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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도
    일탈/가보고 싶은 곳 2009. 9. 1. 21:48

     

     

    진도에 가면 세월이, 그 무상한 흐름이 보인다고들 얘기한다. 수천 년 전의 과거부터 현재를 지나 희망으로 가득찬 미래까지.

    그 열림과 포용, 그리고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무한의 땅 진도. 그런 느낌 때문인지 혹자들은 이미 그곳에는 인위

    적인 구분과 나눔, 또는 단절 따위의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땅이라고, 어쩌면 세월의 흐름조차 멈춘 영원의 섬이라고 설파하

     

    기도 한다. 과연, 어지간한 일상의 상처 따윈, 끊이지 않고 피어오르던 자잘한 욕망 따윈, 울돌목 진도대교 앞에 이르는 순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만다. 대신 마음 속에 자리잡는 안온함과 혹은 초탈함. 초속 6m의, 아시아에선 가장 빠르다는 거센 물살

    은 격정적인 신음을 토해내며 막힘없이 흐른다.

     

     

    그런 정신적인 여유는 길이 484m, 너비 11.7m로 국내 최초의

    사장교로 기록되고 있는 진도대교를 건너며 더욱 확연해지게

    마련이다. 꼭 이 강화도 같이 번잡스러운 섬(그것도 인간들이

     

    들어 낸 것이지만)에 비유할 것은 못되지만, 어쨌거나 겨울의

    진도에서는 일체의 소란스러움을 느낄 수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그런 한가함은 유형 보다는 무형의 문화재가 훨씬 많

     

     

    탓이기도 하겠다. 워낙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것만을 인정하려드는 시절의 각박함은 진도로 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자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드니, 그것을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문화와 예술의 땅이라고 하는 진도는 말 그대로 전통문

    화의 보고 같은 곳이다. 특히 무형문화의 경우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는데, 강강술래·남

     

    도 들노래·진도 씻김굿·다시래기 같은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진도북놀이·진도 만가 등의 지방무형문화재들이 옛 문화의 우수

    성을 전해준다. 그런가 하면 진돗개나 백조·운림산방 상록수림·상만리 비자나무·관매도 후박나무 같은 천연기념물, 금골산 석

    탑 따위의 보물, 그외에 용장산성이나 남도석성 등의 사적지가 섬 곳곳에 널려 있어 진도를 찾는 이들에게 주체키 어려운 즐거

    움을 선사한다.

     

     

    진도를 돌아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는데, 진도대교를 건너 고군면-외신면 -임회면-지산면-진도읍-군내면으로

    섬을 일주하는 방법과 반대 코스로 도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진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은데,

    군내에는 257개나 되는 섬들이 한반도 최서남단의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다도해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풍치를 자랑하는 곳이 조도면 관매도 인근.

    손가락섬(주지도), 발가락섬(양덕도), 사자도(광대도), 남근바위(방아섬),

    병풍도, 혈도(구멍섬) 등의 조각품같은 섬들과 조도뱃길, 하늘다리 등의

     

    볼거리가 눈을 어지럽게 한다. 진도 곳곳에는 ‘진돗개연구소’니 ‘진도견 분양’

    이니 하는 입간판들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 실제로 영민함과 민첩함이 가히

    세계 제일이라는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를 쉽게 구경할 수 있었다.

     

    재 진도에는 총 10,600여 마리의 진돗개가 사육되고 있는데, 이중 혈통견이

    대략 1,300마리(80점 이상 획득한 개)이고, 보통 개가 4,600여 마리(60점

    이상 79점 이하), 미등록개가 5,400(생후 6개월 미만인 자견)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진돗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담하여 수렵에도 적당하며 또한 휴전선

    에서 진도까지 돌아갈 정도로 강한 귀가 본능은 물론, 주인에게 절대 순종하는

    충실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 진도를 대표하는 몇 가지 유적들

    군내면 둔전리 금성초등학교 교정 안에는 보물 제529호로 지정된 ‘오층석탑’이 있다. 고려 하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1층 탑신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석탑은 백제 석탑 양식이 남하한 것으로 추정되어 블교문화의 발달

    사적 견지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유물이라고 한다. 한편 같은 면 용장리에는 사적 126호로 지정된 ‘용장산성’

     

    이 자리하고 있다. 산의 능선을 따라 13km에 육박하는 길이로 쌓았다는 성의 흔적은 보이지 않으나 곳곳에 계단상의 건물지

    남아 있어 옛 영화를 대변하고 있다. 이 산성은 고려 원종 11년부터 14년까지 배중손이 이끄는 삼별초가 대몽항쟁의 근거

    지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삼별초의 유적은 임회면 남동리에도 남아 있는데, 사적 127호인 ‘남도석성’이 그것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곳도 배중손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들어와 석성을 쌓고 대몽항쟁을 벌였다 하는데, 역사적으로 이미 백제시대

    에도 이곳 진도에 3개 고을이 있어 그중 하나인 매구리현의 중심이었다는 설이 있어 축조 연대 및 축조자가 확실치 않다.

