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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시한 자/한시(한국) 2009. 4. 4. 20:36
君山을 削平턴들 洞庭湖 너를 랏다
桂樹를 버히던들 달이 더욱 블글 거슬
뜻 두고 이로지 못하고 늙기 설워 하노라
~이완(李浣;1602~1674)~
<해설>
동정호 안에 있는 군산을 깎아 평평하게 하였더라면 넓은 호수는
더욱 넓어졌을 것이다. 달 속에 있는 계수나무를 베어 버렸다면
밝은 달이 더욱 밝았을 것이다. 뜻은 있으면서도 이루지 못하고
늙어가니 서럽구나.
◈ 배경
양파 정태화의 천거와 동춘당 송준길과 우암 송시열의 추천을 받아 이완이 훈련
대장이 되었는데 효종은 그 사람됨을 시험하려고 한다. 이완은 어려서 부모님이
정혼(定婚)한 규수가 있었다. 옛날에는 부모님이 정혼하고 본인은 초례를 올리는
순간까지 신부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날 신부를 이완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가 너무나 박색이었기 때문이다. 이완은 이 부인과
일체 한 방을 쓰지 않고 계속 소박을 했다. 그러던 차 밤중에 효종의 갑작스런
호출이 있었던 것이다. 이완은 도포를 입고서 “밤중에 무슨 일이 계실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대궐에 들어갈 차비를 차렸다. 그러자 안에서 계집종이 나와
사랑문 밖에서며 “마님께서 잠깐 안에 드셨다 가시라는 말씀입니다”라고 하지 않
는가. 이완은 말도 평소에 하기 싫고 얼굴도 보기 싫은 아내인데 두 번 세 번 계집
종이 쫓아 나와 똑 같은 말을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부
인은 말없이 갑옷을 꺼내 놓는 것이었다. 대궐에 들어가는데 갑옷은 무슨 필요가
있지,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생각이 울컥 치밀었으나 이완은 말을 하기가 더욱 싫
었다. 그래서 부인이 입혀주는 대로 갑옷을 시무룩하니 입고 그 위에 도포를 껴
입었다. 이윽고 이완은 말을 몰아 창덕궁 문 앞에 이르렀다. 문 앞에서 말을 내리고
수문장 앞에 다가서자 수문장은 이완의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패를 주었다. 그리고
외쳐댄다. “훈령대장 이완이 듭시오.” 이완은 뚜벅뚜벅 곧장 걸어 들어갔다. 그러나
궁중에는 불빛하나 보이지 않고 캄캄하기만 하였다. 얼마쯤 걸어갔을까? 어둠 속에
서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며 화살이 하나 날아와 이완의 가슴팍에 꽂혔다. 이완의
마음은 섬뜩했다. 만일 자기가 갑옷을 입고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갈데
없이 죽었을 게 아닌가, 이완은 어둠속을 계속 걸어갔다. 신하란 어떠한 일이 있어
도 임금의 부르심이 있는 이상 등을 돌리고 도망쳐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이윽고
중문에 이르렀다. 거기에도 수문장과 몇 명의 군졸이 지키고 있었다. 이완이 출입패
를 보여주자 “들어가시오”하고 중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또 외치는 것이었다. “훈련
대장 이완이 듭시오.“ 중문 안 역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었다. 그러자 또
어디선가 활시윗 소리가 울리며 화살이 날아왔다. 이완은 아까보다 당황하지 않았
다. 가슴에 꽂힌 화살을 뽑아 꺾고 도포의 소매 자락 속에 넣었다. 그리고 세 번
째의 문을 지났는데 저만치 정자위에 효종대왕과 정태화, 송시열 등 대신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신, 이완이 어명에 의해 대령했나이다.”하고 아뢰자, 효
종대왕은 얼굴에 기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오오 밤중에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술
이나 한잔 드시구료.“하고 술을 내리셨다. 이완의 감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거푸
술 석 잔을 받아 마셨는데, 효종대왕은 옆의 내시에게 눈짓하여 붓 한 자루와 벼
루를 이완에게 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