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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의 '여자만'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8. 11. 10. 19:20
완연한 바람의 계절이다. 오늘은 긴긴 여름잠을 자던 스카프를 꺼내 들고 바람에
몸을 맡길 때다. 순천만으로 더 알려진 여자만은 전라남도 고흥, 순천, 여수에 둘
러싸인 대표적인 가을 드라이브 코스다.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나 홀로 떠난 길이라 하더라도 지루함을 느낄 새 없다.
그중에서도 고흥의 내·외나로도, 순천의 대대포 갈대밭, 여수 두봉마을 주변이 주목해야 할 드라이브 포인트다. 한반도 지도를 보면 전남 고흥은 작은 반도를 이
루고 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수제비를 빚기 위해 반죽한 밀가루가 곧 떨어질 것
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형상이다. 이 반도 동남쪽 맨 끝자락에 작은 섬 두 개
가 조용히 서 있는데 이곳이 바로 내·외나로도다. 원래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던
목장이 많아 나라도라 불리던 것을 일제 강점기 때 한자로 바꾸면서 나로도가 됐다.
외나로도 우주센터가 들어서면서 건설된 연륙교 제1나로대교와 연도교 제2나로
대교 등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되면서 이젠 육지 대접을 받고 있다.
두 섬을 남북으로 가르는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양쪽으로 섬과 갯벌, 바다가그려내는 풍경이 저절로 차량의 속도를 늦춘다.
제1나로대교를 건너 1km쯤
가면 내나로도 섭정마을에
이른다. 육지와 이어지는 길
은 가파른 능선을 파내 만들
었기 때문에 서쪽으로 멀리
고흥군 도화면까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뛰어나다.
또한 이 마을 바닷가에 자리한
형제섬은 물이 빠지면 섬까지
길이 연결될 뿐 아니라 작은 모
래사장도 갖고 있어 잠시 쉬어
가기에 좋다. 다시 다리를 건너면
외나로도에 닿는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나로도해수욕장, 오른쪽으로 가면 과거 삼치 파시로 유명했던 나로도항
이다. 500m가량 늘어진 백사장은 수심이 낮아 한참을 들어가도 가슴을 채우지 못한다.
해변에 늘어선 수백 그루의 아름드리 해송은 다양한 포즈로 피서객에게 쉴 자리는
물론,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외에 소록도와 연결되는 녹동항을 거쳐 반도 남쪽을 돌
아 해창만 간척지로 연결되는 77번 국도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순천 대대포
갈대밭은 드라이브보다 산책 코스로 부르는 것이 어울린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것이 주 이유이지만 걸으면서 푸르름의 진수를 맛보는 것이 효과적인 까닭이다. 갈
대밭은 노란빛이 짙은 가을이나 붉은빛으로 뒤덮인 해 질 녘이 특히 예쁘다. S자로
휘어진 수로와 어울린 낙조는 우리나라 사진작가가 선정한 ‘대한민국 10대 낙조’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절경이다.
대대포 갈대밭은 또 김승옥의 <무진기행> 무대이기
도 하다. 어디에도 안개나루터란 뜻을 가진 무진이란
이름은 없지만 해 뜨기직전 짙은 안개에 뒤덮인 갈대
밭을 찾으면 저절로 그 뜻을 깨닫게 된다. 굳이 여러
의미를 담지 않아도 좋다. 키를 훌쩍 넘긴 갈대가 바
람을 따라 이리 몰려가고, 저리 쫓겨가며 푸른 물결을
만들어내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종류의 게들이 갈대의 군무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하다. 갈대밭에는
포구옆 다리에서 전망대가 있는 용산까지 데크가 설치돼 가까이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다만 높은 습도와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를 감내하는 것이 숙제다. 대대포 갈대
밭을 지나 17번 국도를 이용해 여수로 접어든 후 곧바로 만나는 월전사거리에서 863
번 지방도로를 타면 두봉마을로 연결된다. 바닷가를 따라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은 여
수시가 ‘최고의 해넘이·드라이브 코스’로 꼽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월전
사거리에서 10분가량 달리다 보면 갑자기 광활한 갯벌이 시야를 가린다. 와온낙조로
잘 알려진 와온마을과 인접한 두봉마을이다. 저 멀리까지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마을에서 흘러내리는 민물이 만들어낸 수로가 덩치 큰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간다.
주변에 갈대가 자란다면 영락없이 대대포 갈대밭의 축소판이다. 넓은 갯벌과 그 사
이로 흘러드는 수로, 갯벌 위에 누워 있는 고깃배가 그려내는 풍경은 그대로 액자에
담아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출처 ~ 마이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