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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진퇴(出處進退)
    쉼 터/잠깐 쉬며.. 2009. 9. 30. 21:05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바람에 새삼 자연의 정직함을 느낀다. 매미의 고성방가는

    귀뚜라미의 운치 있는 합창으로 바뀌었다. 벌레는 미천한 존재의 대명사로 자주 불리는 종족이

    지만 어찌 저리도 자신의 시간과 자리를 잘 알고 있는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바통을 주고받는

     

    그들을 보면 자기가 설 곳도 모르고 우왕좌왕하거나 자기의 때도 아닌데 나서서 매미보다 더한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벌레라는 곤충류를 싫어하는 사람

    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아무리 계절을 운치 있게 만드는 상징이라 하더라도 생긴 모양이 부담스

     

    러운 경우가 많으니 자신의 손안에 놓고 애완동물처럼 사랑하게에는 좀 거부감이 있는 종족들

    이다. 그러나 자신의 계절에 어김없이 등장해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는 그들의 시간 개념과 정직

    함은 가히 배울 점이 아닌가. 본능이라 하더라도 얼마나 진솔한 본능인가. 자신의 시간이 지나

     

    갔는데도 기를 쓰고 자리를 지키고자 버티는 사람은 주연배우 앞에서 오버액션을 보여주는 엑스

    트라 배우요, 독이 제대로 오른 가을 모기 같은 존재이리라. 초가을 밤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모기도 자연이 정한 시간은 거스를 수 없다. 가을이 깊어 가면 모기들의 행진도 끝이다.

     

    사연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에게도 등장해서 활동할 시기를 부여한다. 자연의 질서는 낮도 주고

    밤도 준다. 하지만 밤낮은 물론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른바

    ‘철부지’가 아닌가. 사계절을 잘 버티는 바퀴벌레도 낮에서 숨고 겨울엔 활동을 숙인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벌레들도 계절이 주는 ‘기운에 눈치를 살피면서 진퇴를 살피는데 철없이 날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옛 중국 북송 시대 사마광의 말이다. “군자란 직책을 내리려 해도

    사양해서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리를 떠나도록 지시받으면 지체하지 않고 물러나

     

    출처진퇴가 깨끗하다.“ 때에 맞춰 출현하고 세월에 맞춰 떠날 줄 아는 것이 오래 사는 법이다.

    곧 한가위다. 그 때는 꼭 보름달이 뜰 것이다.

                                                                                                                   홍익TV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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