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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의 자동차 문화~루마니아쉼 터/자동차정보 2009. 8. 31. 21:43
♣ 택시가 없다?
호텔로 이동하려고 택시 주차대로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다만 몇몇 사람이 ‘택시’라는 말만 외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자가용 개인영업을 하는 것 같았다. ‘설마 택시가 없는 나라도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한마디로 “No”를 외치고, 택시 정류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20~30분을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모처럼 택시가 눈에
띄어도 손님만 내려주고는 휭 하니 가버리는 것이었다. 주위의 눈치를
보니, 자가용 영업자들이 “안갈 거야?” 하는 표정으로 비웃는 것 같았다. 결국 그들에게 거꾸로 사정하여 비싼지 싼지도 모르는 거액을 지불하고선
호텔로 향했는데, 거리에 차는 별로 없고 뻥 뚫린 차도에 간혹 트렌바이
(전차)만 다니고 있었다. 어쩌다 자동차라도 보이면, 모양새가 매우 이상하거나 오래된 구식모델이었다.
♣ 자동차보다 전차가 더 유용한 교통수단
20시간이라는 지루한 비행을 이겨내면서 막연히 기대했던 동유럽의 나라. 세계 최고의 미인이 많다는 루마니아에 대한
첫인상은 기대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며칠동안 이곳에 머무르면서 마주치게 된 맑고 소박하며 정겨운 문화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맑은 물과 산, 그리고 해바라기 지평선은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으며, 자동차 매연과
정체에 시달렸던 서울과는 달리 한적한 도로와 여유롭게 지나가는 트렌바이와 같은 교통수단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지방으로 갈수록 말이 끄는 마차와 수레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며, 그 사이사이로 오래된 자동차가 멋들어지게 지그
재그로 다니는 그림 같은 풍경이 너무나 정겨웠다.
♣ 자동차 소유자는 최고의 부와 명예 상징
그 당시 나의 예술가 친구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방문한 오래된 벗에게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기 위해 자동차를 빌리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차량 보급이 대중화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돈에 팔촌까지 인맥을 동원해야만 했다.
며칠 후 무척이나 어렵게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오래된 고물차의 주인은 너무도 있는 체를 하며
으스대었다. 자동차 한 대만 소유하고 있어도 아주 큰 부와 명예를 지닌 것처럼 여겨지던 그 시절. 당시 루마니아는 다른
나라보다 20년이 앞선 유흥사업과 그에 비해 20년이 뒤진 기간산업이 공존하던 때였다. 미인이 많은 곳이라 나이트클럽에
가면 너무나도 현대적으로 토프레스쇼(성인쇼와 비슷한, 과감한 노출이 있는 쇼)를 하는 유흥문화와는 달리 도로나 자동차,
전기 시설 등은 너무도 뒤처져 있었다.
♣ 세계 명차들의 집합소가 된 도로
루마니아를 처음으로 방문한 지 13년이 지난 2006년, 그곳 친구들이 그리워서 다시 찾게 되었다. 공항은 현대식으로 변해
있었고, 더욱이 올해에는 EU에 가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람들의 얼굴은 생기가 돌았다. 호텔을 비롯한 신축건물들이
눈에 띄게 많이 건설되고 있었다. 마치 모든 시내 도로가 공사판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더욱 놀랄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세계의 명차들이 도로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 13년 전의 공항도로는 변변한 신호등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최첨단 교통신호체계와 잘 정비된 도로로 변해 있었다. 자동차 운전자가 많아져, 예전에는 20분이면 갈 수 있었던 호텔까지
2시간이나 걸려 겨우 도착했다.
♣ 루마니아를 사로잡은 스포티지
예술가인 나의 친구는 지금까지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대신 4박5일간 나와 함께 할 레오라느라는 운전기사를 소개해
주었는데, 그의 차량은 다름 아닌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였다. 먼 타국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를 자랑스럽게 타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레오라느는 스포티지를 본 순간 너무나 갖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 모아둔 결혼
자금으로 차를 샀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의 약혼녀가 자신보다 차를 더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떠나버렸다고.
이런 사연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레오라느는 애인보다 더 귀한 것이 자동차이며, 그 다음이 사랑과 집이라고 말한다. 배급을
받던 사회주의 시절을 지나,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차를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또한 할부 제도가 가능해 수입만 있으면
너도 나도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루마니아 사람들은 너무나 자동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입이 생기면 제일
먼저 차를 장만한다는 것이다. 레오라느는 전 세계 차종 중에서 스포티지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디자인과 성능, 가격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데 그중에서도 실내의 기능들이 너무 우수하다고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자신의 여자 친구보다 더
귀한 스포티지를 만든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나를 최고로 대우해 주었다. 13년 전 말 마차와 기차로 갔었던 시나야산을
이번에는 스포티지를 타고 여행했다. 시나야산은 황소만한 곰이 산장까지 내려오는 굽이굽이 자연이 잘 보존된 곳으로,
겨울에는 유럽의 스키어들이 자연의 눈을 즐기러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 험한 산허리를 힘센 스포티지로 힘들지 않게
내달리며 모처럼 만에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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