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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던 추풍령 고개를. ..여 유/나의 이야기 2008. 7. 1. 09:32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고개를 찾아 나섰다, 옛날 걸어서 힘들게 넘어 다니던... 그런데
그 추풍령고개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숨어 있는지 안 보였다. 충청북도 영동 대해리에 갔다가
시간이 있어 김천 직지사에 들러봤다. 사찰 앞 넓은 비탈에 대단한 규모의 공원을 만들어 놓았는데. 정자에,
산책길에, 놀이터에, 개울에는 물이 흐르고, 그 옆에는 비바람과 햇볕 막아 줄 예쁜 차양도 있는 작은 벤치...
옆엔 이쁜 다리... 음악에 맞춰 변하는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조명... 그 조명에 맞춰 춤추듯 솟구치는 물줄기가
음악에 맞춰, 조명에 맞춰 아름답게 율동하는 음악분수, 이 음악분수는 경남 김해에 있는 연지공원 그 넓은
연못 속에 설치된 음악분수의 규모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둘레를 굴곡지게 분수도 만들었고 분수 사이사이
조각 작품을 세워 매우 아름다웠다. 호기심 많은 나! 그 너른 공원을 구석구석까지 다 돌아 보고, 사찰 매표소
앞 다원에서 국화 향 짙은 차를 마시며, 옛날 생각... 남상규씨의 노래 ‘추풍령고개’를 들을 때마다, 구름도 자고
가는, 그 고개를 한번 가 봐야지 하고 수도 없이 생각을 했었던 그 고개... 여기서 멀지 않으니 이 기회에
가보고 가자며 일어섰고, 출발했다. 그런데 추풍령고개 이정표를 지나 아무리 가도 그 앞에는 더 이상의 추풍령
고개를 표시하는 이정표는 안 나왔다. 아예 없었다. 가도 가도 안 나와서 이번에는 고개라 했으니 산 쪽으로
가보자. 하고 길에서 오른쪽으로 보니 산이 있고 그리 들어가는 길이 있어 우회전을 하여 또 달렸다. 굽이굽이
들어가는 길 마땅히 고개를 가려면 이렇게 구불구불 산을 보며 가는 길이겠지..예감이 좋다. 바람도 쉬어 가는
그 고개를 이제사 보게 되는구나! 하고 신나게 가는데 여기가 충청도라서 그런지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
'돌 내려 가유'가 떠올랐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무하러 산에 갔다. 아들은 위에서 하고, 아버지는 조금 비껴
아래에서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히도록 나무를 하고 있는데, 저 위에서 큰 돌이 굴러 떨어진다. 그냥 있으면
아버지가 맞을 것이다. 정말 큰일이다. 아들 급해서 “아버지 돌 내려 가유~” 하고 소리 쳤다. 그런데 아버지가
맞고 나서 소리가 끝났다. 결국 아버지는 돌에 맞으시고.. 이건 모두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다. 요새 이야기는
그 말을 듣고는 아버지가 날쌔게 피하셨다. 다행이다. 그런데 피하고 조금 있다가 아버지는 돌에 맞으신다.
그때야 들려오는 아들의 말 “한개 더 있는데 유~”.. 술 마시는 구신들 중에 충청도 친구가 있어. 술좌석에서
어지간이나 싸운다. 콩 잎 먹는 놈, 콩 잎도 못 먹는 놈 하며... 충청도 사람들 콩 잎을 먹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앉은 사람들은 모두 콩 잎을 먹는 사람들이고, 혼자만 안 먹으니 싸움은 연합전선에
이상 없으니 뻔한 결과! 식식거린다. 그 얇은 냄비처럼 금방 끓고 식어서야 충청도 양반이 하며 놀린다.
한참을 달렸는데 이 길도 역시 한 많은 사연의 고개는 안 보인다. 이 길에 들어서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차
한대도 안 지나간다. 큰 저수지를 도는데 저 멀리 오는 차 한대! 길 옆에 세우고 기다린다. 다가 온 차 운전자
하는 말, "길을 잘 못 들었네요. 오다가 이 길과 연결된 큰길 있지요. 그 길로 좌회전해 조금만 가시면 육교가
나옵니다.“ "아! 네 그 육교는 길 찾느라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보았습니다."
“그 육교 밑이 추풍령고개입니다.” 네?.... 정말입니까?
그 육교 밑이 추풍령고개...? 아니지, 이 사람이 뭘 잘못 알고 이렇게 말하겠지. 아니 길에 서있는 육교 밑이
그 유명한 추풍령고개라니.... 차를 돌려 나와 좌회전하니 여러 번 지나친 육교가 저 앞에 있다. 저기가 ‘기적도
숨이 차서 목 메여 울고 가는’ 추풍령고개..? 도저히 믿기지 않아 육교 밑에 차를 세우고 길 건너 편에 걸어 가는
아주머니를 불러 다시 물었다. “아 추풍령고개요, 바로 여깁니다." 아주머니 육교 밑 자기가 서있는 땅을 발로
굴리며 말한다. “이 고개가 김천에서 여기까지 편편하거나 내리막 없이 계속 오르막이지요.”
“아! 예~ 그렇군요.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인사 착실히 하고 차를 움직였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내 생각에 노래 가사대로라면 적어도 추풍령 고개는 저 아래 계곡을 내려다보며 흐르는 계곡물에서 피어
오르는 물 안개가 신비롭고, 위로 올려다 보면 지친 구름이 산에 기대어 자고 있는 모습이 또한 신비로울 텐데,
전망대가 있는 마당가에 커피 한 잔 들고 서서 추억들을 생각하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 보려 했는데...
자고 가는 구름은 어떤 모습이고, 쉬고 있는 구름은 어떤 모양일까? 가사의 분위기만으로 상상하여 너무 웅장한
그림을 그렸나보다. 도로 위에 서 있는 육교 밑이 추풍령 고개라니 정말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다.
40년도 넘게 그리고 그리며 기대한 추풍령 고개... 이제 본다는 들뜬 기분에 이길, 저길 마다않고 찾아다닌
고갠데, 육교 밑을 지나가는 걸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다니... 그러나 두어라! 아직 추풍령 고개를 보지
못 했으니... 희망하는 그 웅장한 그림을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있으니... 언젠가는 또 다시 찾으려 나설 것이다,
떠나간 아쉬움이 뼈에 사무치는 그 추풍령고개를...! 다시 추풍령 고개를 찾으려는 그 길이 지금과 똑 같은 길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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