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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구룡포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9. 8. 30. 14:58

     

     

    구룡포에 새벽에 도착했다. 어업전진기지답게 항구는 어선들로 가득하다. 구룡포항 가운데 있는 수협 어판장은 어시장의

    활기를 가득 느낄 수 있다. 들락거리는 배들과 생선장수들의 고함소리로 떠들썩하다. 요즘 구룡포항으로 많이 들어오는

    생선은 꽁치, 문어 등. 어부들은 고기를 잡기 위해 대화퇴(大和堆·독도 북동쪽 공해상의 비교적 수심이 얕은 해저지형) 어장

     

    까지 사나흘씩 걸리는 뱃길을 마다 않고 바다를 헤치며 나아간다. 항구에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갈매기들은 마스트 주위를 빙빙 맴돈다. 부두 한켠에는 사내들은 불가에 둘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소주병 옆에는

    과메기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다. “겨울이믄 구룡포에서는 김치보다 흔한 기(것이) 과메기 아입니꺼. 소주 안주로는 최고지

     

    예. 과메기하고 같이 묵으믄 술을 아무리 마시도 안 취합니더.” 뱃사람들은 연신 소주잔을 들이킨다. “올해 오징어는 별로

    안 잡히는데 꽁치는 풍년인가베. 꽁치값이 많이 싸요. 여기부터 저어기 대보면까지 과메기 덕장이 널렸습니더. 덕장 볼라카

    믄 아무 마을로나 내리가보이소.” 어부의 말대로 구룡포 어디에서건 과메기를 볼 수 있다. 어물전과 횟집마다 ‘과메기 팝니

     

    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과일가게와 신발가게에서도 과메기를 판다. 도로를 따라가다 아무 마을로 내려서도 과메기 덕장

    이 널려 있다.

      

     

    과메기는 꽁치를 바닷바람에 ‘어정쩡하게’ 말린 것이다. 오징어로 치면

    피데기 비슷하다. 이 어정쩡하게 마른 꽁치가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치

    는 이 즈음이면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예전에는 청어로 과메

     

    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꽁치를 사용한다. 청어는 동해바다에서 1960년

    대 이후 사라졌다. 구룡포과메기협회 정재덕 회장(67)은 “10여 년 전만

    해도 청어로 만든 과메기를 묵었재. 지금이야 청어가 있나. 다 없어져 버

     

    어. 꽁치가 흔하니까 꽁치로 만드는 거지”라고 말한다. 과메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뼈를 추려서 말린 것을 편과메기(배

    지기)라 부르고 통째로 말린 것을 통과메기(엮걸이)라 한다. 과메기의 참

     

    맛을 즐기려는 이들은 통과메기를 선호하지만 일반인들은 편과메기가 입

    맛에 맞는다. 과메기를 맛본다. 촉촉하면서도 꾸들꾸들하고 비린가 하면서도 담백하다. 동해의 바람이 만들어낸 맛이다. 등

    푸른 생선 특유의 기름지면서도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 김에 과메기 한 조각을 얹고 실파와 마늘을 얹어 쌈을 싼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을 어떻게 설명할까.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에 과메기를 돌돌 말아먹어도 된다. 과메기의 고소한 맛과

    해조류의 상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술은 소주처럼 톡 쏘는 술이 어울린다. 어민의 삶에 잠시 끼어들 수 있는 것도 구룡포

    여행의 멋이다. 포구에 오종종한 식당은 그대로가 관광자원이다. 구석구석에 삶의 편린이 흩어져 있다. 억센 사투리 속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인심도 구룡포항의 자랑거리다. 구룡포에서 925번 지방도로로 갈아타면 호미곶을 지나 포항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달리기를 14㎞. 호미곶에 도착한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광장 앞 바닷가에는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 ‘상생의 손’이 있고 상생의 손 맞은편에는 호미곶 등대가 있다. 호미곶 등대는 26.4m 높이의 초특급 등대다. 1995년 이전까

     

    지만 해도 국내 최고 높이의 등대였는데 울산 동구 화암추 등대(32m)가 세워지면서 두 번째로 높은 등대가 됐다.

     

    “등대를 제대로 볼라면 안개가 희미하게 낀 날이 좋지예. 등대 불빛이 쫙 살아나거든예. 오징어잡이 배들이 켜놓은 불하고

    등댓불하고 어울리면 그기 바로 그림 아임니꺼.” 그물을 손질하던 어부 김종직(56) 씨는 “서울 사람들은 그런 거는 못 보고

    맨 날 해뜨는 거만 본다고 야단을 치샀노”라고 말한다. 김씨의 말대로, 해질 무렵의 호미곶을 보기로 했다. 오후 5시 30분이

     

    지나자 해가 뉘엿해진다. 어느새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호미곶 등대의 불빛은 12초마다 한 번씩 하얀 불빛을 내뿜는다.

    아득한 밤바다, 12초마다 눈이 부시다. 호미곶 등대의 불빛은 바다 바깥 40㎞까지 뻗어나간다.

     

     

     

    떠나기 전에 체크! 경부고속도로와 김천~포항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구룡포와 포항을 잇는 925번 국도는 왕복 2차선. 이 구간은 다른 동해안의 해안에

    비해 해안선이 들쑥날쑥하다. 도로 역시 굽이길.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하고 싶다

     

    면 마을길로 내려가는 것이 안전하다. 과메기 특구 김순화 식당(054-283-9666)은

    포항에서 유일한 과메기 전문식당이다. 과메기 회를 비롯해 무침, 튀김, 초밥 등 과메

    기로 만든 다양한 과메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택배로 주문도 가능하다. 동림식당(054

     

    -276-2333)은 구룡포에서도 알아주는 복집. 콩나물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내는 복탕이

    일품이다. 꽁치구이 등 반찬도 예닐곱 가지가 함께 곁들여진다. 구룡포 영일수협어판장

    건너편에 있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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