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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9. 8. 30. 20:54

     

     

    굴은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유의 향과 맛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수많은 미식가들이 우윳빛 속살과

    강렬한 향에 이끌려 굴을 탐했다. 굴은 특히 영웅들의 메뉴로도 유명하다. 나폴레옹은 전장(戰場)에서조차 끊임없이 굴을

    탐닉했고,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도 하루 175개의 굴을 먹을 정도로 굴을 편식했다. 클레오파트라와 줄리우스 카이

     

    사르도 굴을 즐겨 먹었고 희대의 카사노바가 좋아해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기도 했다. 통영 사람들 역시 예로부터 굴의

    효용과 가치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부 집 딸은 까매도 굴집 딸은 하얗다’는 통영의 옛말도 있듯이 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굴 생산지는 통영이다. 국내 연간 굴 생산량은 약 4만

    톤인데, 이 가운데 3만여 톤 이상이 통영과 인근 해역에서 난다. 겨울이면

    통영 바닷가에서는 알 굵은 굴이 올라온다. 어민들은 양식장으로 나가 굴이

     

    덕지덕지 붙은 줄을 걷어 올린다. 통영 사람들은 굴을 ‘꿀’이라고 부른다.

    발음도 그렇고 맛도 그렇다. 발음은 진짜 꿀(honey)과 구분할 수 없다. 통영

    굴은 겨울이 제철. 알도 통통하고 맛도 좋아 먹기가 좋다. 굴은 수온이 떨어

     

    지면 추위에 견디고 번식을 하기 위해 플랑크톤을 열심히 섭취하는데, 겨울에

    나는 굴은 타우린과 글리코겐 등 영양이 풍부해 그 맛이 일품이다. 굴은 맛도

    일품이지만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한 식품이다. 특히 굴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

     

    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연 함량이 40㎎에 달한다. 또 비

    타민A 함량이 쇠고기의 8.17배나 되며 굴에 함유된 셀레늄 성분은 대장암을 억

    제한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또 열 개쯤을 먹어도 100칼로리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그래서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린다.

    요리법도 다양하다. 레몬즙을 뿌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찜·구이·튀김을 해

    먹거나 부추나 무를 넣고 국을 끓여 먹어도 좋다. 느끼한 서양 음식이나 기름진 중국 음식, 담백한 일본 음식, 매운 한국 음식

     

    에 고루 어울리는 굴은 가히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통영 바다는 ‘그림 같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연둣빛부터

    쪽빛까지 다양한 바다 빛깔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찾고 싶어하는 곳이다. 통영에 갔다면 꼭 미륵산에 올라보기를

    권한다. 한려수도의 풍광을 가장 조망하기 좋은 ‘전망대’다. 높이는 해발 461m.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풍광은 1,000m급

    이상의 산 못지않게 화려하다.

     

    미륵산에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은 미래사 뒤쪽으로 놓인 산길이다.

    정상까지는 딱 30분. 내내 오르막길이 이어져 숨이 차기는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에 서면 발

     

    아래 한려수도가 펼쳐진다. 올망졸망 뿌려진 섬과 이들 섬을 품은

    다. 동쪽으로는 한산도, 화도, 용초도, 죽도, 서쪽으로는 곤리도와

    소장군도, 소장두도, 대장두도, 남쪽으로는 저도와 송도, 학림도,

     

    유도, 연대도, 오곡도가 늘어서 있다. 달아공원은 이곳 지형이 코끼

    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통영 시민들은 보통 ‘달애’라고 부르기도 한

     

    다. 공원 입구 도로변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대고 5분 정도 완만하게 닦인 공원길을 올라가면 관해정(觀海亭)이 나오는데

    정자 그늘 아래 앉아 여유롭게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름을 갖지 못한 작은 바위섬에서부터 대·소장도, 재도, 저도, 송도,

    학림도, 곤리도, 연대도, 만지도, 오곡도, 추도 그리고 멀리 욕지열도까지 수십 개의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 이름을 안내하

     

    는 대형지도가 한쪽에 설치돼 있는데 실제 섬과 이름을 짝지어가며 보는 재미도 있다. 통영의 푸른빛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바다뿐일까. 봉평동의 전혁림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통영의 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강렬한 햇빛을 볼 수 있다. 아흔

    한 살의 전혁림 화백은 한국추상화의 대가로 꼽힌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그는, 미술학교 한번 변변히 다니지 못했지만 미국

     

    의 한 미술잡지에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화가로 꼽히기도 했다. 1977년부터 고향 통영으로 내려와 통영과 다도해를 화폭에

    담았다. 전혁림 미술관은 전혁림 화백의 작품 70여 점을 전시해 놓은 곳. 건물 외벽의 타일은 전 화백의 그림을 기초로 디자

    인했다. 연한 하늘빛부터 검푸른빛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푸른빛이 인상적이다. 통영은 예술의 고장이다.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이 통영에서 났다. 김춘수 시인은 통영이 ‘내 시의 뉘앙스가 되고 있다’고 했고 윤이상은 미륵

    도를 ‘우주의 소리를 들은 곳’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박경리, 시조시인 김상옥의 고향도 통영이다. 화가 이중섭도 한때 통영에

    머물며 ‘통영 풍경’ ‘복사꽃 핀 마을’ 등의 그림을 그렸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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