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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사능 공포
    쉼 터/잠깐 쉬며.. 2013. 11. 25. 20:56

    방사능 공포가 커지고 있다. 횟집에는 파리가 날리고, 선호의 대상이던 'Made in Japan'은 불신의 상징이 돼버린 듯하다.

    일각에서는 방사능 공포의 '실체 없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체의 여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본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 법이고, 잠식된 영혼에는 귀가 없으니까. 그러나 일말의 의심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알아두자. 우리

    가족의 건강한 식탁을 지키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방사능 관련 현실과 상식.

     

    무색무취, 방사선의 민낯

      

    방사능이란 라듐, 우라늄, 토륨과 같은 물질이 자발적으로 방사선을 내는 일이나 성질을 뜻한다. 방사선은 방사능 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되는 고속도의 물질 입자선을 말하는데, 우리는 매일 이러한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도 있고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방사선도 있다. 다만 형태는 물론 냄새나 색도 없어 체감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면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비행기나 의료기기 이용이 지나치지 않다면 우리가

    자연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출입 제한구역에 남겨진 후쿠시마의 가축은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인공 방사능이다. 원자력발전용 연료인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1천7백여 종에 달하는 방사능이

    나온다. 그중 20종은 인체에 특히 위험하다. 널리 알려진 세슘-137, 요오드-131, 스트론튬-90 등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이런 물질이 공기와 땅으로 흡수될 위험성이 증가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유해 물질이 땅에 침투해 수질을

     

    오염시키면 피해가 커진다. 오염된 물을 인간이 정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가정용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끓여서 소독하더라도 오염도는 낮아지지 않는다. 실제로 원전 사고 이후 도쿄 도내 23개 구와 5개 시에 공급하는 수돗물에서

    유아 음용 기준치인 100Bq(베크렐, 방사능량 측정 단위)을 초과하는 210Bq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쿄 지역 상점에서 생수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1인당 생수 구매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인체 면역 체계도 무력하긴

    마찬가지다. 세균이 침투하면 인체 면역 체계가 작동돼 스스로 방어하지만 방사능은 예외다. 병원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방사능의 영향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약을 개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의학계가 알고 있는 사실은 100mSv(밀리시버트, 방사선량

     

    측정 단위로 사람의 몸에 피폭되는 위험도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단위) 이상 피폭됐을 경우 피폭된 양에 비례해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뿐이다. 그 이하의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 추가적인 암 발생 증가율이 있는지 혹은 치료약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방사능에 노출됐다며 병원에 가도 체내에 흡수된 세슘을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프러시안블루 캡슐을

    받을 뿐이다.

     

    ♣ 2년 7개월, 끝나지 않는 오염수 유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7개월이 지났지만 방사능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염수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뉴스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서는 냉각수로 원자로를 식히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 8월 일본 정부는 원자로 냉각에 사용된 오염수가 하루에 300톤씩 바다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바다로 흘러간

     

    오염수는 무려 26만 톤. 오염 지대의 세슘 측정치는 주변의 10배에 달했다.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또다시 유출됐다. 이날 사고로 현장에 있던 작업자 6명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

    일본 정부는 무사태평으로 보인다. 뒤늦게야 원전 주변에 1m 간격으로 파이프를 박고 여기에 냉각물질을 흘려보내 땅을

     

    얼려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지하수를 얼음으로 만들어 흐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항만 0.3㎢ 범위 내에 오염수 영향이 완전 차단돼 있다"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일본인의 76%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해양학 리서치 연구기관의 켄 연구원은 "매일 400톤 이상의 오염수가 유출되는데

    '0.3㎢ 항만 내 차단'과 같은 주장은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20km 이내 바다를

    조사한 결과 방사성 세슘 '핫스폿'이 40곳 발견됐다. 핫스폿이란 방사성 세슘 농도가 주변보다 2~10배 높은 지역을 말한다.

