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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神算… 이창호 22년만에 무관쉼 터/잠깐 쉬며.. 2011. 2. 19. 09:11
상기증 시름·후배들 맹추격…
최근 5년간 메이저서 준우승만 9번 부진인터넷 한국일보
지난 20여년간 국내외 기전에서 138회나 우승하며 한국은 물론 세계 바둑계 지존으로 군림해 온 이창호가
마침내 마지막 남은 타이틀마저 잃고 '야인(野人)'으로 돌아 갔다. 이창호는 14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제54기 국수전 도전 5번기 제4국에서 도전자 최철한에게 불계패, 종합 전적 1승3패로 타이틀을 빼앗겼다.
이로써 이창호는 1989년 첫 타이틀을 따낸 이후 22년만에 처음으로 단 하나의 타이틀도 없는 '무관' 상태가
됐다. 작년 3월 우승한 KBS바둑왕전에서 아직 새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공식적으로는 며칠 더 타이틀
보유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이창호는 이미 이 기전에서 중도 탈락하고 박정환과 백홍석이 21일부터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므로 사실상 무관이나 마찬가지다. 1975년 전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당시
1인자였던 조훈현의 내제자로 들어가 바둑 공부를 한 이창호는 11살 때인 1986년 한국기원 연구생 1기로
입단한 후 불과 3년만인 1989년 8월 8일 제8기 KBS바둑왕전에서 우승, 이창호 시대의 막을 열었다.
만14세10일만의 쾌거로 세계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이었다. 1992년엔 제3회 동양증권배서 이중허리
린하이펑과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 최연소(16세6개월) 세계 챔프에 올랐다. 이후 2010년까지 획득한
국내외 타이틀이 모두 138개(국내 117개, 국제 21개. 비공식 기전 및 단체전 제외)에 달한다.
특히 1994년 6월 제4기 신인왕전부터 1996년 3월 제7회 동양증권배까지 21연속 우승 퍼레이드를 벌였고2001년 2월부터 2003년 3월까지 18연속 우승하는 등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22년간 통산 타이틀전 승률이
73.4%(138승50패)이며 특히 5번기 승률은 80%가 넘는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고 세상만사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20여년간 해가 질 줄 몰랐던 이창호 왕국도 2000년대 중반에 접어 들면서 서서히 쇠퇴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때는 국내외 타이틀 13개를 동시에 한 손에 거머쥐기도 했지만 서른 살을 넘어설
무렵부터 현저히 타이틀 획득 회수가 줄어 들어 최근에는 연간 평균치(5.5개)를 크게 밑돌았다. 2006년 이후
5년간 타이틀전 성적이 13승16패로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잇단 세계대회 준우승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05년 3월 춘란배 우승 이후 2007년 마이너기전인 중환배서 딱 한 번 우승했을
뿐 지난 5년간 메이저세계대회서 무려 9번이나 결승에 올랐으나 번번히 준우승에 그쳤다. 부진의 골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더욱 깊어졌다. 연초에 KBS바둑왕과 국수 타이틀을 따내 잠시 회복 기미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연패 행진이 계속되면서 급기야 연간 승률이 60% 아래로 떨어졌다. 기사 생활 25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다.
그동안 60%는 커녕 70% 밑으로도 내려간 적이 없었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 자연히 랭킹도 빠른 속도로 내려가연초 1위에서 작년 말에는 7위까지 밀려났다. 랭킹이 낮아짐에 따라 올해부터는 세계기전 본선 시드를 받지
못해 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잇달아 1회전에서 탈락, 20년만에 처음으로 세계 대회 출전이 좌절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단 한 번의 슬럼프도 없이 탄탄대로를 달려 왔던 이창호가 기사 생활 25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같은 부진의 원인을 놓고 바둑계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생물학적
원인을 꼽는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체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이창호를 괴롭혀온 원인 모를 상기증이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해 결혼도 하고 꾸준한
치료와 운동 요법 등으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요즘도 종반에 접어 들어 대국에 열중하다 보면 얼굴이
벌개지고 머리에 열기가 치밀어 찬물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다녀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후배들의 추격 속도가 워낙 빠르다. 일부에서는 과거 조훈현이 40세를 넘어서도 20회이상 타이틀을 따낸 사실을
들어 이창호의 정상 복귀를 낙관하고 있지만 그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조훈현은 정상을 차지
하기 위해 오직 이창호 한 명만 상대하면 됐지만 지금 이창호에게는 강한 후배들이 너무나 많다. 랭킹 1위 이세돌
뿐 아니라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 박정환에 김지석 강동윤 등 저마다 한 칼이 있는 강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이들뿐 아니라 요즘 신예 기사들은 모두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타이틀 획득은 커녕 국내외 기전 예선
통과마저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물론 이창호가 이대로 주저앉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22년만의 무관 전락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바둑사이트에는 한국 바둑의 대들보가 마침내 무너졌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빠른 시일내에 반드시 정상에 복귀해 달라는 바둑팬들의 기대와 믿음이 담긴 댓글이 쇄도했다.
~ 인터넷 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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