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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자아줌마들과 함께 요산 요수(樂山 樂水)를 ~
    여 유/나의 이야기 2008. 7. 26. 22:06

     

    오늘 토요일 아침에 탁구교실 아즘마 학생의 문자가 왔다. ㅇㅇ가 산에 가자는데 선생님도 시간 있으시면 같이

    가시면 좋겠는데... 나는 누가 술 먹자 산에 가자  하면 자다가도 빨딱 일어나고, 쫓아 나가는 성질이라서  

    앞 뒤 안가리고 "예! 갑시다. 연락해서 시간있어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이 가자요"하고 문자 넣어 주었다.

     

    며칠 전 탁구교실 수업 빼먹은 것이 미안도 하고 같이 산에 가서 좋은 구경 시켜주고 그 섭섭함을 달래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토요일은 노니까 산에가려고 하던 참이니 마침 잘 됐다 싶다. 그래서 나만의 산행은

    다음 주로 미루고 탁구교실 아줌마 제자들과 장산(634m)을 오르기로 정하고 오전10시 체육공원과 장천사,

     

    중간에 있는 출렁다리에서 4명의 아줌마 제자들과 만나 오르기 시작했다. 장산등산로 30여개 중 헬기장으로

    연결되는 주능선까지 짧고 전망이 있는 장천사 옆 코스를 택하였다. 원래 산길이란 긴 코스는 좀 완만하지만,

    짧은 코스는 경사가 좀 있는 편이라 오르면서 누가 미끄러지면 웃다가 자기도 미끄러지고 이 아줌마들 아이처럼 

     

    좋아하며 웃고 장난치면서 오른다. 어제 비 온 뒤라 더 짙게 보이는 녹색에 묻힌 갖가지 이름 모를 야생화의 너무나

    깨끗하고 순수한, 감히 인간이 만든 어느 물감으로도 표현 할 수 없을 맑고 고운색에 매료 되면서 힘든 줄 모르고

    오르기 50여분... 눈 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먼 바다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다 그런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바닷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탁 트이고 내 마음도 바다만큼 넓어진다. 그래서 기분전환으로

    바다도 많이 찾는 편이다. 제자 아줌마들도 내가 낚시라도 나가면 서로 따라오려고 눈치작전을 펴는 것 같다.

    바다에 자주 나가 보면 바다물색이 구름 없이 파란 하늘이면 바다물 색은 하늘색따라 파랗고,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으면 바다물빛은 하늘색따라 회색이다. 이렇게 바다는 자기 색을 감추고, 주변에 동화하며 같이 존재한다.

    그것이 좋아서 그래서 나도 시근 들고부터는 바다물처럼 그렇게 살려고 생각했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그 크고 깊은 뜻에 변죽만 울린다는 것을 생각하며 생각에 점겨 있는데... 제자 아줌마들 오늘 등산 목적지가

     

    여긴 줄 알고 "아~ 이런 세상도 있나 나오니 너무 좋다"고 좋아하는 사람들.. 그러나 여기가 나의 목적지가 아니다.

    좀 쉬다가 정상이 연결되는 주능선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출발하려고 하니 제자 아줌마들 하나 같이 이구동성!

     

    "어~ 또 갑니꺼..?"  

    "왜 그쪽으로..?"  

    "이쪽으로 안 갑니꺼..?"

    "고마 여기서 놀다 가면 안됩니꺼?" 

    "얼마나 더 가요..?" 

    "그리 가면 어딘데요..?"

    "우리 골탕먹알라꼬 먼대로 돌아 갈라고 그라지예..?"  

    "우리 고생 시키는기 그렇게 좋습니꺼..?"

    "좀 봐주시면 안됩니꺼..?"  

    "수업시간에 말 잘 들을께요..ㅎㅎ"

     

    'Question mark'가 무려 10개나 붙는 제자아줌마들의 투정을 귓등으로 반사시키고 올라가니 뒤에서 베낭과

    옷을 잡아당기며 따라 온다. 그래도 편함에 안주하지 않으면 더 환희를 맛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경사를 

    딛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일편단심 무리 할 정도로... 이 방법을 택한 건 다름 아니라 제자들 중에 겨울잠을 자는

     

    처럼 겨울과 여름철에는,추워서, 더워서 산에 못 간다는 아줌마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 산의 진수를 보여주려고...