     

    ♣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방사능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스웨덴이 긴장했던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한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염 물질은 해류의 흐름을 타고 시계 방향으로 돈다. 우선 일본 홋카이도까지 올라가서 태평양을

    건넌다. 미국과 캐나다 쪽으로 닿았다가 적도를 타고 우리나라 쪽으로 오게 된다. 일본의 오염수가 일본해뿐 아니라 태평양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궁금한 점은 오염수가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전문가들도 해류와 그것의 속도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피력한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오염된 바닷물이 우리나라까지 오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며, 그 과정 중에 오염수가 희석되는 등 농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 해양 전문가는 오염수가 빠르면

     

    앞으로 3년 후에는 한국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본에서 해양오염지도를 작성한다면 어느 지역이 오염됐는지,

    조업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인지 알 수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지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 수산물을 넘어서, 내부 피폭의 두려움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으로 나뉜다. 외부 피폭은 공기 중에

    있는 방사선에 의해 우리 몸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내부 피폭은 방사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와 신체 내부에서 핵분열에

    노출되는 현상이다. 사고가 일어날 당시에는 외부 피폭을, 이후에는 내부 피폭을 주의해야 한다. 또 사고 이외의 지역에서는

     

    내부 피폭을 주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내부 피폭 경로의

    80∼95%는 음식 섭취였다. 한국인의 내부 피폭 위험성은 얼마나 될까. 여기서도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세계보건기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선 영향에 대한 예비 평가 결과'를 통해 위험수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유럽방사능리스크

     

    위원회는 내부 피폭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내부 피폭값을 설정하려면 인구별, 지역별, 기간별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자료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내부 피폭 관련 연구를 위해서는 해산물뿐 아니라 우유, 시금치 등 주요 식품도 조사해야 한다.

    「주간 아시히」는 도쿄의 식재료 방사능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금년 가을 갓 수확한 이바라키 현 연근에서 22.68Bq의 세슘이

     

    검출됐고, 도치기 현 우유에서는 4.43Bq이 검출된 것으로 보도했다. 기준치인 50Bq 미만이지만, 우유의 경우 매일 2잔씩

    마신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최저 10μSv(마이크로시버트, 방사선량 측정 단위)의 내부 피폭을 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군마 현의 시금치, 양배추, 표고버섯에서도 세슘이 검출됐고, 시금치의 경우 26.12Bq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 같은 확산 현상이 상수원과 지하수를 타고 진행되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 모든

    식료품 검사에 비상이 걸렸다.

     

    ♣ 방사능에 의해 DNA 손상 오기도

        

    방사성 물질이 피부와 음식 등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신체 균형이 깨진다. 방사능에 의해 손상된 분자가 만들어낸 독소로

    인해 세포 내 DNA가 손상되기도 한다. DNA가 손상되면 세포분열 능력이 떨어지면서 방사능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근육이나 뼈에 남아 있는 방사능이 세포 내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과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백혈병이다. 방사능은 뼈보다 촘촘하지 않은 골수에 침투한다. 골수의 조혈기관 세포에 영향을 줘서 백혈병이 잘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방사성 원소가 각기 다른 곳을 공격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언론인 히로세 다카시는 그의 저서에서

    요오드는 갑상선, 크립톤은 폐와 난소, 세슘은 난소와 근육, 스트론튬은 뼈에 잔류한다고 밝혔다. 어른보다 약한 유아나

     

    어린이는 이 같은 공격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원자력실험실 조교수는 양심선언을 통해 피폭의

    피해는 나이와 상관이 있으며, 어릴수록 방사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세포들이 피폭을

    당하면 방사능으로 상처를 쉽게 입고, 상처 입은 유전자도 갈수록 복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방사능이 분열하는

    염색체에 이상을 일으켜 돌연변이 등 유전적인 영향으로 소아암이나 백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 우리 정부의 대응

        

    현재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세슘 허용 기준치는 선진국보다 훨씬 엄격한 수준이다. 실제로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의 세슘 허용

    기준치를 kg당 370Bq에서 100Bq 이하로 강화했는데, 이는 중국 800Bq, 유럽연합 500Bq, 미국 1,200Bq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다. 또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과 13개 현에서 나는 지역의 26종의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시금치,

     

    양배추 같은 엽채류, 브로콜리 등의 채소류 그리고 밤, 순무, 버섯류 등 농산물이다. 그럼에도 방사능 괴담은 여전히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이나 러시아산으로 둔갑돼 팔리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고, 일본 정부가

    방사능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탓이 크다. 일부에서는 그동안의 반일 감정이 이번 위기 상황을 더 확대시키고

    있다는 짐작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한다.

