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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
    여 유/나의 이야기 2008. 7. 2. 11:15
     

    어느 산이든 등산을 하다보면 가끔 여러 지방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자연히 어디서 왔느냐? 언제 왔느냐?

    하며 서로 인사도 하고 산에 대해 이야기도 나눈다. 대구 사람도 만나고 울산 사람도 만난다. 남해 금산을 오를 때

    산에서 만난 대구 사람들 반갑습니다! 어디서 왔습니까? 부산에서 왔다 하니까,대뜸 부산의 금정산이 좋다고 들어서

     

    금정산에 가려고 계획하고 있단다. 우리 부산 사람들은 금정산이 부산에서 늘 보는 산이라 그런지 몰라도 금정산

    이야기보다 다른 지방에 있는 산 이야기를 더 한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은 내가 부산에 있을 때는 잘 몰라도 다른

    곳에 가보면 굉장히 인기 있는 산이란 걸 알 수 있다. 이야기 중에 부산에서 왔다는 말 듣고 대부분 사람들이 바로

     

    묻는 말이 부산의 금정산이 그렇게 좋다지요?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 말하는 그 금정산을 오늘 오랜만에 올랐다.

    금강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전에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서 표를 주고 들어갔는데 이제는 공원을 무료로 개방해

    표는 팔지 않는다. 입구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가면 소림사와 청룡사를 거쳐 오르는 길이 있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케이불카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고 지나쳐 걸어 오르는 길도 있다. 어느 쪽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는데 문득 몇 년

    전이 생각난다. 내 짝지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니 수술을 해야 한단다. 짝지는 절대 수술은 안하겠다.하고 그래서

    허리를 전문으로 하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 다시 검사를 했다. 거기도 역시 수술을 해야 된다고... 그런데 내 짝지는

     

    완강히 수술거부다. 생각해 보겠다 하고.. 약을 가져와 한달 정도 복용해도 계속 아프고 수술을 받자하면 펄쩍 뛰고..

    어찌하나 하고 있는데, 그때 허리 수술 안하고 치유하는 '추나요법'이라는 것을 소개하는 TV를 보고 시술 병원을

    찾아 매일 같이 가서 치료하기 한 3개월 정도되니 많이 좋아져서 치료와 병행해 운동을 하면 더 좋아지겠다고 한다.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하면 되나 물어보니 걷는운동을 하란다. 등산은 어떠냐?  하니 무리만 안하면 좋단다. 그래서

    1년 동안 일요일 마다 데리고 간 산이 이 금정산이다. 처음 두 달은 같은 길을 오르다가 지루할 것 같아 갈 때마다

    다른 길을 선택했다. 덕분에 금정산 길은 많이 알아졌다. 일요일은 한번도 빠짐없이 1년 정도 갔으니.. 1년에 약40

     

    여번 갔었는데도 내 짝지는 산 정상인, 고당봉(801.5m)은 못 봤다. 산성 입구에서 동문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지만,

    원효봉과 북문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데 멀다. 경사도 있고 그래서 범어사 옆을 지나 경사가 완만한 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갔는데 정상이 쳐다보이는 곳에서는 더 못가겠단다. 고당봉 옆에 있는 금샘을 꼭 구경시켜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나는 수차 올랐지만 내 짝지는 한 번도 못 올라가 봤으니 하는 말이다. 차라리 정상이 안 보이면 저 봉우리만

    넘으면 정상이겠지 하는 기대로 가는데 정상이 보이면 가는 길이 더 힘들고 지루하다. 어쨌든 수술안하고 치유가 

    되었으니. 등산 효과를 봤다 이것은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이 명산이라서 그 명산의 기가 이 사람을 낫게 해준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그때 생각을하며 천천히 올랐다. 요즘은 옛날보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다. 차림도 전처럼

    단순치 않고 한껏 뽐내는 차림이 온 산을 울긋불긋하도록 보이게 한다. 등산에 꼭 필요한 것 보다 불필요한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산에 가면 산에 대해 겸손해야는데,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 아무리 낮은 산이고, 잘 아는 산이라도 

     

    산을 어렵게 생각해야 되고 얕잡아 보면 안 되는데.. 그리고 부산, 경남 사람들 하는 말소리가 커서 온 산이 시끄럽다.

    산을 갔다 오려면 그 산의 풀, 나무, 돌 곤충들 모르게 갔다 오란 말이있다. 산이 받는 스트레스를 두고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사직동 친구와 약속한 남문 쪽을 향해 왼쪽으로 돌아서 갔다. 한 500여m 가니 풀밭에 이 친구가 서있다.

