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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
    쉼 터/잠깐 쉬며.. 2009. 8. 20. 17:49

     

    거짓말에도 여러 가지 성격이 있다. 오늘 출근하는데 길이 너무 막혀 지각했다는 샐러리맨의 궁색한 거짓말이 있을

    것이고, 너무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오래된 연인의 닭 살 같은 거짓말도 있을 것이다. 또 직장을 잃었으면서도 아침에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가장의 쓸쓸한 거짓말이 있을 것이고, 남을 속이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기꾼의 추악한 거짓말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남의 허물을 감싸주며 모든 일의 연원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아름답고 용기 있는 거짓말도 있을 터이다.

    이처럼 거짓말은 개인 삶의 드라마이다. 거짓말은 삶에 굴곡을 만든다. 그러나 개인의 거짓말이 아닌, 집단의 거짓말은

    역사에 굴곡을 만든다. 개인의 거짓말은 때때로 애교스러울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지만, 집단의 거짓말은 대부분 불행

     

    으로 치닫는다. 역사란 “아(我)와 피아(彼我)간의 투쟁이다”라는 명제에 빗대, 역사란 “거짓말과 진실간의 투쟁이다”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역사가 된 지혜로운 거짓 전술
    역사 속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하는 거짓말은 흔히 계책이라 불리며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단적인 예가 ‘트로이의

    목마’이다. 기원전 1250년 전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은 10년간에 걸쳐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전세는 트로이군으로

    점차 기울었는데, 그리스군은 이를 타개한 방법으로 적진에 거대한 목마를 남기고 철수하는 거짓 전술을 펼쳤다. 여기에

     

    속아 넘어간 트로이군은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 놓고 승리의 기쁨에 취하였다. 그러나 새벽이 되어 목마 안에 숨어 있던

    오디세우스 등이 빠져 나와 성문을 열어 주었고, 그리스군이 쳐들어와 트로이성은 함락되고 말았다. 만약 이 거짓말 전술이

    통하지 않았다면, 그리스의 역사는 트로이의 역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양에도 이런 거짓말이 없을 리 없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계책이 뛰어난 모사는 아마도 제갈량일 것이다. 제갈량의 속임수는 고작 2천5백의 병사로 15만의

    대군을 굴복시키는 일화를 낳았다. 위나라 사마의가 15만 대군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촉나라 성을 함락시키려고 하자,

    제갈량은 성문을 닫기는커녕 활짝 열어젖힌 채 망루에 앉아 학창의를 입고 윤건을 쓴 모습으로 거문고를 탔다. 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에 사마의의 위군은 무슨 계교가 있을 거라 확신하고 회군을 하고 만다. 함정이 없음에도 함정이 있을 것이란

    거짓말로 상대를 물리친 것이다. 거짓말에 대항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언제나 순결하며,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된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이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함으로써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당시의 천동설과 지동설의 대결은 중세와 근세의 대결, 신앙과 과학의 대결, 교황과 군주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거짓말과 진리의 대결이었다. 갈릴레이는 이단으로 몰리면 어떤 결과가 닥칠 것인지 잘 알고 있어

    종교 재판정에 섰을 때 끝까지 과학자의 양심을 지켜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독백을 함으로써

    교황청의 미움을 받고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 범부들의 아름다운 약속
    권력의 거짓말에 대한 저항은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할수록 더욱 감동적이다. 1차 대전 직전 프랑스에서 드레퓌스라는

    한 장교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독일 스파이의 누명을 썼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왔지만 권력은 이를

    은폐하며 그를 진범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에 소설가 에밀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신문에 기고한 것을 필두로

     

    프랑스와 전 세계의 행동하는 지식인들이 권력을 성토하고 드레퓌스를 변호하는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이러한 노력 끝에

    드레퓌스는 무죄를 선고 받았고,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거짓에 저항해 진실을 지킨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곤 하지만, 잃을 것이 없는 대부분의 범부들은 언제나 진실 편에 있으며

     

    그들로 인해 위대한 역사는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무려 2천 명에 달하는 범부들이 집단으로 완벽한 거짓말을

    한 사건이 중국에서 있었다. 중국 창춘에 사는 한 소녀는 골수암으로 시력까지 잃어야 했다. 소녀의 소원은 천안문 광장에

    가서 국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건강이 나쁜 소녀에게 창춘에서 북경까지는 너무 먼 거리였다.

     

    하지만 창춘에 사는 범부들은 이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고, 소녀에게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누구는 버스의 안내원 역할을

    했고, 누구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종사자 역할을 했다. 또 누구는 북경의 길을 묻는 외국인 역할을 했고, 나머지 천 명이 넘는

    범부들은 천안문 광장을 오가는 관광객 역할을 했다. 이런 사람들의 완벽한 거짓말에 소녀 또한 완벽히 속아 넘어갔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중국의 오성홍기(중화 인민 공화국의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 우리가 정말 천안문에 왔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범부들의 거짓말이었다.

                                                                                                                                                   출처 ~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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