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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줌은 거름으로 쓰였다. 오줌에는 여자들의 ‘내방 오줌’과 남자들의 ‘사랑방 오줌’이
있었다. 희한하게 여자들의 오줌은 열매 채소에 좋았고 남자들의 오줌은 뿌리 채소에 좋았다.
김치 재료인 고추, 깨, 오이에는 여자 오줌이 좋았고, 무, 배추, 마늘, 파에는 남자 오줌이
좋았다는 것이다. 거름에서부터 음양의 조화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것이 김치였다. 김치가
제 맛을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 뽑을 때 죽고, 통배추에서 갈라질 때 죽고, 소금에 절일 때 죽고,
매운 양념으로 치댈 때 죽고, 냉장고 속에 들어가 다시 한 번 더 죽어야 한다(권오길). 소금과 고추는 배추를
죽이지만 김치를 살리는 절묘한 재료다. 김치의 아삭아삭한 식감(食感)은 소금 속의 마그네슘염이 배추의 페크틴
성분을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고추의 캅사이신도 김치의 사각사각한 신선도를 유지하는 주요
성분이다. 이 신비를 옛 어머니들은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화가 났을 때, 노심초사했을 때 혈중 염분 농도가 떨어
지는데 그럴 때 음식을 만들면 짤 수밖에 없다. 날을 받아 몸가짐을 살피며 김장을 담그는 지혜가 그냥 일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소금을 제1의 맛, 각종 소스와 양념을 제2의 맛이라고 한다면 발효의 맛은 제3의 맛이라고 앨빈토플러가
말했다. 김치는 제3의 맛의 총화다. 특히 젓갈이 그렇다. 우리나라 김치 젓갈의 지역권은 새우젓권, 멸치젓권, 복합권,
세 영역으로 나눈다(최홍식). 발효 음식을 두고 ‘존재(being)의 음식’이 아니라 ‘생성(becoming)의 음식’이라고도
한다.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김치를 먹고 ‘아! 살겠다’라며 감탄을 토하는 것은
김치가 살아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최학림 라이프팀장 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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