     

    1 세슘

     

    무게가 가볍고 투과성이 좋다. 세슘은 칼륨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90%가 근육에 저장돼 근육세포를 파괴해 근육종을 일으킨다.

    나머지는 뼈와 간, 기타 기관에 달라붙는다. 많은 양이 인체의 정상 세포에 침투되면 각종 암에 걸리는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졌다.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도 세슘이 들어간 식품이었다.

     

    2 스트론튬, 트리튬

        

    반감기가 28년인 스트론튬은 칼슘과 유사해 뼈 표면에 축적되고, 트리튬(삼중수소)은 액체 형태로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스트론튬-90은 공기, 물, 토양을 오염시키고 채소와 풀에도 흡수돼 소와 염소의 우유를 오염시킨다. 스트론튬-90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3 요오드

     

    방사능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일명 반감기가 8일이므로 대개 한 달 이후면 그 수준이 미미해진다. 다만, 반감기가 짧더라도

    몸 안에 해로운 요오드 성분이 있는 동안 갑상선 유전자가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을 수 있다. 호르몬 분비가

    대량으로 필요한 어린이들은 주의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 발생시 폴란드나 서유럽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요오드제를

    먹여 위험한 인공 요오드의 체내 유입을 막기도 했다.

     

    ♣ 일본 방사능, 괴담과 진실

       

    1 우리나라 동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으로 세슘에 오염돼 있다

      

    우리나라 동태의 97%는 러시아산이고 일본산은 2% 이내이며, 해류가 달라 일본과 러시아산 명태는 서로 섞이지 않는다.

    또 수산물은 방사능 측정 후 국내로 반입하게 된다.

     

    2 세계 5대 유명 학술지인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서 일본의 20%가 고농도 방사능 오염 지역이라며 검게 표시된

    방사능지도를 발표했으며, 유출량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11배 이상인데 수습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다량의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다.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최악의 7등급 사고다. 문제는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고, 공기 중으로 퍼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인체에 치명적인

    스트론튬과 플루토늄, 아메리슘, 퀴륨 등은 검사하지 않고 있어 다른 국가에서는 정확한 방출량을 계산하기 어렵다. 방사능

    지도라고 알려진 그 지도도 「PNAS」에서 발표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3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에도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가 빈번해지자 인터넷에서는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 동식물이 등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목이 두 개 달린 거북이나 수십 개의 알맹이가 하나로 뭉쳐져 울퉁불퉁한 모습의 토마토, 다섯 손가락을 가진 바닷가재

    등의 사진이 그것이다. 이같은 사진으로 인해 후쿠시마발 방사능 공포가 고조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들은 방사능 유전자 변형이 아닌 타 지역의 자연적 돌연변이인 경우가 많다. 간혹 후쿠시마 인근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도

    있지만 방사능 유출과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 인간이 떠난 후쿠시마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후쿠시마에는 무너진 도로, 폐허가 된 집들 그리고 동물들이 남아 있다.

