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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복
    쉼 터/토막 상식 2009. 4. 8. 19:25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따게 되면 축하 선물로 받는 것이 바로 가발이다.

    판사든 변호사든 정규 법복의 하나인 가발을 쓰지 않으면 법정에 들어갈 수

    없다. 보통 말의 갈기나 꼬리털로 만들며 비싼 것은 1500파운드(300만원)가

     

    넘는다. 색깔이 바랠수록 재판 경험이 풍부하다는 뜻이어서 평생 가발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17세기 들어 영국 법정에 등장하기 시작한 가발의 가장 큰

    목적은 판사들의 개성을 숨기는 데 있었다. 개성이 너무 두드러지면 판사마다

     

    제각각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여겼다. 불편하고 비위생

    적이란 불만 속에서도 영국 법조계는 형사 재판의 가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법복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고민이 드리워지게 마련이다. 영국 식민지

     

    였던 미국의 판사들도 독립 직후까지 가발을 썼지만 4대 대법원장 존 미셜이 가발

    을 없애고 법복을 가운형으로 간소화했다. 신대륙 특유의 실용 정신이 엿보인다.

    우리나라에 서양식 법복이 들어온 때는 일제 강점기였다. 1910년 무단 통치 기간엔

     

    우스꽝스럽게도 판사도 칼을 차고 다녀야했다. 3,1운동 이후 일제가 ‘문화정치’로

    돌아서면서 칼은 사라졌고, 법복 가슴부위에 일본 천황이 임명했음을 뜻하는 오동

    잎 무늬가 새겨졌다. 광복 후 안 동안 평상복 차림으로 재판을 하다가 53년 당시

     

    김병로 대법원장이 무궁화 무늬를 새긴 법복을 도입했다. 98년 채택된 현재의 법복

    옷 앞면의 수직 주름으로 강직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법원 문양이 있는 검자주색

    양단을 대도록 돼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법복 모양이 몇 차례 버뀌는 가운데서도

     

    법복의 색깔은 줄곧 검은색이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어떤 색에도 물들지 않다

    는 점에서 검은색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상징한다. 천주교 사제복이나 축구 주심의

    옷이 검은 색인 이유도 비슷하다. 판사의 길이 성직자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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