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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의 아름다운 봄의 전령사 매화일탈/여행사진 2011. 4. 3. 18:58
4월 첫 토요일인 2일 하동을 찾아 갔다가 마침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축제를 하고 있는 광양 매화 마을을 잠시 들러
사진 몇 장 찍고 왔다. 다른 곳에서는 아직 봄인가 하고 망서리고 있는 춘심이 여기서는 저 만치 와서 이제 곧 가려는
모양새를 속으로 느끼니 우리나라가 결코 작은 땅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계절과 마음을 한 없이 당기고 밀치면서
이렇게 다른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매화꽃의 향기를 사진기 속만 아니라 나의 눈과
가슴 속에 충분하고도 넉넉히 담아 왔다. 다른 모든 이들에게 고루고루 나누어 주고 싶어서... 좋은 곳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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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한 송이 핀 것을 보고 온 천지에 봄이 온 줄을 알았다!
桐千年老港藏曲 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이어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 상촌 신흠 ~
매화 한 그루 반 남은 가지, 설월속 의연한 높은 그 품격,
못쓸 곳 뿌리 했다 말하지 마라, 매화의 그 심사야 대가 아니다.
~ 정철 ~
하얀 꽃이 허드러지게 피어 있는 오랜 된 듯한 매화 나무들이 보기 좋고 아늑하다
매실이 익을 때면 자욱이 비도 내려, 쌍쌍이 새끼제비 새집을 지을 때라
어느덧 거문고는 남풍가를 타고 있고, 솔소리 샘물소린 시속으로 스며들고
~ 김시습 ~
이 화사한 꽃이 지고 녹색의 탐스러운 알맹이가 매달려 사람들을 또 즐겁게 해줄 것이려니..
창 아랜 몇 가지 매화! 창 앞엔 한 둥근달!
맑은 달 빛이 빈 등걸에 파고 들어
꽃으로 몸 바끔하여 연신 핌 이렸다
~ 박제가 ~
나이 들고 투박한 나무 가지에 핀 꽃과 연두색 연한 새 가지에 핀 하얀 꽃이 대조적이다
깊숙하고 고요한대 숲속의 집 창 앞에 서 있는 한 그루 매화,
꼿꼿이 눈 서리를 견디어 내니 말쑥이 세속 티끌 벗어 났구나,
해가 가도 꽃 필 뜻 없다 싶더니 봄이 오니 스스로 좋아 피였네,
그윽한 향기 진정 속기 없으니 붉은 뺨만 사랑함이 또한 아니네.
~ 정약용 ~
나무 가지가 무거워 비명을 지를 것 같이 많이도 핀 하얀꽃 무리들
송이 송이 흰 빛 눈과 새워 소복한 여인 모양 고귀하이
어둠속에도 향기 드러나 아름다운 열 꽃을 제치는구나
그윽한 향 품고 제철 꽃밭 마다하며 눈 속에 만발함은
어이 아낙네의 매운 넋이더냐
~ 노천명 ~
옛부터 눈이 아직 녹지도 않았는데 핀 꽃이라하여 설중매라 하였나
그 풍경 그려보니 흰 색이 눈인지 꽃인지 분간하기 어렵겠구나!
수수끝을 나르는 잠자리와 하냥 설레는 버들잎과
꿀꺽꿀꺽 마시던 하늘 생쑥 연기 오르는 모깃불의 저녁
토방아래 둘러 앉은 흙냄새 땀냄새 식구들의 팥죽 쑨
저녁 상머리 형이란 누나랑 멍석에 누워 삼베 홑이불로
여름밤을 덮고 이슬 몰래 쓸어 모으던 별싸라기
~ 백우선 ~
다소곳이 매달려 피어 있는 청초한 매화꽃
옥으로 아로새겨 옷지어 입고
얼음을 마시어 넋을 길렀네
해마다 해마다 눈 서릴 띠니
봌 볕 영화라곤 모르는가 봐!
~ 정도전 ~
기지 위에 얹혀 있는 사랑스런 매화꽃
왜 아니 오시나요 영창에는 달 빛 매화꽃이
그림자는 산란히 휘젖는데 아이 눈 딱 감고
요대로 잠이들자 저 멀리 들리는 것
봄 철의 밀물소리 물나라의 영롱한 구중궁궐
궁궐의 요요한 곳! 잠 못드는 용녀의 춤과 노래
봄 철의 밀물소리 어두운 가슴속의 구석구석..
환연한 거울속에 봄 구릉 잠긴 곳에 소슬비
내리며 달무리 둘려라 이대도록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
~ 김소월 ~
맑은 매화꽃 향이 나를 고요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아 눈 지긋이 감고 꽃과 대화해 본다!
盡日尋春 不見春 진일심춘 불견춘 ~ 하루 종일 봄을 찾아 다녔으나 보지 못 했네
芒鞋遍踏 隴頭雲 망혜편답 농두운 ~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歸來笑然 梅花臭 귀래소연 매화취 ~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 향기 미소가 가득
春在枝頭 已十分 춘재지두 이십분 ~ 봄은 매화 가지에 이미 와서 매달려 있었네.
~ 중국 한시 작자 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