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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냐 사바나의 두 얼굴
    쉼 터/잠깐 쉬며.. 2009. 8. 30. 16:06

     

    케냐 고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이다, 마사이마라 자연보호구역이다, 이렇게 알려진 곳은 벌써 아프

    리카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났다.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현지인은 닳고 닳았다. 자, 때 묻지 않은,

    정말 아프리카다운 문명의 사각지대를 향하여 흙먼지를 날리며 북쪽으로 달려가 보자.

     

    ♣ 대지의 갈증해소는 케냐산의 만년설로

    케냐 고원을 달려가면 ‘도대체 여기가 아프리카인가’ 하고 의심이 간다. 계곡엔 콸콸 물이 흐르고

    산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울울창창하고 벌판엔 옥수수가 하늘을 찌르고 산자락엔 커피밭, 녹차밭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몇 시간을 달리면 벌판 너머 아스라이 케냐산(5,199m)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반투어로 ‘타조’라는 뜻인 케냐산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킬리만자로 다음 가는 고산으로,

    꼭대기에 만년설을 이고 있어 산 아래 넓은 들판을 풍성하게 적셔준다. 이 기름진 땅은 케냐 최대의

    종족이자 가장 힘센 농경족인 키쿠유족의 차지다. 케냐 산을 돌아 또 몇 시간을 달리면 서서히 날씨

     

    가 더워지고 대지는 푸른빛을 잃어간다. 4WD는 꽁지를 들고 흙먼지에 쌓여 계속 내리막길로 달린

    다. 케냐 고원에서 내려온 것이다. 아프리카 아카시아나무가 드문드문 박힌 메마르고 황량한 준사

    막지대가 작열하는 적도의 태양 아래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시올라는 신기루처럼 나타난 이 지역의

     

    요충지로 수단으로 가는 길과 이디오피아와 소말리아로 가는 길이 이곳에서 갈라진다. 벌써 이곳에

    서는 회교도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뛴다. 이시올라에서 차를 정비하고 기름을 넣고 목을 축인

    후 북쪽으로 직진, 수단으로 가는 간선도로는 일직선으로 뻗어 한낮의 열기에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 동부아프리카의 맹수 투르카나족

    얼마나 달렸나. 투르카나(Turkana)족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부아프리카에서 가장 사나운 종족

    ’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들의 두 눈은 맹수처럼 이글거린다. 조심스럽게 ‘메테오’라는 그들의 마을

    로 들어갔다. 집 13채에 8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 들어서서 맨 먼저 ‘에루페’라는 이름을 가진

     

    추장을 찾아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렸다. 어림짐작으로 인류학자들은 투르카나족은 카라모롱족에서

    분파되어 나온 종족이라 말하고, 그들의 전설에 의하면 제멋대로 쏘다니는 들소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투르카나족의 개개인은 겁 없이 용맹스럽지만 부족의 결집력은 약하다. 축구에 비교

     

    하면 개인기는 탁월하지만 조직력이 약해 팀플레이가 엉망인 셈이랄까. 이래서 키쿠유족과 마사이

    족이 시원하고 풍성한 케냐 고원에 사는 반면, 투르카나족은 덥고 메마르고 척박한 변방에서 어렵

    게 살아간다. 땅이 척박하면 인구밀도는 낮아져 자연히 여기저기 소부락 단위로 흩어져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들은 키쿠유족처럼 정착하여 살아가는 농경민족이 아니라 풀을 찾아, 물을 찾아 가축

    떼를 몰고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족이다. 이들의 집은 보잘 것 없다. 언제 떠나야할지 모르기에 비바

    람만 피하고 맹수들만 막을 수 있도록 엉성한 초가흙집을 짓고 산다. 그들은 흩어져 다른 부족들 틈

     

    새에도 끼여 살며 그들의 전통을 하나 둘씩 잊어버린다. 투르카나족의 오랜 전통인 할례도 요즘은

    남자만 할 뿐 여자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투르카나족 남자의 쇠를 다루는 솜씨와, 여자의

    가죽과 타조알 껍질로 만드는 공예 솜씨는 다른 부족들에게 한수 가르쳐주는 입장이다.

     

    그들은 조롱박 속을 나무 태운 재로 코팅을 해서 그 속에 우유와 소 피를 장기간 저장시킨다.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이주해서 새집을 짓는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서 그들도 정착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며, 다른 부족에게 배워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옥수수와 조를 심어 농사도 지어본다.

       

     

    ♣ 자연에 순응하고 악령을 두려워하는 삼부루족

    투르카나족 마을을 떠나 흙먼지를 노랗게 날리며 수단 쪽을 향해 삭막한 대지를 계속 오르면, 우뚝

    솟아오른 대추야자나무 사이로 메마른 사바나의 한 가닥 젖줄, 우아소니로강이 나타난다. 삼부루에

    온 것이다. 우아소니로강은 삼부루를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이곳은 또한 세계적인 희귀동물 서식지

     

    이기도 하다. 삼부루 기린은 다른 기린보다 덩치도 더욱 크고, 몸에 박힌 검붉은 점들은 훨씬 선명

    고 촘촘하게 박혔다. 삼부루 얼룩말도 줄무늬가 가늘고 많다. 삼부루족들은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이곳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사자는 사자대로, 코끼리는 코끼리대로, 임팔라(영양의 일종)는 임팔라대로, 그리고 삼부루족은 삼부루족대로 살아간다. 그들은 소와 염소를 길러 젖과 피와 고기를 먹는다. 그들은 모든 것

     

    을 그들의 신, ‘은까이’로부터 받았다고 믿기에 일 년에 두 차례씩 소를 잡아

    신에게 바친다. 그들은 악령을 두려워한다. 서양 문명은 악령이 묻어 있다고

    믿기에 그들은 한사코 이를 받아들이는 걸 거부한다. 그래서 삼부루 마을엔

     

    주술사의 권위가 절대적이다. 사람이 병에 걸리거나 가축이 병들면 주술사가 악령을 쫓아내는 굿을 벌인다. 평소에도 사람들은 주술사와 얘기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술사도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걸 꺼린다. ‘레이데티데타니’란 점쟁이

     

    는 주술사와 달리 꿈을 해몽하고 앞날을 예언한다. 삼부루 마을 한복판엔 마을 의사당이 있다. 흙바닥에 나지막하게 가시나무 울타리를 원형으로 쳐놓은 곳에 불과하지만 마을에 다툼이나 타 부족과의 마찰, 또는 마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모여 앉아 토론을 벌여 판결을 내리고 합의점을 찾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들만의 고유한 민주주의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아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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