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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랑 둘이서..여 유/나의 이야기 2008. 7. 5. 12:08
지난 일요일 손자랑 놀러 갔었다. 버스를 타고 연산동 버스정류장에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갔다. 버스를 탈 기회가
별루 없어서 몇 살까지 차비를 내는지 몰라 버스 기사님께 물었더니 초등학교 입학을 안 했으면 차비를 안 내도
된다고 한다. 그렇구나! 그래서 이녀석은 버스를 공짜로 탔다. 엄연한 법치 국가인데 선량한 백성이 그 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 지하철도 똑 같겠지, 그래 이래서 사람은 자주 듣고, 배우며 사는 것이겠다. 이제 알았으니
걱정이 없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 삼발이가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출입구 카드 인식기에 카드를 대는데 요녀석이
먼저 쏙 들어간다. 이어 나도 들어가려는데 어라~ 이게 웬일.. 삼발이가 완강하게 딱 가로막고는 안 열어준다.
이녀석이 들어갈 때는 잘도 열어주던 놈이.. 그럼 카드를 또 대어야 하나..? 그것은 안될 말이다. 법치 국가에서
이중요금을 내는 것도 위법(?)이 아닌가 말이다. 한참 서서 생각하다가 열어주지 않는 삼발이를 훌쩍 뛰어 넘어갔다.
언제인가 TV뉴스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의 행동모습과 영판 똑 같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나는 분명 무임승차는
아니다. 이 삼발이가 현명하지 못해서 그렇지 나중에 감시 카메라에 찍힌 나한테 찾아와서 요금을 내라하면 그때
해명하기로 하고.. 손자의 손을 잡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며 나의 행동을 이상하게 볼까봐 손자 한테 "카드를 갔다
대어줬는데도 잠깐 착각을 했는지 삼발이가 안 돌아가서 할 수 없이 넘어왔다"면서 변명을 늘어 놓았다. 자갈치에
내려 바닷가로 가는데 길옆에서 굽고 있는 노란 바나나 모양의 빵을 보고 맛있겠다! 해서 나도 보니 그럴 것 같아
한 봉지 사주니 오물오물 잘 먹는다. 그 모양이 너무 보기 좋았다. 녀석이 주는 것을 받아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영도 섬을 보면서, 또 많은 배들을 보면서 전에 TV에서 바다택시가 있다고 소개하던 게 생각나서 찾다가..
배 타는 곳 물어보니 더 가란다. 가보니 선착장은 쉬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다. 생각보다 배가 어둡고 꼭
화물선 같아 보여 밖을 보고 있는 선장한테 물었더니 "아! 바다택시 맞습니다." 해서 손자의 손을 잡고 배에 탔다.
그런데 손님이 너무 없었다. 출발한 배에는 손자와 나 이렇게 둘이 타고 있었고 얼마 안 걸려 영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달랑 한 사람 태우고 배는 돌아간다. 우리는 그냥 그대로 배에서 오는 요금을 더 주고 그렇게 바다택시를
타 보았다. 전에 부산일보에 퍼즐 퀴즈 문제를 풀어서 그것을 신문사에 보냈더니 당첨되었다고 오륙도 유람선 무료
승선권 2장, 만원 백화점상품권을 보내와서 탁구 제자 아줌마를 주었는데 딸내미가 친구와 같이 타보고 너무 좋다!
하더란 말 들은 것을 생각하는 사이 배는 자갈치에 도착했다. “자~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물으니
“할아버지 맘대루” 해서 손을 잡고 옛날을 생각하며 걸었다. 확실히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걸었다.
손자랑 같이 이리 걷는 것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다. 지하도로 길을 건너면서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자금성 입구인
오문을 향해 장안 대가를 지하도로 건너던 생각이 문득 난다. 밖으로 나오니 남포동 길이다. 앞을 보니 용두산 공원이
보인다. 그런데 옛날에는 없던 게 하나 있었다. 홍콩의 해양공원에 가면 산 위에서 산 아래까지 설치 되어 있는 그런
에스컬레이트가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올라가니 바로 앞에는 옛날처럼 꽃시계가 시간을 알려주고 있고 그 너머
우뚝 서있는 부산 탑, 옆엔 4.19의거 탑, 또 국민교육헌장비가 서 있다. 예나 지금이나 수 많은 비둘기들이 반긴다.
