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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한 자/지혜로운 한자 2010. 2. 5. 10:59
創業
(비로소 창, 업 업)
오즈음 創業이라면 회사를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의 創業者(창업자)가
어떻고...’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본디 創業의 뜻은 王朝(왕조)를
세우는 것이었다. 즉 開國(개국)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創業者라면 한 왕조의
초대 君主(군주)를 뜻했으며, 대체로 高祖(고조) 또는 太祖(태조) 불렀다.
創業이라는 말을 맨 처음 사용한 사람은 孟子였다. 그에 의하면 한 왕조의
탄생은 德을 닦은 사람에 의해서 가능하며, 설사 자신이 이루지 못했더라도
후손 중에 王이 출현할 것이라고 했다. 創業이 있으니 守成(수성)이 없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뜻이다. 創業者의 뜻을 잘 繼承(계승)하여 훌륭하게
번창시키는 것이 守成이다. 孟子에 의하면 守成의 여부는 天命(천명)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努力(노력)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天命은
결국 인간이 얼마나 德을 닦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創業이나
守成 모두 후손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금도 創業者의 뜻을 헤아리지
못해 기업을 도산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욱 번창시키는 사람도 있다.
唐太宗(당태종)이라면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장본인지만 중국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天子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우리와의 관계를 떠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그는 확실히 不世出(불세출)의 위인이었다. 文武(문무)를 완벽하게 겸비했던
보기 드문 君主였다. 그가 創業과 守成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우냐고 신하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사실 아버지 李淵(이연)을 부추겨 隋(수)나라를 멸망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 그였다. 創業者이자 守成者인 셈이다.
대표적인 賢臣(현신) 房玄齡(방현령)은 創業이, 魏徵(위징)은 守成이 더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태종을 도와 각각 創業고 守成에 공을 세운
신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태종이 결론을 내렸다. “물론 둘 다 어렵다.
그러나 이제 創業은 끝났다. 바야흐로 守成에 진력할 때다.” 과연 그는 守成에 힘써
大唐帝國(대당제국) 전성기의 기틀을 확립했다. 유명한 貞觀政要(정관정요)는 그의
정치관을 담은 것으로서 帝王學(제왕학)의 명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