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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白色)에..쉼 터/잠깐 쉬며.. 2009. 8. 30. 16:45
흰 색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색으로 순결하고 맑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의 애
환이 서려 있고 슬픈 역사가 숨어 있다. 흰색이 지니는 깨끗함 속에 숨겨진 그 아픔에 대해 알아본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불려 왔다. 이는 무명으로 만든 흰옷을 즐겨 입는
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민족의 흰옷을 입는 전통은 매우 오래 됐다. 중국의 사서 ‘위지(魏志)’에는
부여시대부터 이미 우리 민족이 백의를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다른 문헌에는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귀족을 제외한 일반 백성들은 흰옷을 주로 입었다고 나와 있다. 백의는 일
반 백성뿐만 아니라 지체 높은 고관대작도 즐겨 입었던 옷이다. 백색 무명이 고려 말에 전래된 이래,
조선인의 옷감은 대체로 토포(土布)라고 불리는 흰색 무명이나 삼베, 모시 등이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백색만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정작 즐겨 입던 옷은 여러 가지 문양과 화려한 수가 놓인 의복.
결혼식 때 입던 옷은 화려한 꽃무늬의 옷이었고, 조선시대 젊은 처녀가 가장 갖고 싶어하던 옷은 다
홍색이나 연분홍 치마 저고리였다. 한편에서는 우리 민족이 백의를 입었던 것이 그것을 입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며, 이는 염색기술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우리 염색기
술의 우수성은 화려하게 채색된 각종 벽화가 수천 년 동안이나 본래의 색이 바래지 않고 보존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그 화려한 색조와 단청에 조선의 옷감을 수입하러 온 외국 상인들
이 넘쳐났던 것을 보면 그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백색이 지니는 의미가 무엇
이기에 우리 민족은 그다지도 그 색을 좋아했던 것일까? 그것은 백의가 지닌 상징성에 있다. 백색은
부정과 오염에서 벗어난 밝고 순수한 색으로 여겨졌고, 우리 민족이 세계사에 자랑할 만한 청렴, 결
백, 청빈정신을 상징한다. 그러나 백색을 숭상하게 된 것에 좋은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를
빼앗긴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과도 일맥 상통한다. 백색 옷을 즐겨 입었다기보다는 그것이 지니는
의미와 더불어 일제의 침략에 맞서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저항정신을 상징한 것이다. 우리를 지배
하고 억압하던 일본인의 옷이 물감을 들인 천으로 지은 옷이기에, 그와는 대조적인 백의를 항일정신
의 상징으로 더욱 강조하였던 것. 왜적의 불의에 가득찬 침략에 대항해 백의민족을 강조한 것은, 백
색이 정의를 상징하고 지조와 절개를 표현하는 색이었으며 부정과 불의에 항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백색은 정의를 숭상하는 민족정신의 상징이었다.
옛날 우리나라 왕실이 부정과 불의를 저질렀을 때 충신이 입던 농성복 역시 백의였다. ‘고려사’를
보면 이자겸이 척준경에게 패하여 근왕군에 항복할 때도 백의를 입었고, 단양 우씨의 시조인 우탁
은 충렬왕의 부인 축창원비가 다른 남자와 통정을 하는 등 패륜을 저지르자 흰옷을 입고 도끼를 든
채 대궐 앞에 나섰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를 입고 백의종군해 일본을 물리쳤던 것 또한 너무나 유명
한 일화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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