    그래서 탁구수업 과정에서 힘든 제자아줌마들한테 '고진감래'를 느끼게 해 주면 이후 탁구수업 때 열심히 할 것 같아

    산 정상에 올려 세워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투덜거리는 그러면서도 잘 따라 오는 제자아줌마들을 데리고

     

    산 정상으로 올랐다. 또한 목적은 추워서, 더워서 산에 못가겠다, 내 잡아 묵어라, 하는 아줌마제자들에게 산 안팍을

    보여주고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자연이 주는 운동혜택! 즉 살 빼는것은 기본이고  심장튼튼, 페튼튼, 근육튼튼,

    관절튼튼, 마음튼튼, 자연과 동화하면 공짜로 이렇게 많은 혜택이 생긴다. 하는 것들을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한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산을 오려면서 탁구와 등산이 우리 몸에 상호 보완 작용으로 상승효과가 지대하므로

    탁구와 등산은 찹쌀 궁합이라고 얘기도 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장산 정상은 군부대 미사일 기지가 차지하고 있어

    기지 바로 밑을 빙 돌아 송정 죽도와 해운대와 이기대 공원과 그 끝에 보이는 신비의 돌섬인 오륙도와 광안대교 등

     

    사방팔방 경치를 둘러보라 하니 아이들 말로 좋아 죽는다! 그곳에서 조금 머물다, 이제 내려 가자하니 제자아줌마들

    또 난리다.

     

    "우째 벌써 가자 합니꺼..!?"  

    "좀 더 구경하고 가면 안 됩니까..?"  

    "이 좋은 곳에 와서 빨리 가자니 진짜 우리 선생님 맞나..?!"

    "선생님! 술 한잔 드릴께요, 마시고 좀 놀다가입시더." 하면서 베낭에서 꺼낸다.

     

    올라 올 때는 중간에서 "선생님 도저히 못 가겠습니다. 아무데나 앉아 놀다가 그냥 내려 갑시더" 하더니;만..ㅎ

    시원스럽게 바다가 잘 내려다 보이고, 전망이 좋은 장소에 앉아 지상최대, 최고로 인류와 친한 음식인 술을 마시며

    탁구에 대한 얘기, 자연에 대한 얘기, 개개인 일상의 일들을 한바탕 늘어놓고 아쉬워하는 제자아줌마들을 데리고

     

    하산길이 좀 더 편한 헬기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올라 올 땐 힘들다고 오기 싫어 오만 핑계와 억지를 부리더니

    이제는 반대로 더 있자고 고집부리고 투덜거리며 따라온다. 그러다가 "선생님 좀 천천히 갑시다."한다. 

     왜요..? 했더니 "산에 올라와 보니 참말로 기분이 좋네요! 이 기분 오래 가도록 천천히 가면 안 되겠습니꺼."하길래

     

    내려가면 또 산에는 너무 힘들어서 죽어도 살아도 못 간다. 내잡아 묵어라 할라꼬.. 하고 놀리니

    "인자 진짜로 산에 자주 올랍니더.. 약속할 수 있어요!"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복사하고 할 거 다 하는데 뭐라 하겠나 좋아요 그럼 자주 올라오고, 또 이 산 말고 다른 산에

     

    가고 싶으면 얘기해요. 산악회 12년 동안 하면서 남한에 가 본 좋은 산들 단체로 안내 해 줄테니..

    하다 보니 헬기장 옆 평지에 도착했다. 아직 시간은 별루 안 되었지만, 이제 집에들 가야지 내려갑시다. 하니

    "아까 장산마을 길 가르쳐준다고 하셨잖아요!" 한다. 정상에서 이런저런 얘기하다 장산마을에는 닭을 산비탈에 풀어

     

    먹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오늘 고생했으니 보신하고 가자해서 그래라 하였더니... 이 아줌마들 기억력도 좋다.

    나는 벌써 잊어버렸는데...그래서 경사가 별로 없는 등산길 가까이 있는 장산 마을로 향했다. 마을 어귀에 있는 첫

    집에 들어가 닭이 너무 커서 4~5명이 먹고도 남을 촌닭이 나올 때까지 동양화 게임도 하고 높은 산 맑은 물에 자란

     

    미나리와 산나물도 먹어보고 산비탈 풀밭에 놔 키워서 가슴살까지 쫄깃한  촌닭 백숙으로 오늘 소비한 칼로리를

    보충하고 내려오다 보니 산비탈에 게을러 빠져 늦게 핀 두견화 꽃닢을 만져보며 속세를 향해 천천히 내려왔다.

    내려오며 혼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산이 뭔데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찾아오는지

     

    산이 따듯한 엄마 품 같아서.. 그리고 포근한 엄마 젖가슴 같아서.. 어느 산이고 산속을 걷다보면 마음이 아늑하고

    편안해 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일까... 옹축의 공간인 산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끼며 내려왔다.

     

    ‘問余何事捿碧山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물어봐도

     笑而不答心自閑   대답 없이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중국 시인 이백의 '산중문답' 시에서 말 없이 빙그레 웃으며 산중에 사는 사람을 나도 만나 봤으면.. .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내려오는데 뒤에서 제자아줌마들의 밝게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산에 오니 너무너무 좋다 다음에 또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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