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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의 연인 체게바라
    쉼 터/잠깐 쉬며.. 2009. 8. 31. 09:55

     

     

     

    ♣ 혁명의 명암을 간직한 도시, 하바나

    한낮의 태양 아래 낡은 식민시대 건물이 즐비하고 색색의 클래식 자동차가 거리를

    누빈다. 파도 치는 말레꼰 해변에는 젊은 연인들이 뒤엉켜 있고, 카페에는 모히토

    칵테일을 즐기며 헤밍웨이를 추억하는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하바나의 풍경은

     

    그렇게 여유롭고 산뜻하다. 그러나 관광객이 모이는 지역을 벗어나면 사람들은

    식량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경찰들은 빈 자리가 있는 차를 세워 일일이 카풀을 연결한다. 미국의 제제로 식량, 가솔린을 비롯한 모든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

     

    는 현상이다. 하바나의 거리가 5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명암에도 불구하고 쿠바가 여전히 로맨티스트들의 낙원으로

    릴 수 있는 이유는 여유와 웃음을 지닌 쿠바인들 때문이다. 아이들은 공터만

     

    있으면 방망이를 주워 야구를 하고, 어른들은 거리로 나와 싸구려 시가를 말아 피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런 탓인지 쿠바는 중남미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길고 평온한 나라로 꼽힌다.

     

    체 게바라를 향한 세계 젊은이들의 열광은 영웅이 드문 시대를 뒤흔든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의학도에서 쿠바 혁명을 이끈 쿠바 시민으로 변모했던

    그에 대한 쿠바 국민의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쿠바 곳곳에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내무부 건물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체의 얼굴, 정치 포스터,

    관광 기념품, 담벼락의 낙서까지. 그러나 여행자들이 가장 탐내는 물건은 체의 얼굴이

    그려진 3페소짜리 지폐와 동전이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지폐는 한 나라의 철학과 역사를 가장 흥미롭게 담고 있는 디자인이다.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지폐는 웃지 못할 일화에서 시작되었다. 당원 총회에서 카스트로가

    “우리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는 없는가?”라고 묻자 게바라가 손을 번쩍 들었다고 한다.

     

    “자네가 이코노 미스트라고?” 게바라는 멋쩍은 듯 대답했다. “아, 코뮤니스트

    (communist, 공산주의자)라고 잘못 들었습니다.” 총회 후 게바라는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되었고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지폐를 발행하게 되었다. 산업부 장관까지 지냈던

     

    그는 다시 콩고를 거쳐 볼리비아 정글에서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쿠바

    중앙은행은 그의 업적을 기려 1988, 1995, 2004년에 체의 얼굴이 그려진 3페소 지폐를

    발행했다.

       

    ♣ 쿠바 미술을 다시 그리게 한 얼굴

    공산주의 국가는 예술을 통해 정치사상을 교육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다. 어떤 분야는

    정부의 보호 아래 풍성하게 꽃피기도 하지만 미술, 특히 포스터는 철저하게 정치 선전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영웅적인 혁명가의 얼굴과 거센 구호, 사실적인 묘사가

     

    도드라진다. 반면 쿠바의 정치 포스터는 카리브의 낭만과 열정마저 느껴지는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붉은 바탕에 검은색으로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팝아트 풍의 책 표지, 티셔츠 속 그림은

    사실 쿠바의 정치 포스터에서 유래한 디자인이다. 쿠바 정부는 옵아트, 미니멀리즘, 기하학적 디자인 등 서구의 다양한 예술

     

    형식을 포스터에 도입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고 그 속에 쿠바만의 특성이 가미되면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쿠바

    미술이 탄생한 것이다. 특히 1960~70년대 포스터에서는 체 게바라에 대한 쿠바인의 사랑을 보여주듯 그의 얼굴이 다양한

    양식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의 한 출판사는 쿠바의 거리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독특한 포스터들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다. 체 게바라는 쿠바의 디자인사에도 혁명을 불러왔던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우리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가장 낭만적인 패배자였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고 말했던 체는 볼리비아의 숲속에서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사라졌고 그의 혁명국가는 중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의 짧은 생은 우리에게 영원한 청년정신을, 쿠바의 어려운 현실은 생태주의

    녹색혁명이라는 놀라운 가르침을 주었다. 하바나의 여행자 카페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일말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자신을’

                                                    - 체 게바라

     

    쿠바 여행은 영원한 청년 체 게바라를 만나는 여행이다. 그리고 가슴 속의 불가능한 꿈과 마주하는 자기 혁명의 여행이기도 하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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