    구호소에 동물을 데려올 수 없기 때문에 개, 고양이, 돼지, 소는 그대로 남게 됐다. 일본 정부는 원전으로부터 20km 이내의 출입

    제한 구역 안에 있는 모든 가축을 안락사시킨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그 지역에는 살아남은 가축들이 죽은 가축들과 뒤엉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집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오오타 야스스케는 "그곳에는 슬프도록

    마른 고양이들과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들이 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원전 사고 지역에는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소,

    돼지, 말 등의 가축도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는 개와 고양이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축사를 빠져나오지 못한 돼지

     

    중에서 살아남은 돼지들은 겹겹이 쌓인 돼지 시체 사이에 주저앉아 있다. 행정 당국이 손을 못 쓰고 있는 사이 크고 작은 동물보호

    단체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 각개약진하며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Mini Interview

    「시크릿 방사능」의 저자 이종호 박사

    "한국은 문제없다"

      

    이종호 박사를 만난 지난 10월 10일, TV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뉴스가 온종일 흘러나왔다.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다 싶었는데, 이 박사는 의외로 침착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가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이자 여러 언론사에 글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내부 피폭과 외부 피폭을 엄격히

     

    구분해야 합니다. 핵폭발이 발생한 지역에 있었다면 피부와 호흡기를 통한 외부 피폭을 주의해야 합니다. 굉장히 위험하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자 약 7만 명이 즉사한 것처럼요. 다만 현재 한국인이 걱정하고 있는 내부 피폭에 대해서는

    그 위험도가 낮다고 생각합니다." 이 박사는 일본 수산물 수입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과장된 위험을 조성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도 어민들의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주장한다. 방사능의 노출에 지나치게 민감해져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방사능의 노출량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00mSv 이하의 낮은 방사능과 인체 유해성과의 연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국인의 경우 음식으로 섭취하는 방사능보다는 의료용 기구를 사용할 때의 방사능에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더 위험한

     

    요소는 흉부 엑스레이나 MRI입니다. 의료 목적이긴 하지만 CT 촬영 1회에 5~25mSv의 선량을 받게 됩니다." 방사선 피해에

    대한 측면도 왜곡된 면이 많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 박사는 방사선은 세포를 죽이는 데는 효과가 굉장히 높지만 DNA 변형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대한 부분은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다. "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도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서죠. 하지만 암세포가 DNA의 변형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대한 부분은 의문입니다. 사실 체르노빌 괴담, 후쿠시마 괴담 등이

    많이 들리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닙니다. 사진을 보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진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체르노빌에서 동물들이나 식물들이 잘 살고 있거든요."

     

    ♣ 전문가들의 말말말

     

    *내부 피폭은 지나친 과대포장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몸속으로 들어온 방사능은 자연 붕괴하거나 신진대사로 배설됩니다. 하루에 보통 (생선을) 30g 정도 먹었으면 현실적으로

    (방사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평소에 받고 있는 방사선량과 비교하면 큰 개울에 물 한 바가지 부어놓고 이것 때문에

    홍수 난다, 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한국 기준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철저

     (김은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현재 정부가 수입에 제한을 두고 있는 방사선 기준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으로 생물학자, 핵물리학자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참여해 정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입 제한 기준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됩니다."

     

    *3백 년이 지나야 안전하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학적 농축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생물학적 농축이란 수직적 먹이사슬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오염 물질의 농도가 7∼10배씩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감기가 긴 물질일수록 먹이사슬의 높은 단계에 있는 동물에게

    고농도로 축적됩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선에서 고농도로 검출된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인데, 인체에 무해한 정도가 되는

    데는 10배의 반감기, 즉 3백 년이 지나야 합니다."

     

    ♣ 시민들의 걱정

    생후 11개월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슬기씨(31)

       

    "전에는 아이의 두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식을 주느라 이유식에 대구살을 넣었는데요. 요즘은 넣지 못하고 있어요. 더구나

    다음달이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서 걱정이에요.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방사능 오염 검사를 강화하자는 조례안이

    발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조치가 취해졌으면 좋겠네요."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차일드세이브, 환경운동연합, 여성민우회생협연합회 등 7개 단체가 뜻을 모아 설립됐습니다.

    가입자는 대부분 30, 40대 주부들이에요. 괴담은 정보가 공개되고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면 생기지 않습니다. 무조건 안전

    하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에 생기는 거죠. 오염 지역의 모든 식품과 사료를 수입 금지하고 적어도 학교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은 제외해야 합니다."

