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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차 승차권
    쉼 터/토막 상식 2009. 8. 7. 12:43

    1970년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 사이에 며칠 혹은 몇 주씩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무전(無錢)여행이 유행했다. 여비를 지니지 않고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숨겨 놓은 비상금은 최악의 순간이 아니면 꺼내지 않았다. 무전여행의 첫 관문은 열차 무임승차였다.

     

    개찰구 대신 ‘개구멍’을 통해 열차에 올라 검표원과 끝없는 술래잡기를 벌였고 화장실에 숨었다가

    칸을 바꿔 타며 검표원을 따돌렸다.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발각돼도 꿀밤 몇 대로 훈방됐다.

    철도 승객의 승차권 검사는 여러 차례 변천을 거듭했다. 2004년 ktx 개통 전까지 전국 철도역에서

     

    역무원과 승무원들이 각각 역과 차내에서 마분지로 만든 ‘애드몬슨 승차권‘에 펀치(개표 가위)등을

    일일이 찍어가며 검표했다. 개발자의 이름을 딴 이 승차권은1840년 영국에서 개발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철도가 운행되기 시작한 1899년부터 100년 넘게 사용됐다.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

     

    93년 도착역 승차권 검사 제도가 폐지됐지만 무임승차자와 단거리 승차권을 끊어 장거리 여행을

    하는 얌체 탑승자가 크게 늘어나 3년만에 다시 부활되기도 했다. ktx 개통과 함께 자동개집표기가

    설치되고 ’자성 띠(magnetic strpe) 승차권‘으로 바뀌면서 자동개집표기가 설치되지 않은 일반역의

     

    검표는 사실상 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ktx 역에서 하던 검표도 최근 들어 홈 티켓, 모바일 티켓, sms(단문메시지서비스)티켓 등으로 자가 발권율이 높아지면서 검표작업이 무의미해졌다. 3일부터 자동

    개집표기마저 철거됨으로써 철도역 개찰구 앞에서 표 검사를 받던 일은 이제 추억 속에 남게 됐고

     

    이제 우리사회도 승차권을 가진 사람만이 기차를 탈 것이라는 신뢰를 서로 공유하게 된 것이다.

    대합실에서 개찰구로 우르르 몰려가던 풍경도, 천천히 개찰구로 향하면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

    던 모습도 함께 사라지게 됐다.                                                                                          

                                                                                                     강종규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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