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리기

☞ 좋은일이 있다면 나쁜일도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굴곡 많은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래서 곡선은 우리의

인생과도 비교가 되곤 한다. 그 모양만으로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하는  곡선 그림에서는 곡선이 어떻게 표현 되었을까?

 

곡선은 부드러운 미학을 표현하 기에 적절한 디자인

요소다. 직 선이 획일화 된 힘을 표현한다면 곡선 은

유려한 미를 표현한다. 또 직선이 남성을 상징하다면

 

곡선은 여성을 상 징한다. 또한 곡선은 지극히 편안하 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 직선형의 아 파트보다 타원형

의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도 곡선이 마음을 평온하

 

게 하는 것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림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보는 이에게도, 그림을 그리는 이에 게도

곡선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자 연을 표현한 풍경화 속

 

엔 부드러운 곡선의 산들이 보인다. 특히 어린아 이들

의 그림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지 닌 두 개의 산은 엄마의 포근한 가슴 을 상징한다.

 

곡선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는 인간의 몸에서 나타난다. 누드는 세기를 넘어 끊임없이 그려지고 또 논란이 되는 작품 소재다.

보는 시각에 따라 외설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인의 몸은 신이 만든 작품 중 최고의 아름다움이라 평가하는데 반발할 자는

없을 것이다. 많은 누드 작품 중 산드로 보티첼리의 1482년작 <비너스의 탄생>을 보자. 커다란 조개 속에 흘러내리는 긴 머리의

 

이 비너스는 누가 보아도 아름다움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줍은 듯 살짝 몸을 가렸지만 긴머리의 그녀는 그야말로 미의

여신으로 보인다. 누드를 그린 작가로는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로트렉 등 많은 작가들이 있으며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누드가

가지는 절대적 곡선의 예술성이다. 이 시대의 그림은 종교에 국한되어 작가들마저도 매너리즘에 빠져 작품 활동에 염증을 느끼곤

 

했다. 그 즈음에 르네상스 붐이 일었다. 당시 활동한 보티첼리는 피사체를 서정적으로 묘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에서

절대적인 곡선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서정적으로 보다 더 우아하게 그리려고 했던 것에

기인한다. ‘신이 만들어 놓은 창조물 중 오염되지 않은 마지막 창조물’이라는 누드는 현대인의 각박한 심정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가온다. 어머니의 포근함과 잃어버린 천연적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을 현대인들은 인체의 곡선에서 찾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이한 곡선은 클림트의 작품에 등장한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희망1, 희망2>의 1903년 작품은 임신한 여인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씨앗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이 그림은 딱딱하고 인위적인 것에 익숙해져

 

원초적이고 부드럽고 또 유연한 것을 갈망하는 현대인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다. 곡선은 이처럼 새로운 희망과 그것을 부드럽게

안아주는 모성을 일깨워 준다. 하지만 곡선이 아름답고 편안한 디자인 요소라고 해서 명화 속에 늘 그렇게 드러나지만은 않는다.

뭉크의 <절규>에서 곡선의 얼굴은 어두운 색채에 불행의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절망적인 표정을 보여준다. 살바

 

도르 달리의 1031년작 <기억의 고집>을 보자. 이 작품은 직각으로 표현해야 할 물질들까지도 모두 늘어진 곡선으로 왜곡시켰다.

심리적인 긴장감을 주는 곡선을 보며 우리는 곡선의 새로운 표현기법에 주목하게 된다. 예술에 있어 수학의 공식과 같은 정의는

없다. 무엇은 무엇이라는 단정은 예술에서 통하지 않는다. 곡선이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지닌 요소일지라도 작가는 의도에 따라

 

전혀 상반된 이미지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디자인 요소를 재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