       

    1 떠오르는 아프리카산, 노르웨이산

       

    후쿠시마 원전 근처 8개 지역의 해산물이 전면 수입 금지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해산물을 전혀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산물 소비량이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 사고와 상관없는 아프리카와 북해로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산, 북유럽산

    수산물이 뜨고 있다. 대표 상품이 세네갈산 갈치다. 세네갈산 갈치가 기름기가 많은 한국 연안에서 잡히는 갈치와 맛이 비슷

     

    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수입이 늘기 시작했다. 귀한 제주도산 갈치 가격이 아프리카 세네갈산보다 떨어지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연어, 모리타니아산 문어뿐 아니라 태국산 휜다리새우, 베트남산 주꾸미 등도 꽤 인기

    있는 수입 수산물이다.

     

    2 방사능 걱정 없는 서해 꽃게, 대하 풍년

      

    일본에서 먼 서해안 꽃게가 처음으로 고등어와 갈치를 제치고 대형 마트 판매 1, 2위로 올라섰다. 전반적으로 국내 수산물

    소비가 감소했지만 서해안 꽃게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대하 역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더욱이 수온이 적절한데다 예년

    같은 태풍도 오지 않아 출하량도 급등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1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3 일본 거친 오징어와 태평양 여행한 고등어 의심

     

    오징어 등의 회유성 어종은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다. 오징어는 일본 규슈 남부 해역에서 월동하다가 5, 6월 한반도 주변

    해역 및 일본 태평양 측 후쿠시마 해역으로 각각 북상한다. 이들은 8, 9월 즈음 러시아 연안, 홋카이도 해역까지 올라갔다가

    남하해 다음해 1~3월 즈음 규슈 남부 해역으로 다시 돌아간다. 문제는 홋카이도 즈음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오징어 중

     

    일부가 우리나라 동해로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동해안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고등어나 꽁치의 상황도 비슷하다. DHA가 다량 함유되고 값이 저렴해 서민의 생선으로

    불렸던 '밥상 생선' 고등어와 꽁치도 이번 사고에 직격탄을 맞았다. 태평양에 살던 고등어나 꽁치 등의 등 푸른 생선이 동해

    쪽으로 오면서 불안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4 가을의 별미, 굴 직격탄

     

    가을이 돌아왔지만 굴을 찾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능 물질이 어패류의 몸속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바다의 우유'를 회피하게 만들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굴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34% 하락했다. 최근 5년간의 가격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5 해조류에까지 번진 방사능 공포?

     

    방사능 위협은 어패류를 넘어 미역과 다시마 같은 해조류까지 번졌다. 지난 6월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실시한 안전성 검사를

    받은 다시마에서 요오드 131 항목이 검출됐다. 요오드 131은 해조류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요오드 127과 달리 방사성

    물질이다. 다만 검출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다시마 검사 대상물 6건 모두에서 3.65~5.25Bq이 검출됐는데 영유아 대상

     

    기준치 100Bq에도 크게 못 미친다. 요오드 131이 체내에 다량 축적되면 갑상선암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3~5Bq 정도의

    미량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세슘을 낮추는 요리법

       

    한국인의 밥상에서 해산물을 빼기란 쉽지 않다. 국산 해산물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면 조리법을 달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원산지가 명확하지 않은 생선은 내장과 뼈를 완전히 제거하고 조리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뼈에 쌓여 있던

    스트론튬과 세슘 등을 제거할 수 있다. 미지근한 물에 담그거나 찌면 수용성 물질인 세슘 함량을 낮출 수 있다. 이때는 국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소금을 활용해서 방사능 물질을 배출하는 방법도 있다. 식재료를 미리 소금물에 담가두었다가 헹궈

    사용하면 소금이 세포의 삼투압을 증가시켜 세슘 섭취를 줄일 수 있다.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은혜(프리랜서),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책공장더불어,

     도움말 / 이종호 박사, 참고 서적 / 「시크릿 방사능」(이종호 저, 과학사랑), 「원전을 멈춰라」(히로세 다카시 저, 이음),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오오타 야스스케 저, 책공장더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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