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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이 중요한 것을 무너뜨린다쉼 터/잠깐 쉬며.. 2010. 12. 29. 09:41
얼마 전 해운대 초고층 고급주상복합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38층까지
타올랐고, 연일 화재 원인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전기누전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그 외에 문제 층의 관리 부실, 불법 용도변경, 또 진화 과정의 늑장대응,
아파트 관리의 총체적 문제 등이 불길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재난도
따지고 보면 그 근본 원인은 아주 사소한 데 있을 거라는 점이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허버트 하인리히가 1920년대
미국 여행보험사의 직원으로 수많은 통계를 다루다가 발견한
법칙인데,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와 관련 있는 소형
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소형사고 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증상들이 300번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즉 모든 대형
사고는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것을 예고하는 사소한 징조나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소한 일들을 예사롭게
넘기다보면 그 사소한 일들이 결국 발목을 잡게 된다. 고전에서도
사소한 일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교훈이 여럿 있다. 회남자의 인간
훈편에 보면 ‘인막퇴어산 이퇴어질’이라는 말이 나온다. 즉 ‘사람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개미에 걸려 넘어진다’는 의미이다. 또
사기의 소진열전 편에는 ‘호리불벌 장용부가’라 하여 ‘터럭 같이
작을 때 치지 않으면 장차 도끼를 써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한서에 보면 ‘곡돌사신’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오는데, 그 내용의
전반부가 다음과 같다. 한 나그네가 어떤 사람의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지나치면서 주인이 있는 쪽을 슬쩍 보았다. 그 집의 부엌에는 굴뚝이 너무 반듯하게 뚫려
있어서 불길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그 곁에는 땔나무가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주인에게 말했다.
“굴뚝의 구멍을 꼬불꼬불하게 하고, 그 땔나무는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시오.” 그러나 주인은
이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머지않아 그 집에 불이 났고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방치했던 것이 결국 화재를 불러온 것이다. 이번 해운대
화재사건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사마천 ‘사기’에 전국시대 조나라의 평원군 조승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빈객들을 좋아하여 그의 집에는 늘 수천의 빈객들로 떠들썩했다. 집안에는 민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누각이 있었는데, 하루는 평원군의 애첩이 누각에서 민가에 사는 절름발이가 절뚝거리며
물을 긷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큰 소리로 비웃었다. 그 다음날 절름발이가 평원군에게 와서 말했다.
“저는 당신이 빈객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빈객들이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당신이
빈객을 소중히 여기고 첩을 하찮게 여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행하게도 다리를 절뚝거리고
등이 굽는 병이 있는데, 당신의 첩이 저를 내려다보고 비웃었습니다. 첩의 목을 베어서 저에게 주십시오.”
이런 황당한 요구에 평원군은 알았다고 하며 돌아가게 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저놈 좀 보게. 한번
비웃었다는 이유로 내 애첩을 죽이라고 하다니?” 평원군은 절름발이의 요청을 묵살하고, 그 때 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그로부터 겨우 1년 남짓한 사이 빈객들이 절반 가까이 떠나 버렸다.
괴이하게 생각한 평원군에게 어떤 사람이 말했다. “빈객들은 당신이 여색을 좋아하고 빈객을 하찮게
여기는 인물로 생각하여 떠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평원군은 애첩의 목을 베어, 절름발이 집 앞에
가서 그 목을 내주면서 사과했다. 그러자 다시 빈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문제가 평원군의 절대 기반이 되었던 빈객을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되었던 셈이다. 외환위기 당시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회사를 굳건한 반석에 올려 화제가 되었던 이메이션 코리아의 이장우 사장. 그는 사소한
것의 중요함을 잊지 않았기에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큰일에서
실패하는 직원들은 나무라지 않는다. 그건 전략의 실패일 뿐 본인의 실패는 아니라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사소한 일에서 실패할 경우엔 눈물이 쏙 나올 만큼 호되게 잘못을 지적한다. 사소한 일에 무관심하고
큰일에만 관심 있는 직원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사소한 일을 할 때는
사소한 문제가 큰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큰일을 할 때 사소한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면 곧 큰일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타이타닉 호 침몰, 생수회사 페리에의 퇴출,엑손발데즈
호의 기름유출 사건 등 재난에 해당하는 큰 사고들은 모두 사소한 것들에 소홀한 결과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감으로 쉽게 느껴지는 크기나 규모의 상황에는 웬만큼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감으로 쉽게 느껴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기 십상이다. 특히 오감이 둔하다면 방치되는 사소한 문제가 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큰일을 해내려면 자신의 레이더망을 좀 더 촘촘하고 섬세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중요하고 거대한
것들도 알고 보면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니 말이다.
권순석, 출처 ~ 행복한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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