     

    원래 많이 걷기를 싫어하는 친구고, 약속한 장소가 아니어서 "어? 우째 여기까지..?" 하고 놀랐다. 그러면 그렇지 만덕

    넘어가는 차를 타고 바로 밑에까지 왔단다. 터널 뚫리기 전에 온천장에서 만덕으로 넘던 길이다. 숲 그늘에 술을 판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만나도 먼저 하는 말이 술 한 잔 하자다. 막걸리 한 병과 도토리묵  한 접시를 놓고

     

    앉았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보다 더 소박하다. 이 친구하고 앉았으니 오늘 등산은 여기가 정상이다. 술 하면

    자다가도 빨딱 일어난다니.. 하루라도 술을 안마시면 입에 가시가 돋는 친구이니 오늘도 일찍 가긴 애당초에 걸렀다.

    그런데 술은 나보다 훨씬 약한  놈이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술을 사랑하는 것 같이 술 예찬론자다. 주거니 잦거니

     

    하다 보니 산 막걸리 4병이 빈병으로 줄을 서있다. 그런데 바로 옆의 나무 그늘에 앉아 술 마시는 사람들이 가슴이

    답답할 때 그걸 확 풀기 위해서 산에 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들었다. 얼핏 들으면 그게

    그렇구나 싶겠지만 나는 번지 수가 틀린 것 같습니다. 하고 속으로 말한다. 그것은 산은 집중하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수양을 하든지 도를 닦든지 청운의 뜻을 품고 공부를 할 때 정신을 집중하러 모두 산으로 들어

    간다. 그러다 한 여성이 답답하면 바다로 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한다. 바로 그게 정답이다. 하고 그 여성을

    쳐다보니 조금 전에 우리를 힐긋거리다 술상이 초라해 보였든지 자기들 준비한 후라이드 치킨 두 조각을 들고 와서

     

    이거 잡숴 보세요, 하며 준 여성이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던 그 여성이 정답을 내었다. 바닷가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누구 할 것 없이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게 마음까지 후련해진다고 이구동성이다. 맞는 말이다. 누구든 바닷가에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도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 아래 온천장에 내려가서 술 한 잔 더하자 하고

     

    일어 서는데, 그 여성 나를 보고 "아저씨는 산이 맞아요, 바다가 맞아요? 어떻게 생각 하셔요?" 한다. 그래서

    "예! 이런 말이 있지요. 산은 옹축의 공간이고, 바다는 확산의 공간이라고요” 남의 자리 존중해야 예의지,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안 바쁘시면 우리 하고 같이 한잔 하시면 어때요...?“ 바로 바다 이야기한 여성이다.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하는데 이 친구 합석할 기세다. 옆구리 찌르고 앞장서니 혼자 어쩌겠는가.. 지가 안 따라 오고..

    걷기 싫은 놈 역시 그냥 안 있다. 조금 걸어오니 케이블카 타고 가잔다. 내려가서 한잔 더 하려면 걷고 좀 깨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니 툴툴거리며 못마땅해 한다. 앞세우고 뒤 따라 내려가는데 일요일이라 산에 올라오는

     

    사람이 많다. 내가 잠깐 서라하니. 영문 몰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를 본다. 올라가는 사람은 탄력을 유지하며 계속

    가야 힘이 덜 든다. 섰다가 올라가려면 그 만큼 힘이 더 든다. 또 산에선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가는 사람의 시야가

    더 넓다. 그래서 등산할 때 산길에서 서로 마주치면 내려 가는 사람이 한 켠에 비켜서 양보해 주는 것이 예의다.

     

    많은 사람들의 편한 산행을 위해서도... 조금 내려오다 넓은 바위에 조망이 확 트이니 입에 양 손을 모은다. 

    "너 야호! 할 모양인데, 나무와 풀들한테 소음 공해다." 또 잡아먹을 눈 모양이다.

    "이 산에 있는 모든 것들은 주인이고, 넌 이 산의 모든 것들에  놀러 온 손님이니 점잔하고 조용히 다녀가야지 

     

    그것이 예의 아니겠나, 내려가서 내가 술 쏠께 눈에 힘 좀 빼라!" “공자 같은 넘 하고 산에 온 게 후회된다,

    다신 너하고 산에 안 올끼다."는 말 내려오는 내내 여러 번 들었다. 이 물 다시는 안 마신다고 우물에 침 뱉고

    돌아서서 마신다 했나? 말은 가니, 안가니, 보니, 안보니, 열심히 지껄이지만, 이 친구 "친구야 시간 있나..?

    산에 갈래"하고 또 전화 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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