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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의 마음을 잃지 마라
    쉼 터/잠깐 쉬며.. 2010. 8. 29. 09:20

     

    범려는 월나라 왕 구천을 도와 천하의 패권을 잡게 되자,

    ‘사냥하던 토끼가 없어지면 사냥개가 삶아진다’는

    내용의 편지를 동료였던 문종에게 남기고 구천을 떠나

     

    제나라로 가서 이름을 바꾸고 정착했다. 당시 같이

    떠나기를 거절했던 문종은 구천에 의해 처형되고 만다.

    제나라로 건너간 범려는 상인으로서 능력을 발휘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곧 제나라에서 유명인사가 되었고,

    조정에서는 그를 재상으로 발탁하고자 했다. 거절했지만 거듭 초빙해오자 그는 모든 재산을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도나라로 넘어갔다. 도나라에서는 이름을 주공으로 바꾸고 다시

     

    장사를 했는데, 역시 오래지 않아 막대한 부를 일구었으며 천수를 누렸다. 지금까지도 범려는 중국 상인들

    사이에서 장사의 신 ‘도주공’으로 불리며 받들어지고 있다. 범려가 춘추전국시대의 변화무쌍한 세상과 인심

    속에서 부와 천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인심을 살필 줄 알았고, 인심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는 인심을 살필 줄 알았기에 모든 영화를 누릴 단계에서 구천을 떠날 수 있었고, 또한 제나라를

    떠날 때 모든 재산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떠났던 것이다. ‘천금을 잃을지언정 한 사람의 마음을 잃지 마라’

    하는 말은 혼란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마음껏 펼쳤던 범려의 삶이 농축된 지혜이다. <전국책>에 보면

     

    인심의 무쌍함을 실감나게 하는 일화가 있다. 전국시대에 중산(中山)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어느 날,

    왕이 국내의 명사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런데 이날 양고기가 든 죽이 부족하여 모두에게 골고루

    대접할 수 없었다. 그날 양고기 죽을 먹지 못한 사람 하나가 이에 불만을 품고 초나라로 도망가, 초나라

     

    왕을 부추겨 중산을 치게 했다. 대국이었던 초나라의 공격을 받은 중산나라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중산나라 왕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로 도망쳐야 했다. 혈혈단신으로 도망치는데, 창을 든 두 사람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왕이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어떤 놈들이냐?”
    “오래 전에 폐하께서 주신 음식을 먹고 죽음을 면한 사람이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 사람의 자식입니다.

    부친께서 돌아가실 때 폐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목숨을 걸고 은혜에 보답하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중산나라 왕은 탄식하며 말했다.


    “아주 사소한 은혜라도 상대가 곤란할 때 베풀면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사소한 실수라도 상대를 상처

    입히면 크게 보복을 당하는구나. 나는 죽 한 그릇으로 나라를 잃었고, 음식 한 바구니로 용사 두 사람을

    얻었구나.” 인심을 잃고 얻음은 때에 따라서는 한 나라를 잃게도 하고, 목숨을 살리게도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천금을 잃을지언정 한 사람의 마음을 잃지 않음을 몸소 실천한 이가 전국시대 3천 명의 식객을

    거느렸던 맹상군이었다. 그의 집에는 항상 많은 식객들이 머물고 있었는데 한 번은 식객 중에 그의 첩과

    밀통한 사람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안 가신이 맹상군에게 말했다. “식객으로 있으면서 주군의 여자와 밀통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즉시 처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그러자 맹산군은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냥 내버려 두게.” 하며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갔다.

    어느 날 맹상군은 자신의 첩과 밀통하던 식객을 불러 말했다. “기껏 나를 찾아왔는데 좋은 지위를 주지도

     

    못하고 참으로 미안하오. 그렇다고 하급관리직을 줄 수도 없고.... 그래서 말인데 나는 위나라의 왕과 아주

    친하다오. 마차와 노자를 준비해 드릴 테니 위나라에 가시는 게 어떻겠소?” 얼마 후 식객은 위나라로 건너가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세월이 지나 제나라와 위나라의 국교가 단절되고 위나라 왕은 다른 나라들과 연합하여

     

    제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때 맹상군의 식객으로 있었던 자가 위나라 왕에게 간언했다. “제가 폐하를

    모시게 된 것은 맹상군이 변변치 못한 저를 추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제나라와 위나라는 대대손손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지금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고 제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십니다. 이는 선왕의 맹세를 어기는 일이며, 또한 맹상군과의 우정을 저버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부디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생각을 바꾸지 않으신다면 저는 여기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요즘 세태가 의리나 인정보다는 이익을 앞세우다 보니 ‘차라리 인심을 잃을지언정 천금을 잃지 마라’의 의미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인심이 따라야 곧 천금도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심을 얻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천금을 얻을 기회도 없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득이 중요

    하지만, 이득보다 사람을 중시할 때 삶은 훨씬 의미가 깊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람은 삶의 의미와 함께

    더 큰 이득을 동시에 얻게 된다.

                                                                                                            권순석  ~행복한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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