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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 중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히에로글리프’가 새겨진 거대한 비석,
‘로제타스톤’을 발견했다. 로제타스톤의 탁본은 프랑스로 보내져 천재 언어학자 상폴레옹에
의해 해독됐지만 로제타스톤은 지금 대영박물관에 있다. 이집트 주둔 프랑스군이 영국군에
항복하면서 약탈 유물도 넘겨진 것이다. 강대국들이 자기들끼리 남의 나라 유물을 뺏고 뺏은
것이다. ‘로마는 로마에 없다. 로마는 모두 파리에 있다’는 말도 있다. 로마제국 유물의 핵심이
루브르 박물관에 있음을 풍자한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은 그들이 침략한 나라의 유물
들을 경쟁적으로 발취해 제 나라 박물관을 채웠다. 그리고는 내세우는 변명이 ‘고대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문화재청이 추산하고 있는 해외 유출 우리 문화재는 7만 6000여 점이다.
국보급도 상당수 있으며 대부분 조선말기와 일제시대 때 유출된 것이다. 조선왕실 도서관인
규장각 도서의 일부는 이토 히로부미가 ‘대출’ 해간 뒤 100년이 넘도록 반환되지 않고 있다.
규장각의 분원으로 강화도에 있던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갔다.
미태랑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해 김영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외규장각 도서인 ‘의궤’ 한 권을
들고 와 떼제베(TGV) 고속철을 구입해주면 모두 돌려줄 것처럼 말했다. 막상 떼제베를 팔아먹고는
입을 닦았다. 그런 프랑스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패전국 독일을 상대로 50년 전 보불
전쟁 때 빼앗겼던 문화재까지 돌려받았다. 2차 대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제 것은 끝까지 찾아
가면서 남의 것은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가 외규장각 도서와 관련해 ‘불행한
약탈’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화연대가 제기한 반환소송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그런데 표현이 참
묘하다. ‘불행한 약탈’ 이라니, 약탈 가해자가 불행인지, 피해자가 불행인지, 가해행위를 반성한다는
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명료하지 않으면 프랑스어가 아니다’라는 게 그들의 모국어 자랑이다.
그런 프랑스어도 이치에 안 닿는 말은 명료하게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권순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