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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머리를 가진 그녀들의 최대무기는?쉼 터/잠깐 쉬며.. 2009. 8. 11. 08:36
그리스 신화에서 비너스, 그러니까 아프로디테는 미의 여신이자 에로스의 어머니이다. 이 신화 속 여신을 표현한 역작에서
대부분 그녀는 곱슬머리로 표현되어 있다. 풍성한 머릿결 속에 흐르는 아름다운 미소와 관능적인 몸 짓, 그녀는 올림푸스의
신들 뿐만 아니라 인간 남성들의 마음까지도 뒤흔들었다. 어떠한 여신도 그녀와 아름다움을 겨루어 이긴적이 없다.
그림에서 비너스는 길고 구불거리는 머리를 흩날리며 여성스러움과 우아함을 자랑한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도 마찬가지. 그녀의
풍성한 아름다움은 곡선적인 몸매와 함께 그녀의 곱슬머리로 표현되곤 한다. 최강일 것 같았던, 그래서 실존하지 않는 신화 속
아프로디테가 질투한 단 하나의 여인은 프쉬케다. 아프로디테보다 더 아름답다는 칭송을 들었으며 에로스와 결혼한다.
한마디로 아프로디테의 며느리인 셈이다. 그녀 역시 곱슬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 아프로디테의 허락을 얻어내어
천상에서 남편과 함께 영생을 누린다.
반면 악마나 비운의 여주인공 오필리아의 그림은 거의 대부분 생머리다. 길고 어두운
색의 생머리는 어쩐지 불길한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곱슬머리를 여성성과 우아함의
극치라고 칭송하기 전에 신화와 사회와의 상관관계를 한 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신화에는 원형과 변형이 있다. 태고의 한 가지 이야기가 민족의 이동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전수되며 여러 지역에서 변형되었다는 뜻이다. 변형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욕심이나 편견이 주를 이룬다. 기존 신화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남성중심의 사회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혹시 신화도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을 할 수 있다. 여인들 중의 승자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여성성이 강한 여성이라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은가? 원형신화에 비해 변형신화는
여인들의 미모나 차림새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를 한다. 그리고 그 외모는 바로
그녀의 운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인들이 외모로 그 운명이 결정된다면 이것은 부당한가 합당한가. 답은 뻔하다. 이제 우리는
현대의 명화에서 혼자 있는 것 자체로 아름다운 여인들은 대부분 생머리로 표현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나리자가
그 대표적인 예다. 다빈치가 사랑했다던 속설,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라는 속설 등, 이 그림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러나 다빈치는 사실상 조잡한 상징같은 것을 그림에 넣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그림에서 알파벳을 찾는 노력
따위는 그만두고 그가 직접 그린 피사체에 주목하는 것이 더 정확한 감상법이다. 이 그림에서 확실한 것은 직모를 가진 이 여인
이 주변 풍경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여유있고, 앞에 선 사람을 감싸안는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갔던 천재, 다빈
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모나리자를 여유있고 홀로 설 수 있는 그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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