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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명
    쉼 터/잠깐 쉬며.. 2009. 10. 8. 22:03

    2차대전 당시의 독불장군을 들라면 단연 ‘패튼‘이었다. 1943년 제2군단장으로 취임한 그는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전선에서 연전연승하며 독일의 롬멜 전차군단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

    영국 몽고메리 장군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전광석화 전략으로 승리를 챙겼다.

     

    두 번이나 명령 불복종죄를 저질렸지만 승리한 장수는 무죄였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아이젠하워가 성공시켰지만 유럽에서 독일군을 몰아내고 전쟁을 종식시킨 것은 패튼이

    었다. 전쟁이 끝나도 패튼의 항명은 이어졌다. 그는 ‘동방에서 온 훈족 야만인들을 유럽

     

    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소련을 공격해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군사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정치인들이 받아들일리 만무였다. 한국전쟁을 총지휘한 맥아더

    장군 역시 항명과 볼복의 대명사였다. 전쟁 발발 직후 맥아더는 대만의 침전을 주장해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 달 뒤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시킴으로써 이 문제는

    불문에 부쳐졌다. 이 해 11월중공군의 참전으로 패퇴하자 맥아더는 미국 정부가 전선을

    한반도로 국한해 유엔군이 궁지에 몰렸다고 비난했다. 항명이 거듭되면서 트루먼 대통

     

    령은 이듬해 4월 맥아더를 전격 해임시켰다. 맥아더는 많은 전략적 오류를 범했지만

    그의 항명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궁국적인 승리를 위해서는 그의 주장이 옳은 방향

    이었기 때문이다. 애치슨 라인을 선포해 전쟁을 유발시키고 전장을 한반도로만 국한

     

    시켰던 미국 정부에 비하면 훨씬 진취적이었다. 그의 요구에 따랐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항명과 불복은 미군의 전통인가, 이번에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

    총지휘관인 매크리스털 미군 대장이 백악관의 아프간 병력증강 수정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해 시끄럽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랴부랴 그를 소환해 대통령전용기에서 무려 25분

    간이나 독대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는 그들의 강직한 면은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임명권자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도 선명

     

    하게 대비된다. 액셀러레이터만 있고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라면 참으로 위험하지

    않겠는가.

                                                                             박희봉 국제신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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