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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말과 보길도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8. 11. 19. 10:53
땅끝(土末)의 새벽은 침묵으로 일관이다. 붉은 해가 떠오른다. 일출을 맞는다. 백두산
천지로부터 비롯돼 남으로 남으로 내리뻗던 백두대간의 힘찬 박동은 삼천 리 먼 길을
달려 이곳 땅끝 언저리에 와서 비로소 안정을 찾고 잠시 숨을 고른다. 땅끝 선착장에서
고작 12km 남짓인 보길도, 이곳은 또다른 안온함으로 뭇사람들을 반긴다. 섬은 섬이되
그 안으로 들어갈수록 섬이란 생각이 들지 않은 곳, 고산 윤선도의 한과 흥이 골골에
맺힌 곳, 그 압제의 긴 터널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낸 거인의
체취가 배어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섬 사람들의 비릿하면서도 끈적끈적한
그러나 솔직한 삶의 내음이 진하게 풍겨 나오는 곳. 굳이 누구에게 보이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좋은 그들만의 삶. 그 솔직함. 그들의 삶은 자연을 닮아 있다.
“태초에 땅이 형성되었고 인류가 발생하였으며 한겨레를 이루어 국토를 그은 다음
국가를 세웠으니 맨 위가 백두이며 아래가 이 사자봉이다. 우리 조상들이 이름하여
토말 또는 땅끝이라 하였고 북위 34도 17분 38초이며 대한민국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이다. 동포여, 여기 서서 저 넓은 대자연을 굽어보며 조국의 무궁을
노래하자.” 땅끝에는 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위와 같은 글귀가 적힌 토말비가
우뚝 서 있다. 1980년 보길도까지의 최단 항로가 개설되고부터 땅끝 선착장이
인근 도서로 향하는 시발점이 된 것. 그러면서 아무도 찾지 않던 조용한 땅끝이
갑자기 번잡해지기 시작했고, 주민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더더군다나
지나간 세기의 마지막 일몰과 새 세기의 첫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말 연초에는 어지간히 붐비기도 했다.. 보길도 선착장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의 거리인 완도군 보길면 부황리 595번지에는 고산 윤선도의 체취가 듬뿍 배인
사적 368호 세연정이 자리하고 있다. 고산이 처음 지은 이곳은 자연미와 인공미가
조화를 이룬 조선조의 대표적인 정원 가운데 하나로 윤선도가 ‘어부사시사’ 40수,
‘오우가’ 등 그야말로 주옥같은 작품을 집필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세연정에는
동대, 서대, 판석보, 세연지, 회수담 등 인공정원이 과학적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옥소대에 오르면 세연정과 부용동, 멀리 바다까지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다. 세연
정에서 약 2.5km를 올라가면 산 중턱, 바위 위에 암자가 하나 있다. 이곳이 부용동
정원 중에 그 경관이 제일 아름답다는 동천석실. 고산은 해발 200m의 산중턱에
바위를 깎아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심었으며, 그 위에 석실이라는 정자를 세웠다.
멀리 눈 쌓인 부용동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보는 맛이 각별하다. 남도 답사 일번
지라는 강진에는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널려 있다. 해남을 돌아 나오는 길에 있는
강진의 다산초당. 어쩌면 보길도의 여운을 좀 더 오래 끌고 싶은 탓이었으리라.
다산 정약용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실학의 거두. 다산초당은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 뒷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으며, 초당 외에 동암, 서암, 천일각,
다산사경 등의 유적이 주변에 포진하고 있어 답사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
기도 하다.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두륜산 도립공원에는 대흥사라는 대찰이 자리
하고 있다. 서기 426년 신라 승려 정관이 창건하였다고도 하며 544년에 아도화
상이 창건하였다는 얘기도 전한다. 이후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가 거느린 승병의 총본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여 조선조의 억불
정책 하에서도 13인의 대종사와 13인의 대강사 등 인재를 길러낸 명찰로 유명해
졌다. 경내에는 보물인 응진전전 3층 석탑 등 유물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
출처 ~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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