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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한 자/지혜로운 한자 2010. 2. 5. 11:12
運命
(움직일 운, 목숨 명)
사람이 살다 보면 吉凶禍福(길흉화복)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직
과학이 발달하지 않아 인간의 智慧(지혜)가 덜 깨어 있을 때는 그것이
어떤 거대한 주재자에 의해 지배되어 인간에게 닥치는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인간의 힘으로는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추구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束手無策(속수무책)인 것이라고 여겼는데 이를 運命(운명)
이라고 했다. 그러나 運과 命은 분명히 다르다. 글자의 뜻을 보아도 運은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가변적인 존재며, 命은 人命在天(인명재천)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束手無策(속수무책),
不可抗力(불가항력)적인 것은 運이 아닌 命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
중국 사람들은 자연을 위대한 存在(존재)로 보고 인간을 그것과 조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른바 天人合一(천일합일) 사상이라고도 하는데,
앞서 말한 시간상의 팔자와 공간상의 풍수가 그것이다. 그런데 팔자는
타고난 것으로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것이 命인 셈이다. 宿命(숙명)이라면 진작부터 결정되어 피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改造(개조)하거나 選擇(선택)이
가능한 것도 있다.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移徙(이사)를 하거나 結婚(결혼)을
할 때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즉 擇日(택일)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회피나 선택이 가능하다. 풍수가 그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힘으로
회피, 선택이 가능한 것이 運이다. 즉 팔자가 命이라면 풍수는 運인 셈이다.
물론 運과 命 중에서 중요한 것은 命이다. 중국 사람들은 命運(명운)이라고
하지, 運命(운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運命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命보다 運을 더 중시해서 그랬는지도 모를일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조상들은 인간의 意志(의지)를 天命보다 더 중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 命을 따질 것이 아니라 運을 따지자,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