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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실종
    쉼 터/토막 상식 2010. 5. 2. 09:58

    지난 2000년 5월 9일 강릉지방 낮 최고기온은 11.3도로 전날 32.7도보다 20도 이상 떨어졌다.

    부산의 경우 지난 2001년 4월 19일과 20일의 낮 최고기온이 각각 25.3도와 16.5도로 8.8도의

    온도차를 보였다. 날씨가 좀 춥거나 더워지면 ‘이상저온’ ‘이상고온’이란 말을 쉽게 내뱉지만

     

    기상전문가들은 쉽게 ‘이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기간의 변화를 가지고 ‘이상’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는 월평균기온과 평년치의 차가 표준편차의 2.2배 이상일 때 이상저온,

    이상고온이라고 한다. 올해는 유난히 냉랭한 4월이지만 ‘더운 4월’도 있었다. 지난 1994년 기상청은

     

    공식 견해로는 드물게 ‘4월 초여름’현상에 대해 ‘이상기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전국 평균기온

    12도에 비해 그해 4월은 14.4도 무려 2.4도나 높았다. 20도 이상이 보름간 계속된 이상고온은

    90년 만에 처음이었다. 기상 이상은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1980년의 피해는 심각했다. 일조량 부족과 이상저온현상으로 주곡인 벼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벼 수확량이 30%가량 감소했고 결국 막대한양의 쌀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상 이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가 인류 미래를 위협하는 주요 환경문제’라는

     

    명제에 우리는 보다 심각해져야한다. 3, 4월의 날씨는 봄을 실종시켰다. 지난 3월 1일부터 60일간

    부산 날씨는 대체로 흐린 날이 37.4일, 비 온 날이 27.5일일 정도로 ‘흐리고 비’가 표준 날씨였다.

    일조시간은 1907년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적었다. 벌써 5월이 코앞인데 화창한 봄날씨란 말이

     

    무색하다. 아무리 늦더라도 봄은 오게 돼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지만 5월에는 ‘이 좋은 봄날’을

    만끽할 수 있을까, 우리의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던 일들이 많은 요즈음,

    날씨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종규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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