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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한 자/지혜로운 한자 2010. 2. 5. 11:24
似而非
(같을 사, 그러나 이, 아닐 비)
‘是非(시비)‘라는 말이 있다. 是는 옳은 것이고 非는 그른 것이다. 그래서
’是非‘는 잘잘못을 말한다. ’似而非‘는 似是而非(사시이비)의 준말로서
孔子가 처음 한 말이다. 似는 ’흡사하다‘. 而는 ’그러나‘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이비‘라면 얼핏 보면 옳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을 뜻한다. 일종의 表裏不同(표리부동)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사이비‘는 환영받지 못했다. 특히 名分과 實質을 동시에 중시
했던 孔子는 ’사이비‘를 아주 싫어했다. 우선 겉 다르고 속이 달라 싫고,
또 하나는 혼란에 빠뜨려 是非나 眞僞(진위)를 가릴 수 없게 만들므로
싫어했다. ’사이비‘의 가장 좋은 예로 孔子는 稷(피 직)을 들었다. 이놈은
얼핏 보아서는 벼같이 생겼지만 사실은 벼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린다. 또 말을 잘 둘러대는 사람 역시 ’사이비‘의 일종으로
여겼다. 그런 사람들은 義(의)를 혼란에 빠뜨리고 신용을 어지럽히므로
싫어했다. 그러나 가장 전형적인 ’사이비‘로 그는 시골의 토속 선비들을
들었다. 그 지방에서는 德(덕)을 갖춘 선비라고 하여 칭송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사실은 正道(정도)를 걷지 않고 時流(시류)에 迎合
(영합)하는 사람들이라고 酷評(혹평)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正道를 걷는
선비를 욕한다 하여 특히 싫어했다. 즉 겉으로는 君子(군자)인 척하지만
사실은 사이비 君子인 셈이다. 이런 사람들은 道德(도덕)과 人倫(인륜)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사이비‘는 자기의 본분을 다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말도 된다. 선생이라면 열심히 학생을 지도해야 하고
학생이라면 열심히 배워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이비‘가 되는
것이다. 또 군인이 군인답지 못하면 그 역시 ’사이비‘가 된다. 우리는 자기의
직분은 지키지 않으면서 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을 오히려 비웃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사이비‘인 셈이다. 또 하나의 시골 선비가 되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