    여하간에 총 길이 610m, 높이 2.8∼4.1m의 이 석성은 조선시대에도 수군진영으로 사용된, 그 보존가치가 매우 큰 곳이다.

     

    현재 이 석성 안에는 대소 30여 호의 민가가 마을을 이루고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이즈음에 이르러 진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신비의 바닷길’이라 하겠다. 매년 4월(음력

     2월)에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의 약 2.8km의 바다가 간만의 차이로 수심이

    낮아지며 바닥이 드러나는데, 그 폭이 40m에 이르러 장관을 이룬다. 특히 이때(영등축제)

     

    에는 진도는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전승 굿판이 펼쳐지는데, 이 바닷길을 구경하러 전국에

    서 20여만의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한편 의신면 사천리에는 쌍계사와 운림산방을 감싸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107호인 ‘상록수림’이 자리하고 있다. 계곡 양편으로 동백, 후박, 감탕

     

    나무 등 50여 종의 상록수들이 빽빽한 숲을 이루며 특히 삼색싸리나무는 이곳 특산으로 비

    교적 많은 수가 자생하고 있다. 전체숲 중 가장 무성한 3,700여 평이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한여름에도 더위를 못느끼고 바로 옆사람의 소곤거림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수풀이 장관을 이루어 진도 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 민속문화의 보고

    사실 진도를 보다 다양하게 이해하려면 진도의 무형문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선 진도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의 하나가 ‘진도씻김굿(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이다. 이 굿은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풀어주는 것으로 다른 지방의 그것이 무당이 작두 위를 걷는 등

     

    사술적인 데 반해 진도의 것은 춤과 노래로 신에게 빌며 의상도 상복(흰옷)을 입는 특징이 있다.

    한편 ‘강강술래(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는 임진왜란 때 이곳 울돌목에서 명량대첩의 대승을 거두었다는 이순신 장군이 적을

    교란할 전략적 목적으로 부녀자들을 동원하여 원을 돌며 놀게 하였다고 전해지나, 고대 농경사회에서 여성들이 풍요와 재생의

    신으로 표상되는 둥근 달을 모의(模擬)하면서 풍년을 기원하던 오신행사에서 기원하였다는 설이 설득력을 갖는다. 진도는 비록

    섬이지만 농토가 넓고 비옥하다하여 한때 옥주(沃州)로 불렸던 곳이다. 그런만큼 다른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농요

    많이 전해오는데, 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된 ‘진도들노래’도 그중 하나다. 이 노래는 진도 중에서도 지산면에 한하여

    불리워지는데, 다른 지방의 농요에 비해 가락이 다양하고 흥겨우며, 뒷소리를 길게 빼는 특징이 있다.

     

     

    그런가 하면 진도에는 장례와 관련된 민속놀이가 전하는데, ‘다시래기(중

    문형문화재 제81호)’가 대표적이다. 다시래기는 ‘다시락’이라고도 하는

    데 이는 ‘다시 낳다’, ‘다시 생성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거움을 갖는

     

    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시래기는 상가에서 출상 전날 밤에 노는 놀이로

    서 사물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 재담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가무극적

    인 민속놀이이다. 이는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시작, 출발의 기쁨

     

    으로 보는 조상들의 윤회사상이 잘 나타난 민속놀이라고 하겠다. 진도 상

    여소리인 ‘만가(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도 장례 가무의 하나이다.

    진도는 몇 가지 특산물로도 유명한데, 다른 곳의 5배까지 금을 높게 쳐주

     는 ‘구기자’나 토속민속주인 ‘홍주’, 궁중에까지 진상되던 ‘돌미역·돌김’, 무공해 건강 채소인 ‘진도 대파’, 동짓달에 내는 늦배추

    ‘봄동’ 등이 그것이다.

                                                                                                                                   ~ 기아웹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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