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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원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9. 8. 30. 19:58

     

     

    사실, 철원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변화와 급격한 소용돌이 속에 처해있던 곳입니다. 저 멀리 후삼국 시대에는 후고구려의

    건국자 궁예가 국호를 마진으로 고치고 이듬해인 905년에 이곳에 도읍을 정해 역사의 중심에 우뚝 세우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가까이로는 6.25라는 전란을 통해 이 땅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격전지로도 이름이 높습니다. 백마고지

     

    나 저격능선, 아이스크림고지 등이 대표적인 곳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조 명종 때는 의적 임꺽정이 이곳근거로 삼아

    조정에 대적하며 위세를 떨치기도 했었습니다.

     

     ♣ 더 이상 안보관광지가 아니다

    아무려나, 철원은 그렇게 우리에게 수많은 감회와 교훈을 던지며 휴전선 바로

    아래서 긴장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남북으로 갈린 한민족이

    상호간의 체제를 비방 모략하기 위한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이즈음 들어 상황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통일전망대 앞 월정리

    역의, 앙상한 뼈대로만 남은 철마의 잔재를 두고 적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어서 빨리 철마를 일으켜 세워 북으로 북으로 힘차게 달려나갈 그날을

     

    염원합니다. 남침용이라는 제2땅굴을 둘러보며 여전히 상존하는 전쟁의 공포를

    송두리째 떨쳐버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관광상품이 나와선 안

    된다는 사실에도 공감을 표시합니다. 돌이켜보면 굉장한 변화이지요. 실제로 화

     

    해의 교류는 곳곳에서 감지되는데, 가장 드러지는 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왕왕

    대던 대남 비방 방송의 현격한 강도 저하라고 합니다.

     

     

     

    앙상하게 골조만 남은 예전 철원 노동당사는 더 이상 반공, 멸공의 산 교육장이

    아니라 통일을 염원하는 비원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심하게는 이곳을

     

    서태지의 화려한 뮤직비디오 배경으로만 기억하는 아이들도 꽤 있을 정도입니

    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땅값의 급상승을 가져오는가 하면, 최고급 시설

    을 갖춘 관광호텔이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관광객들은 으레 안보 유적지를 둘

     

    보지만, 그네들의 관심은 이제 생태관광이나 먹거리, 보다 편안한 휴식 따위로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 한탄강, 철의 삼각지대, 철새, 그리고 군인

    그동안 철원은 너무 전방에 가깝다는, 그로 인해 민간인들의 드나듦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크고 작은 산과 절경을

    루며 흐르는 한탄강, 군(郡)치고는 다소 많다할 유적들은 철원을 관광의 명소

     

    로 만들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3대 다우지에 속

    하며 여름철의 강수 집중률이 가장 높은 지형적 특성은 군의 중앙부를 통과하는

    한탄강에 풍부한 수량을 제공하고 또한 절경들을 만들어내 철원을 래프팅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여름이면 순담계

     

    곡이나 승일교, 군탄교 등지 한탄강 일대에는 화려한 원색 차림의 래프팅객 물결이 일대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특히 순담에

    서 군탄교에 이르는 래프팅 코스는 하강침식이 왕성하여 곳곳에 화강암 주상절리와 수직단애를 만들어 형언키 어려운 비경을

    빚어냅니다. 샘소나 구리소 같은 곳은 30m가 넘는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더해져 운치

     

    를 배가시킵니다. 실상, 철원을 가장 철원답게 하는 게 평야지대입니다. 이 지역이 끊이지 않는 역사의 부침을 받았던 것은,

    중부 내륙을 잇는 요지인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현무암이 분출하여 형성된 용암지대로 넓은 평지를 이루어 농사짓기

    에 알맞던 이유도 있습니다. 흔히 ‘철의 삼각지대’로 명명되는 철원·김화·평강의 삼각지점인 이곳은 강원도 내에서는 가장 너른

     

    평야지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토양도 농사짓기에 알맞아 지금도 청정지역 ‘철원 오대쌀’ 하면 특상품으로 쳐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남북의 최고 권력자들은 이 지역을 서로 차지하려고 공

    방을 계속했던 것입니다. 여북하면 김일성이 국군 장교 군번 한 트럭을 갖다줘도 이 지역과는 바꾸지 않겠노라고 공언했을 정

    도였다고 합니다.

     

    ♣ 이젠, 분단을 끝장내고 싶다

    이 지방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바로 철새 입니다. 철원을 생태관광의 중심에 세우기도 하는 이 겨울 철 새들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쪽의 토교저수지나 샘통 같은 곳에 집단 군락을 형성하며 한철을 보내지만, 남대천변이나 철원평야 곳

    곳에서도 떼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겨울이면 두루미, 재두루미, 큰기러기, 쇠기

     

    러기, 넓적부리, 큰재갈매기, 댕기흰죽지, 청둥오리, 가창오리, 큰고니, 황여새, 되새, 개똥지빠귀 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철원을 철원답게 하는 풍경이 바로 군인들의 행렬입니다. 육군 청성부대, 백골부대, 열쇠부대가 철책을 지키고

    있는 이곳은 주말이면 군 장병들과 그들을 찾아온 면회객들로 붐비게 마련입니다. 곳곳에 검문소가 있고 아주 흔하게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군사도시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철원인 것입니다. 그러한 특정적인 모습들  

     

    외에도 철원에는 신라 진평왕 때 축조되었으며 임꺽정의 주

    활동무대였던 고석정, 안보관광의 출발점인 철의 삼각 전적

    관, 통일신라 경문왕 5년(865)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도

     

    피안사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彼岸)

    과 같은 곳이라고 하여 이름지어진 도피안사에는 국보 63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보물 223호인 삼층석탑 등이 고찰의

     

    면모를 과시하며 자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의 나이아가

    라’로 불릴 만큼 웅장하고 호쾌한 장관을 연출하는 직탕폭포도

    철원을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려나, 철원은 앞으로도 전국민적인 관심과 각광 속에 개발을 지속할 작정입니다. 아직은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하간 철원은 더 이상 안보관광지로 머물길 원치 않는 듯 합니다. 오랜

    분단의 세월을 끝내고 싶은 우리의 소원처럼 말입니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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