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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바다 지중해
    쉼 터/잠깐 쉬며.. 2009. 8. 22. 20:20

     

     

    영화 <맘마미아>에 등장했던 작은 여관을 떠올려 보자. 구석구석 눈썰미 좋은 아낙이 천천히 가꾼

    듯한 푸근한 멋과 시원함이 어려있는 바닷가의 사랑스런 민가. 이렇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

    았지만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디자인을 ‘버나큘러 디자인’이라고 한다. 버나큘러(Vernacular)란 ‘

     

    지방의, 토착의’라는 뜻으로 그 지방의 특색이 묻어나는 민예품 디자인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지중

    해의 감성은 기계화, 산업화로 삭막해진 20세기 초 ‘지중해주의’라는 건축운동을 불러왔다.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르 꼬르뷔제 역시 1년간의 지중해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과 현대건축이 어우러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 자연을 그대로 그러안고 일상

    의 소중함을 지키며 순박하게 만들어진 지중해 농가의 모습이 첨단 문명과 세련된 디자인보다 더 소

    중하게 부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각광받는 친환경디자인, 자연친화적인 삶 또한 100년 전의 지

     

    중해주의와 같은 맥락이란 생각이 든다. 슬로 라이프, 자연 그대로를 뜻하는 ‘로(Raw)’의 열풍처럼

    사람들은 언제나 순수함으로 돌아가고픈 열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은 지중해에서 하나로 만난다.

    너무나 다른 세계가 한 바다에 면해 있는 만큼 수 천년 동안

    서로의 문화가 씨줄날줄처럼 교차하면서 풍성한 문명이 꽃

     

    을 피웠다. 여러 문명이 격돌한 만큼 전쟁과 해적의 약탈도

    심했던 곳이 지중해다. 그래서 예쁘게만 보이는 산토리니의

    집에도 흥미로운 유래가 있다. 바다에서 해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감시하고, 침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절벽에 집을 짓고,

    문을 작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절벽을 활용하다 보니 집이나

    교회도 크게 지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산토리니의 대표적인 관광지, 이아 마을에는 걸어서 20분 거리

     

     안에 79개나 되는 작은 교회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다. 그럼, 교회의 지붕들은 왜 하나같이 푸른 색일

    까? 푸른 색은 성스러움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고 그리스 국기 속 파랑과 같이 하늘과 바다를 뜻한다

    설도 있다. 지금은 그리스의 경관법에 따라 산토리니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하얀 바탕의

     

    건물에 파란 지붕으로 짓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옛 풍경을 보존해 세계적인 명성과 함께 짭짤

    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를 통해 세계가 서로의 문명을 주고받았다는 증거는 아프리카 튀니지의 바닷가에서 뚜렷하

    발견된다.먼 아프리카 해안에서 하얀 회벽과 ‘튀니지안 블루’라는 이름의 푸른 지붕과 대문으로

    가득한 마을을 처음 접하면 산토리니에 온 것같은기분에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다.

       

    튀니지와 그리스,아프리카와 유럽, 이슬람과 기독교

    는 전혀 다른 세계가 같은 모양의 분신처럼 지중해

    를 사이에 두고 존재하는 것이다. 산토리니의 교회가

     

    튀니지의 모스크처럼 이슬람 양식의 푸른 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한때 이슬람제국인 터키의 지배를 받

    았던 그리스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

     

    의 흔적인 푸른 돔 위에는 하얗게 빛나는 그리스 정교

    회의 십자가가 있는데 푸른 그리스 국기 속의 하얀 십

    자가도 이슬람으로부터 독립한 그리스정교회를 상징

     

    한다고 하니 작은 교회당 모습에도 숱한 이야기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신화에 보면 제우스가 지금의

    레바논인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파(‘유럽’이란 뜻)에

     

    반해 소의 모습으로 그녀를 유혹하여 지중해를 건넜고,

    공주를 찾기 위해 크레타 섬으로 넘어간 페니키아인이

    가르쳐준 문자가 알파벳의 근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럽 문명의 기원자체가 지중해를 통해 동양에서

    전해진 것이라는 설이다. 지중해와 문명에 대한 흥미로

    운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지중해하면 긴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도 집으로 돌아가

    지 못한채 10년을 넘게 지중해 곳곳을 떠돌아야했던 오

    디세우스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치열한 인생

     

    의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것이 긴 방랑의 끝이기를 바라면서도 늘 그 다음 파도에 부딪혀야 하는 우

    리의 삶이 오디세우스와 얼마나 다를까? 지중해는 오랜 시간 고군분투하면서 제 길을 찾아갈 수 밖

    에 없는 우리 삶의 거울이다.

                                                                                                                      출처 ~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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