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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막의 배두인족쉼 터/잠깐 쉬며.. 2009. 8. 29. 19:59
아라비아 반도 황량한 사막에서 지난 세기 어느 날인가 검은 황금과 석유가 솟구쳐 오르며 모래 위에 하늘을 찌르는 빌딩이 올라가고, 아스팔트가 깔리고,
달러가 풀풀 날아다니고, 캐딜락을 탄토후들은 벼락부자가 되어 권력과 재력을 양손에 쥐고 무소불위 세계를 휩쓸고 다녔다. 그러나 그런 아랍의 토후들도
딱 하나 겁내는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베두인(Bedouin)족이다.
♣ 사막에서의 유목생활은 알라신이 내린 축복
베두인족은 말이 없다. 그들은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달러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지도 않고,
땅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은 채 그저 조상대대로 살아온 대로 조용히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양을 치며 텐트 속에서 살아간다. 베두인족들은 아랍인들을 위협할 만큼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또한 자기네 언어에 자기네 고유문화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아랍어를 사용하며,
카피에나 차도르와 같은 아랍인과 똑같은 복장으로 알라신을 믿는 무슬림이다. 그러나 아랍인들은
그들을 두려워한다. 베두인들이 아랍인들과 다른 점은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벽이 있다는 것이다.
아랍 토후들은 베두인족을 달래기 위해 아파트를 지어 무상으로 그들에게 분양했다. 부엌에서
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거실에는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는 에어컨디셔너까지
갖췄건만 그들은 고개를 흔들며 사막으로 나가버렸다. 검은 염소 털로 짠 ‘베잇타쉬아르’라고
불리는, 볕만 간신히 가려주는 텐트를 사막 위에 치고 낙타와 양떼와 함께 살아간다. 모래땅을 파서
겨우 고이는 흙탕물을 받아 하룻밤 재워 흙이 가라앉은 다음에 윗물을 떠 마시면서도 한낮의 열기와
사막의 모래바람을 그들은 귀찮은 존재라고 짜증내지 않는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삶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해가 떨어지고 시원한 바람이 열기를 밀어내고 나면 쾌적한 사막의 밤이 그들을 맞는다.
램프 불을 텐트 지주에 매달고 모래에 깐 카펫 위에 비스듬히 앉아 차와 커피를 마시며 쏟아지는 별을
쳐다보는 것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알라신이 그들에게 내린 축복이라 믿는다.
♣ 칸막이 역할만 하는 텐트는 다듬지 않은 낭만
베두인의 커다란 텐트는 일반적으로 세 칸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칸은 손님이 오면 함께 앉아 차를 마시는 응접실이자, 남자들이 사는 방이다.
방이라야 문이 달린 것도 아니고, 단지 옆 칸과의 사이에 천으로 칸막이를 쳤을 따름이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렸고, 보료가 가로로 길게 놓였으며
그 사이사이에는 팔을 걸치는 베개가 포개어져 있다. ‘아무드’라고 불리는 텐트를 받치는 지주엔 부인이 알록달록한 색실로 장식을 했으며,
삼면을 가린 칸막이 천 위에는 아름다운 문양을 자수해 놓았다. 응접실 옆 칸은 ‘하람’이라 불리는 여자들의 방이다. 물론 문도 없는 칸막이뿐이지만
여기에는 그들이 먹을 곡식이 저장되어 있는 곳간이기도 하다. 손님이나 다른 남자들이 하람을 들여다 보는 것은, 잘못하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짓이다. 베두인의 식사는 요구르트 반죽(Yogurt Paste)으로 시작된다. 요구르트에 으깬 마늘, 레몬, 깨소금, 으깬 메추리 고기를 넣는가
하면, 요구르트에 으깬 가지나 시금치, 닭 간 등으로 반죽을 만들기도 한다. 모두들 집집마다 다른 양념을 섞기 때문에 맛이 모두들 다르다.
어떤 때에는 몇 가지의 요구르트 반죽이 함께 상에 오르기도 한다. 여기에 코브즈(Khobz)라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펼쳐서 구워낸 빵을 찍어 먹는데,
이것이 베두인의 주식이다.
♣ 방랑생활을 청산하는 것은 베두인족이 아니다.
남자들은 양과 낙타를 치며, 유사시에는 싸움을 하기도 한다. 베두인족은 아라비아 반도에 3백여만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흩어져 씨족단위로
살고 있다. 정착하지 않고 풀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라 국가를 만들 만한 민족적 응집력이 약해 지금은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떠돌이 소수민족
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시리아, 이란, 이스라엘 그리고 북아프리카와 사하라사막 아래 준 사막 사헬까지 광범위하게 흩어져
사는 베두인족에게는 고향도 없고 조국도 없다. 단지 풀과 물이 있는 곳이 그들의 고향이고 조국인 셈이다. 베두인족은 매우 용감하고 권위적이며
호전적인 종족으로 타 종족들은 베두인족을 두려워한다. 베두인족 전사들은 원래 낙타나 말을 타고 사막을 질주하며 농경민족이나 오아시스 대상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공물을 받거나 약탈을 하며 무소불위로 세력을 떨쳤다. 10세기경에 이루어진 아랍세력의 북아프리카 정복도 베두인족들이 주도했던
것이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서구 세력이 아랍과 아프리카를 지배하며 모래알 같이 수 많은 족장 중심의 부족 국가를 합쳐서 틀이 잡힌 중앙집권적
현대국가로 탈바꿈하자 베두인족의 약탈공납도 급감하게 되었다. 중앙정부군에 맞서 싸우기에는 흩어지고 비조직적인 베두인의 힘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낙타를 타고 사막을 떠돌며 낙타의 젖을 짜 버터와 치즈를 만들어 먹는 베두인족이 가장 존경받는다. 그러나 방랑생활을 청산하고
정착하여 농경생활로 전환한 부류는 같은 베두인족이라 할지라도 경멸받고 있다.
유목 베두인들은 이들을 멸시하며 그들과 같은 종족이라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한다. 지금도 낙타나 말을 타고 사막을 방랑하며 가끔씩
정부군에도 맞서는, 사하라 사막 아래 투아레그족은 베두인의 귀족으로 아무도 그 권위에 도전하지 못한다.
기아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