옛날에는 공원이름을 용두산 공원으로, 소나무 숲 사이로 바다가 보여 송현산,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80회 생일 때
기념해서 그의 호를 따 우남공원이라 불렀었고 4.19의거 후 다시 용두산 공원이라 불렀다. 감회에 젖으면서 이런
얘기도 해주며 부산 탑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서는 미취학 어린이도 안 봐준다. 어른과 똑 같은 요금을 내야 한단다.
이 사람들 어른과 어린이도 분간을 못 하는 모양이다. 높이 120m의 탑 맨 위 전망대에 올라가서 창 가까이서 보라고
창턱에 올려 주려하니 이 녀석 겁을 낸다. 사실 어른도 바로 밑을 보면 겁이 난다. 한 바퀴 돌아 보고 있는데 또 중국
소청도 바닷가에 있는 대왕반점(호텔: 참고로 중국에서는 호텔을 반점이라 하고 식당은 주점이라고 한다)의 25층
전망대가 떠오른다. 넓이가 부산 탑 전망대보다 더 넓은데 바닥 전체가 회전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천천히 돌아가서 차 한 잔하며 얘기하다 보면 창밖의 경치가 바뀌어 있는 것이다. 이 녀석 한 바퀴 돌고
나더니 “할아버지 올려줘 봐”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겁을 내더니 아마 못 본 아래가 호기심에 궁금했던 모양이다.
호기심은 나를 닮았네.. 창턱에 올려주니 이제는 멀리와 아래를 열심히 구경한다. 다 보고 나서 내려와 중앙동쪽
돌계단을 내려와서 “우리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뭘 먹을까..?” 물으니 대뜸 자장면이라 한다. 옛날 어린이날 얘들을
데리고 구덕공설운동장에서 어린이 날 축하행사를 보고 오늘은 뭐든 먹고 싶은 거 말하라니 자장면이라 한 게 생각나
좀 비싸더라도 색다른 것을 사주려한 마음에 서운함을 느꼈던 기억에 다른 것은..? 하니 볶음밥을 먹자한다. 웬 중국
음식만을... 그래서 둘러보니 이 길 양쪽에 전부 중화반점이 늘어서 있다. 이 녀석 초등학생 형아들 틈에 끼어 한자
급수 검정시험을 쳐 처음에 8급, 다음에 7급, 얼마 전에는 5급에 합격해 자격증을 획득해서 나의 용돈을 축낸 일이..
녀석 식당 안에서 한자만 보이면 읽어본다. 밥이 나오니 한 숟가락 먹고는 “와~ 맛있다, 할아버지 이거 다 먹고
더 먹자!” 한다. 응 했더니 먹으면서 더 시키란다. 하마터면 더 시킬 뻔 했다. 다 먹고 시켜도 된다. 하고 먹는데
이 녀석 다 먹지도 못 하고 배가 불러 더 못 먹겠단다. 지말대로 더 시켰으면 어쩔 뻔 했나..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며
“태양아 이번에는 내가 먼저 들어갈게.” 하니 “왜?” 한다. “응 그것은 아까는 네가 먼저 들어갔으니 이번에는 내가
먼저 들어가야 공평하지“ 하니 이 녀석 "아~ 그렇구나!” 하며 웃는다. 짜식 속도 모르면서...ㅎ 어디든 손자랑 둘이
가면 이녀석 끝말잇기를 하자해서 진짜 끝도 없이 하며 다닌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자꾸
하자고 해서 내릴 때까지 계속했다. 버스를 갈아타고 오는 버스안에서도...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려 오는데 또
시작이다. "할아버지 또 하자!" "그래 하자,"하니 소재를 찾으러 주위를 살핀다. 나도 녀석의 눈을 따라가 본다.
동네를 산이 둘러있으니 녀석의 눈이 멈추는 곳도 산이다. 대뜸 "등산'한다. 내가 "산새"하고, 녀석 "새집"한다.
내가 "집에가자" 하니 "할아버지 그런기 오데있노.." 하며 째려보는 녀석의 손을 꼬옥 잡는데 집 앞이다.
저희들 집으로 가기 위해 시동을 건 차창으로 내다 보면서 “할아버지 다음에 또 놀러가요!”하며 두 손을 흔든다.
“응 그래 다음에 또 놀러 가자!” 차가 모퉁이를 돌아 안 보일 때까지 그 자리에서 나도 손을 흔들어준다.
행복과 즐거움이 맘 가득 느낌으로 안겨오는 하루였다. 모퉁이를 돌아가 안 보여도 나는 계속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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