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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동차 문화~프랑스쉼 터/자동차정보 2009. 8. 31. 22:06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쓰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들 언어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과
긍지 덕에 다른 유럽인들의 빈축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와는 사무실 이웃인 줄리안은 그런 프랑스인들을 대변하듯
자신의 나라에 대한 다른 이들의 편견에 자조적인 웃음을 흘린다. 언젠가 줄리안과 유럽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의도한 바와는 달리 꽤나 진지하게 대화가 흘러가자 줄리안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프랑스를 방문한 사람이 그들에게 영어로
질문을 하면 프랑스어로 친절하게 대답해준다고 한다. 그래도 알아듣지 못하면 아주 느린 프랑스어로 대답해준다고 한다.
줄리안은 프랑스내의 영어의 부재는 그들의 오만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굳이 강조한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문화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뿐이라고 한다. 이는 굳이 언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음식문화 또한 그 범주에 포함이 될 듯 하다. 한국 사람
들의 모임에 삼겹살과 소주가 빠지지 않듯 프랑스인들의 식사에는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얼마 전 줄리안 가족에게 저녁 초대
를 받은 적이 있다. 그들과의 대화만으로도 진한 와인향이 배어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 병씩 조심스레 내놓는 와인들에
대해 줄리안은 그에 얽힌 역사와 배경을 진지하게 설명했다. 루이라는 이름 아래의 강력한 국력과 앙뜨와네뜨의 무지 섞인
화려함을 간직한 그들의 문화가 단지 낭만이라는 단어로 축소되는 것이 안타까운 듯 줄리안은 그들의 문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중엔 자동차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으며, 약간은 치즈냄새가 풍기는 줄리안의 이야기와
내 짧은 경험을 엮어 이제 그들의 자동차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승객과 보행자를 떨리게 하는 택시운전
재작년 여름, 파리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 멀지 않은 여행길이었기에 아내와 아들을 동반했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파리 외곽의 호텔로 이동하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메트로를 타면 된다고 하지만 유모차를
가지고서는 개찰구를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마침 버스회사도 파업을 한 터라 임시 편성된 버스를 얻어 타고
종착지인 오페라 앞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다시 호텔로 이동하는 것은 택시가 유일한 수단이었고 택시를 잡아 호텔로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두 시간, 그중 이동시간은 15분이었다. 결국 택시를 잡는데 1시간 45분이 소비되었다.
그들의 택시에 대한 나의 무지가 주원인이었다. 파리내의 택시 수는 인구에 대비하여 상당히 적다. 또한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지나가는 빈 택시들도 서지 않는다. 결국 정해진 정류장이 있는 버스나 지하철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운전
습관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90년대 택시운전기사님들보다 곡예운전의 실력이 한 수
위였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5차선 로터리를 단 한번에 횡단하기, 50cm 간격의 차사이로 끼어들기, 악기를 연주하듯
경적 울리기, 그리고 보행자 무시하기. 줄리안은 이런 나의 비판 아닌 비판에 이렇게 대답한다. 파리인들에게 운전은 생존과
같다고 한다. 양보는 곧 도태이기 때문에 법이 제한하는 한도 내에서 생존법칙을 익혀가며,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이야기지만, 어느 도시가 그렇지 않으랴.
♣ 음주운전에 관해서는 너그럽다?
열흘 남짓 파리에 머물면서 호텔 근처의 식당들을 하나하나 방문해 보았다. 이민자들의 식당을 제외한 모든 식당에서
와인을 제공하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와인을 식사와 곁들인다. 그들이 마시는 와인병의 수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자동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분명 음주운전일텐데라고 생각
하면서 아내와 호텔로 들어왔다. 열흘 동안 이렇듯 반복되는 상황을 보고는 프랑스의 음주단속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이라고
내심 결론을 내렸다. 이런 이야기를 나중에 출장을 마치고 줄리안에게 말했다. 줄리안은 알 수 없을 듯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들의 문화는 법률위에 존재한다고. 수백 년 동안 식사의 분위기를 중시하면서 살아온 그들에게 음주
단속이란 조금은 가혹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파리의 외곽으로 나가면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적발했을 경우 인사불성이
아닌 경우에는 아이를 타이르듯 다음부터는 음주운전을 자제하라고 말을 건넨 뒤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그런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듯 단속 대상이 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상당히 높게 설정해 놓았다. 나름대로의
일리는 있지만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우리나라는 문화의 뿌리가 깊지 않아 법을 지키는 것인가? 맥주
문화가 너무나도 발전한 벨기에는 어떠하고, 프랑스인들 못지않게 와인을 즐기는 독일인들은 또 어떠한가? 여하튼, 법률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프랑스인들의 삶이 그래서 조금 더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런 내 생각을 읽기
라도 한 것처럼 줄리안은 여유롭지 않은 택시의 숫자 또한 그 영향이 있을 것이라 한다. 영국과 달리 술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들은 찾아볼 수 없기에 자연적으로 음주 운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 표정이 탐탁지 않았는지 요즘에는
음주단속의 수위와 규율 준수율이 많이 상승하고 있다고 화제를 돌린다.
♣ 불법주차가 익숙한 파리인들
음주운전 문화에 곁들여 주차문화도 살짝 이야기 해볼까 한다. 어느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파리내의 주차는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더구나 짧은 볼일이 있어 차를 세울 경우에는 불법주차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파리인들은 불법주차에
익숙하다. 바게트 하나를 사기 위해 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우고 다시 빵집까지 가는 것이 쉽지는 않으리라. 이중 또는 삼중으로
불법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고 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면서 호텔지배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고로 이 호텔지배인은
튀니지에서 온 이민자였기에 영어에 익숙해 보였다. 호텔지배인은 프랑스에서의 불법주차 벌금은 만원 정도라고 한다. 주차
요원의 수가 상당히 부족하여 하루 서너 번 정도만 단속을 하고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감안 하면
그 많은 불법주차가 그리 놀라워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의 판단이 확률에 의존하여 이루어지듯이 그들 역시 불법
주차시간/단속시간과의 간격 = 1/10 이하라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벌금이 만 원 정도이니 뭐 무시할
만도 하지 않은가. 자연현상에 대한 그들만의 수학적 해석에 웃음을 지으며 방으로 돌아와 그날도 도시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렸다.
학회가 끝나고 마지막 날 새벽에 호텔에서 택시를 불렀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한산한 도로에서 공항까지의 이동은
여유로웠다. 짐을 실어주는 기사 아저씨는 연신 프랑스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려는 내게는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공항에 도착하고 그의 친절에 아내와 나는 그에게 이만 원 정도의 팁을 쥐어 주었다. 그러자 우리 택시
기사 아저씨는 유창한 영어로 감사하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뒤 우리의 짐을 공항 안까지 친절하게 날라주고 안녕을
고하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사라졌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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