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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9. 8. 31. 17:23
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요즘이면 입 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그 맛’이 간절하다. 바로 간월도 어리굴젓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 위에 빨간 어리굴젓을 스윽 올려놓고 한 숟가락 떠 넣으면, 입 안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 맵짠
맛이란! 겨울철, 어리굴젓 한 종지가 바로 밥도둑이다. 부지런히 숟가락질을 하다보면 어느새 밥공기가 텅 빈다. 어느 겨울
날, 밥상머리에 앉아 어리굴젓 맛을 이리저리 떠올리다, 결국 간월도까지 달려가고 말았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30분 거리.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를 나와 15분을 가니 간월도에 훌쩍 닿았다. 간월도는 이름만 섬(島)이지 이제는 더 이상 섬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산은 벽촌이었다. 아낙네들은 어리굴젓을 머리에 이고 홍성까지 가서 내다팔아
야 했다. 서울 가는 길도 배편이 더 편했다고 한다. 60~70년대에는 똑딱선을 타고 인천항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80년대 중반, 천수만 간척사업이 끝나면서 간월도 바로
앞까지 방조제가 이어지면서, 겨울철 주말이면 방조제를 타고 전
국에서 차들이 몰려들곤 한다. 방조제를 지나자마자 ‘간월도’ 표지
판을 보고 좌회전하면 어리굴 아낙네 탑이 서 있고, 그 앞으로 어
리굴젓 판매상들이 죽 늘어서 있다. 홍성 IC를 나오면서부터 어리
굴젓의 맵싸한 향이 코끝에 내내 맴돌든 차, 간월도에 닿자마자 대
충 주차를 하고서는 노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쑤시개에 젓갈
하나를 찍어서는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입 안으로 밀물처럼 밀려드
는 그 바다내음. 이 맛을 간월도 말고 어디에서 맛볼 수 있을까.
요즘이야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제철 음식을 쉽게 받아먹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음식은 ‘그것이 난 자리에서 제 때에 먹어야
제 맛’이다. 어리굴젓도 맛있지만 간월도 영양굴밥도 맛보지 않으면 후회할 별미다. 밥을 지을 때 굴을 함께 넣는데 은행, 대추,
밤 등과 야채류가 곁들여지는 그야말로 보양식이다. 맛은 물론, 밥 냄새부터가 깊고 진하다. 이 영양밥을 달래를 썰어 넣은 간
장에 비벼, 청국장과 함께 먹는 맛이 그만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입이 즐거웠다면 이제는 눈이 즐거울 차례다.
간월도 하면 간월암을 빼놓을 수 없다. 태조를 도와 서울을 수도로
점지했다는 무학대사가 세운 사찰이다. 달을 보고 도를 깨달아 ‘간
월암’(看月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고 밀
물 때는 물 위에 떠 있다. 물이 가득 차면 한 송이의 연꽃이 떠 있는
듯하다고 해서 연화대, 한 척의 배가 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원통대
라 불리기도 한다. 간월도에서 안면도쪽으로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
다. 안면도 가는 길, 궁리포구는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 포장마
차가 늘어서 있다. 안면도 꽃지 해변은 일몰이 아름답다. 꽃지 해변
백사장 북쪽 끝에는 할미, 할아비 바위라 불리는 두 개의 바위봉우리가 솟아 있다. 신라 때 전쟁에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가슴 아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 바위들 너머로 붉게 물드는 노을은 가슴이 저릴 정도로 예쁘다.
기아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