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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한 자/지혜로운 한자 2010. 2. 5. 10:53
八字
(여덟 팔, 글자 자)
八은 두 개의 획이 하나는 왼쪽으로, 또 하나는 오른쪽으로 나누어져 있는 모습의
指事文字(지사문자)다. 본디 뜻은 ‘나누다’ 였는데, 후에 와서 숫자 ‘8’을 뜻하는
글자로 轉用(전용)되었다. 그래서 나누다는 뜻으로 ‘分’자를 새로 만들었다.
字는 宀(지붕)과 子(아들)의 결합이다. 아기가 지붕밑(방)에서 무럭무럭 자란다는
뜻이다. 이것 역시 본디 뜻은 ‘번창하다’, ‘자라다’였지만 후에 ‘글자’라는 뜻으로
轉用되었다. 따라서 八字는 ‘여덟 개의 글자’가 된다. 度量衡(도량형)은 文化(문화)의
척도다. 문화의 발달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度量衡이 얼마나 발달해 있느냐를 따져
보면 된다. 東西古今(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가 傳來(전래)될 때는 반드시
도량형도 함께 傳播(전파)되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도량형도 무척 간단했는데, 특히 시간을 나타내는 단위가 그러했다.
지금에야 몇 만분의 1초까지 따지는 시대지만 옛날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농업국가였던 중국이나 우리는 해와 달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시간 역시 그와 같은 자연의 현상을 기준으로 삼아서 정했는데 年月日時가
그것이다. 이것이 四柱다. 사주가 정해졌지만 이것을 어떻게 표시하느냐가 문제였다.
아직 아라비아 숫자가 전래되지 않았으므로 중국식으로 표기했는데, 이때 사용된 것이
10干과 12支다. 天干(천간), 地支(지지)라고도 하며 합하여 干支(간지)라도 하는데,
이를테면 甲子年 乙丑月 丙寅日 丁卯時(갑자년 을축월 병인일 정묘시) 등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연월일시마다 각기 두 자로 표현했으므로 사주는 도합 8자가 되는데, 이것이
八字다. 그러니까 팔자는 태어난 연월일시이니 셈이다. 팔자는 단순히 시간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으로 중시되었다. 여기에는 중국인 특유의
자연관이 개입되어 있었다. 자연에 대해 절대 복종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들은 그 방법을
調和(조화)에서 찾았다. 그러나 말이 조화지, 사실은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 僕從(복종)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그들 특유의 시간관도 나오게 된다. 그들은 시간을 공적인
시간과 사적인 시간으로 나누었다. 前者(전자)는 우주 중에 부단히 흐르고 있는 時間
(시간)으로서 天時(천시)이며, 後者(후자)는 사람의 팔자다. 양자가 적절히 조화되었을
때 최상의 상태가 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팔자는 선천적으로 정해지는 만큼 인위적인
改造(개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팔자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