주물러 씻어라,”
“거품 나온 거 씻어내고 몇 번 더 주물러라.”
“좀 빠락빠락 비벼 씻어라.”
“냄비에 들기름을 둘러라,”
“물기 뺀 미역을 넣고 달달 볶아라.”
우이 씨! 달달 볶이는 것은 미역이 아니라 바로 이 몸이시다!
쌀 씻어 쌀뜨물을 붓고, 간장을 넣고, 다시다를 넣고,.. 그러고 나서 쌀 1컵이면 1, 쌀 2컵이면 2, 눈금이 표시
되어 있는 압력밥솥 스위치를 눌렀다, 솥이 밥 되는 과정을 방송까지 하며 알아서 해주니 일도 아니다. 차라리
눈물 흘리며 아궁이에 머리 처박고 불 때면서 밥을 했으면 수고 했다는 말씀이라도 듣지 밥이 되는 동안 빨랫
감을 안고 세탁실로 나가서 세탁기에 넣고 스위치를 넣으니 지가 알아서 물도 넣고, 세탁도하고, 탈수도하고..
세상 참 좋다! 너무 편한 세상이다! 이건 지가 다 알아서 하니 맡겨두고 다시 국이 어떻게 되었는지 주방으로
갔다. 국이 알맞게 잘 끓고 있었다. 좀 있으니 밥솥이 푸! 하면서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고 말한다. 만사가
다 잘 되었다. 해 보니 나름 재미도 있더라 욕심 안내고 즐거운 맘으로 방학동안 착실히 집 안 일해야겠다.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이들의 그토록 살고파 했던 내일인 것을...'생각하며 설거지를 하는데.
또 짝지가 간섭이다. “고무 장갑 끼고 설거지 해” 나는 원래 뭔 일이든 장갑을 끼고 하는 것에는 익숙치 않다.
나무를 소재로 뭘 만들다가 가시에 찔려서 한 보따리의 지청구를 들었어도... 그래도 장갑을 끼고는 답답해서
못하니 별 수 있나 그냥하고 있는데.. 또 잔소리,
“장갑 안 끼고 해서 주부습진 걸려서 고생해봐야지...”한다.
“걱정 붙들어메! 난 주부가 아니니 주부습진과 거리가 먼께, 남편습진은 없나!” 대꾸하고,
계속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문득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남편이 자기는 매일 직장에 출근하여
고생하는데, 마누라는 하루종일 집에서 편하게 빈둥대는 것 같아서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 신에게
소원을 빌었다. “신이시여, 나는 매일 직장에서 8시간씩 고생하며 일하고 있는데, 집사람은 집에만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출근하여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를 마누라가 알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하오니 신이시여,
꼭 하루만, 정말로 하루만 서로의 육체를 바꾸어서 지내게 해 주십시오.“ 딱하게 여긴 신은 그 남편의 하도
간절한 소원이라 들어주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은 여자가 되었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밥을 짓고, 애들을
깨우고, 옷을 챙겨 입히고,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들려 보냈다. 또 남편을 출근시키고, 세탁물을 거두어 세탁
기에 돌리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고,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을 간식을 준비하고, 저녁 준비를 정신
없이 하고, 저녁 먹은 후에 설거지를 끝내고, 세탁물을 개어 넣고, 애들을 잠자리에 들려 재우고 나니 벌써
밤 9시가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의 하루 일과는 다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파김치처럼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드니, 남편이 그냥 안 자고 섹스를 요구한다, 남편의 요구대로 섹스도 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눈 뜨자 마자 어제 하루 일을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다. 아내가 집에서 이렇게 힘들게,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신에게 부탁하였다. “신이시여, 내가 정말
멍청했습니다. 마누라가 집에서 하는 일을 너무도 모르고 질투하여 그랬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제발 소원이오니 저를 원상으로 회복하여 당장 남편으로 돌려주십시오.“ 그러나 신은 빙긋이 웃으며,
“너는 오늘부터 꼭 10개월 후에야 남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는 어젯밤의 관계로 임신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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